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광고 김세진 대표

김세진 둘리광고 대표는 1987년에 군 복무를 마치고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시기라 나라에서 거리 정비도 하고 사회적으로 옥외광고업도 주목받았다.
그때 지인이 간판을 해보라고 말했는데, 그전에는 술집의 네온사인 같은 것만 눈에 들어왔었다. 지인의 권유를 받고 나서부터는 광고가 자꾸 눈에 들어오게 되었고 광고업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93년에 부산 생활을 정리하고 인천으로 올라와서 광고업을 시작했다. 기본적인 일을 배우고 3개월 만에 시공까지 하면서 재미를 느꼈지만 일이 너무 힘들었다. 밥을 제대로 못 먹을 정도였다. 또 월급쟁이 생활은 수입 등에 한계가 있어서 1998년에 개업을 하였다. 

개업하기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 뭐든지 잘할 것 같다며 사업자 등록을 한 김세진 대표에게 곧바로 마트 간판을 알선해 줘서 처음부터 바쁘게 일할 수 있었다. 개업하자마자 며칠 동안 밤새 일을 했다.

90% 이상이 소개로 찾아와
김세진 대표는 가게를 차리면서 옥외광고업과 간판을 만드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그만큼 건성으로 하고 대충 하는 것을 싫어한다.

무슨 일이든 꼼꼼하게 하고 성심성의껏 작업하면서 거기에 걸맞은 가격으로 영업하다 보니 3년쯤 뒤에는 간판 값이 비싸다고 소문이 나서 일감이 많이 줄어들었다.

낮은 단가를 내세워 영업하는 사람들을 도저히 당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초창기에 가장 힘들었다.

그래도 가격을 낮추지는 않았는데, 한번 거래를 한 사람들이 꼭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지금까지 고객의 90% 이상은 소개를 받고 찾아온 사람들이다.

직접 만들어서 달아놓은 간판이 보기 좋고 경관에 도움이 될 때 자부심을 느낀다는 김세진 대표는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둘리광고에서 만든 간판을 달고 처음으로 가게를 열었던 부부가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이다. 간판을 잘 만들어준 덕분에 장사가 잘 되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며 새로운 간판을 의뢰했을 때 “짜릿했다”고 한다. 4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 부부도 역시 여러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기억하기 쉬운 ‘둘리광고’
김세진 대표는 여태껏 로프부터 장비까지 다루면서 현장에서 직접 작업을 한다. 한 업체의 사장은 모든 일을 직접 한다기에 믿고 맡긴다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금의 70%를 지불했다.
옥외광고업을 하기 전부터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세진 대표는 1991년부터 1992년까지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의 군 단위를 돌아다니며 일해본 경험도 있다.

김세진 대표가 상호로 정한 둘리광고는 개업 당시 아들이 좋아했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비롯되었다. 한번 들으면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라서 사람들이 상호를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아들에 대한 정이 남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지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아들과 친구처럼 지내”
김세진 대표가 여덟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김세진 대표는 어렸을 적에 아버지와 대화를 별로 못해 봤기 때문에 나중에 아들이 태어나면 친구처럼 지내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런 결심을 계속 지켜오고 있다. 

어느덧 스물다섯 살이 된 외아들은 지금 마술을 하고 있다. 김세진 대표는 사회가 바뀌니까 즐기면서 자기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아들이 중학교 1학년 때 마술을 권유했다. 그때부터 부평에 있는 마술학원에 다녔고, 대학교는 마술 특기생으로 방송연예과에 들어갔다.

인천옥외광고협회의 서구지부는 한때 해체된 적이 있었다. 김세진 대표는 지부를 활성하기 위해서 다른 회원들과 함께 4년가량 없어졌던 지부를 다시 설립하고 1년 반 동안 지부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인천협회에서 감사를 맡고 있다.

김세진 대표의 아들은 재작년에 영종도에서 인천광고협회 체육대회를 할 때 사람들에게 멋진 마술을 선보였다. 김세진 대표는 아들 얘기를 하면서 지금까지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취재 후기>
김세진 대표와 인터뷰하면서 아들에게 남다른 정을 쏟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자식을 업어주는 부모들의 마음과 자녀들을 위해 땀 흘려 일하는 옥외광고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별들이 멀리서만 반짝이던 밤
저는 눈을 뜬 듯 감은 듯 꿈도 깨지 않고
등에 업혀 이 세상 건너갔지요.
차마 눈에 넣을 수 없어서
꼭꼭 씹어 삼킬 수도 없어서
아버지 저를 업었지요.
논둑길 뱀딸기 밑에 자라던
어린 바람도 우릴 따라왔지요.

어떤 행위로도 다할 수 없는 마음의 표현
업어준다는 것
내 생의 무게를 누군가 견디고 있다는 것
그만 두 손 내리고 싶은
세상마저 내리고 싶은 밤에도
저를 남아 있게 했지요.
저는 자라 또 누구에게 업혔던가요.
바람이 저를 업었지요.
업다가 자주 넘어져 일어나지 못했지요.

- 나희덕, ‘밤, 바람 속으로’

고광석 기자  webmaster@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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