“LS네트웍스의 ‘바이클로’ 매장 하나가 들어서면 인근 수 km 반경 기존의 자전거 매장은 곧바로 최대 50%까지 매출이 급감합니다. 그동안 ‘바이클로의 시장잠식은 계속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구요. 우리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이 자전거판매업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지정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일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자전거판매 시장은 그동안 영세 점포들을 중심으로 소규모로 꾸려져왔다. 지난해 기준 시장현황을 잠시 살펴보면, 사업장과 매장을 포함한 전체 사업체 수는 약 2,500 곳으로, 전체 종사자 수는 1만 4천여 명, 년 단위 업계 총 매출액은 2,500억 원, 한 개 업체당 년 평균 매출액 약 1억여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통업, 소상공인들 몫
전국적으로 자전거 인구가 대대적으로 늘어나면서 현재 자전거동호회 인구만 320만 명을 넘어섰다. 대기환경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증진에도 이바지 하고자 주요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자전거 전용도로를 개설하여 이용편의를 제공하는 등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이 갈수록 좋아지면서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는 직장인들도 부쩍 늘었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인구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전거 생산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삼천리자전거의 2010년 매출액이 733억 원 수준으로 지극히 영세한 규모이다. 생산총액이 이렇듯 크지 않은 규모이다 보니 유통도 대부분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같이 영세성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생계형 업종인 자전거판매 시장에도 대기업의 거센 바람은 비켜가지 않았다. 년 매출 25조원으로 재계순위 15위를 기록하고 있는 LS그룹의 계열사인 LS네트웍스가 지난 2010년부터 ‘바이클로’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골목상권을 치고 들어온 것이다. LS그룹은 2007년 당시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를 인수해 LS네트웍스로 개명하고 자전거 등 스포츠 유통사업에 진출했다. LS네트웍스는 현재 3000억 원대에 이르는 매출액을 2015년 1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회사의 자전거 브랜드인 바이클로는 서울 목동, 부산, 일산, 안양, 용산 등 전국에 14호점까지 직영점포를 늘려놓은 상태이며, 매출은 75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30~50%나 격감
피해는 불보듯 뻔하다. 기존 자전거 점포는 그곳이 어디든 인근에 ‘바이클로’ 매장이 들어서는 즉시 매출이 30~50%나 격감한다. 진입 초기인 2010년부터 전체 시장의 2~3%를 잠식한 바이클로는 지금까지 이 같은 추세를 쭉 이어오고 있으며, 올들어서는 바이클로 매장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시장 잠식은 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 년 뼈 빠지게 고생해서 겨우 먹고살다시피 하는 기존자전거 점포로서는 현상유지는 고사하고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의구심마저 들 지경이니, 바이클로가 당장 내 가게 옆에 들어서지 않았다 할지라도 하루하루가 좌불안석이다. 인터넷 판매에 겹쳐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도 악화되면 악화됐지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자전거 소매시장은 신규 조합원 가입에도 그 예정매장의 반경5㎞내에 있는 기존 회원이 허락을 얻어야 가입을 허용할 만큼 아주 영세한 시장이다.
기존의 자전거 판매업 종사자들로 조직된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이사장 인보식)이 ‘우리도 기필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결의를 다지는 저간의 사정이다.
비단 바이클로만의 문제는 아니다. 자전거 판매시장은 한때 ‘반값 자전거’를 표방하던 이마트의 영업전략에서 드러나듯, 브랜드 파급효과가 지대한 대형마트에서 직접 브랜드를 만들어 소매점포를 확산할 우려가 다분하다는 게 기존 사업주들의 우려다. 레저스포츠라는 동일 이미지를 활용해 등산용품 등을 취급하는 아웃도어 업체가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 현재 서울 강남의 모 아웃도어 업체에서 ‘트렉’이라는 브랜드로 자전거를 팔고 있다고 한다.
“앉아 당하진 않을 것” 결의
“이륜차인 자전거는 박스로 포장되어 출시되며, 조립에 필요한 전문기술을 가져야 판매 이후에 발생하는 애프터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할 수 있습니다. 30년간 오로지 이 기술 하나에 밥줄을 걸고 살아온 우리 소상공인들이 자본과 시장지배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탐욕에 일방적으로 희생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결코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실제로 자전거는 한번 구매하면 바퀴튜브 바람을 넣거나 기타 정비가 필요할 때 먼저 구매한 곳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사후서비스가 많이 뒤따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정한 사용연한에 대한 서비스를 감안하여 판매이익을 산정할 수 밖에 없고, 이런 탓에 인근에 새로운 대형 점포가 생겨 세일 등으로 가격경쟁을 해온다면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밖에 없게 된다.
자전거 대리점은 동네장사, 지인장사다. 꾸준한 사후관리와 고객관리에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생산, 판매, 소비자 등 3자 모두가 서로 득이 되는 업종이다. 대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기존 판매업자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다.
“저희들은 자전거 판매시장의 이런 특성을 십분 활용해 비단 저희의 생계뿐만 아니라 시장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또 이런 바탕에서 지금까지 해왔듯 고객과 맨투맨 접근을 통해 자전거 지역 동호회도 조직하여, 판매뿐만 아니라 고객의 건강과 지역에 보답하는 활동 등을 강화해 경쟁력 확보에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통큰 자전거(?)’라는 카피를 앞세워 저가 자전거를 출시했다가 불량률이 높아서 소비자들 원성을 샀던 일이 있다.
“자전거는 앞뒤 가리지 않는 저가공세보다는 검증된 제품을 취급해야 합니다. 당시 대형마트들은 13만원하는 제품을 7~8만원에 판다고 했는데 자전거 겉모양은 같지만 부품은 질 낮은 것을 사용한 것입니다. 자체 PB상품으로 저가를 내세웠지만 사실은 불량률 높은 자전거를 판매한 것이지요. 좋은 제품 싸게 팔 자신 없으면 애당초 일을 벌이지 말아야 합니다.”
철수 약속 안지켜...규탄대회도 무색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은 본보가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듯 지난 3월 14일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회장 김경배) 회원단체들과 함께 안양 LS타워 앞에서 ‘LS 자전거 사업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규탄대회에서 LS그룹의 자전거 소매점 철수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 날 대회에서 자전거 조합 인보식 이사장은 “LS그룹은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지난 2월 9일 ‘중소 자영업자와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위해 자전거 소매업을 중단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LS그룹 구자열 회장은 그 달 25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전거는 빵집과 다르다. 빵은 사서 먹는 순간 끝이지만 자전거는 5년, 10년 동안 판매자가 유지 보수해줘야 한다. 자전거사업 모델을 만드는 게 우리의 희망’이라고 말하며, 아직도 자전거 점포 사업에 강한 집착을 갖고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인 이사장은 “우리는 LS그룹이 자전거소매점에서 철수할 때 까지 끝까지 대항할 것이며 530만 소상공인들과 더불어 LS제품 불매 운동까지 불사할 것이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규탄대회 직후 LS그룹은 자전거판매시장에서 전향적으로 철수할 것을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인 이사장은 “LS네트웍스는 자전거 인구가 증가하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매유통에 뛰어 들었다고 하는데, 정 시장에 참여하고 싶으면 대기업답게 제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아니면 고가의 고급 자전거를 대량으로 수입하여 소비자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등 대기업다운 형식으로 시장에 참여해야 모양새가 맞을 것이다”고 비판했다.전인철 기자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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