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분야 입찰에서 불합리한 참가자격으로 옥외광고인들이 피해를 입는 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봉건 시대인 15세기에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것처럼 간판업체들이 간판을 만드는 사업에서 배제되는 사태가 민주주의 시대인 21세기에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철도공사는 몇 년 전에 역명표지 개량공사를 발주하면서 입찰참가자격 조건을 전기공사업 면허 보유자로 한정하였습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서울시옥외광고협회 회원이 2015년 중소기업 옴부즈만에 입찰참가자격에 전기공사업 이외에 옥외광고업자 추가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보냈습니다.

이 회원은 건의서에서 “역명표지는 광고물의 일종으로 이의 제작·설치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상 옥외광고업자의 업무임에도 입찰참가자격에서 배제되었다”고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한국철도공사는 2016년에 최종적으로 “내부검토 및 별도의 지침을 마련하여 차기 입찰공고 시에는 반영하여 진행하도록 하겠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시·도 자치단체에서 주관하고 시행하는 간판정비사업 입찰공사에 간혹 옥외광고물업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전문건설업 중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업체들에게 입찰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지자체가 일부 있습니다.

인천시옥외광고협회 채성일 수석부회장은 2011년 10월 행정자치부에 ‘간판이 아름다운거리 조성사업(정비사업)’ 입찰참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옥외광고시장의 주체인 옥외광고업체는 입찰참가 자격조차 박탈되고 영업권마저 침해당하는 현실이 정당한 행정인지 문제제기를 하면서 흐트러진 옥외광고물 입찰참가 자격 선정기준을 명확히 세워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행자부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간판개선사업의 입찰자격 요건에 대해서는 현지 옥외광고업체를 반드시 입찰에 참여하도록 각종 회의(워크숍) 등을 통해 행정지도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간판개선사업을 할 때 현지 옥외광고업체가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관급공사에도 불합리한 입찰참가 자격요건 때문에 옥외광고물 공사에 옥외광고업자들이 배제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인천광역시 강화군은 2016년 8월 ‘대룡시장 추억의 골목길 조성사업’의 시설공사 전자입찰 공고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입찰참가 자격을 산업디자인전문회사(환경디자인 분야)로 한정했습니다.

이에 대해 인천시옥외광고협회에서 “대룡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공디자인 사업은 각종 안내판, 포토존 및 쉼터 등 공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공사이다. 본 시설공사는 디자인 및 설계가 완성되어 제작·설치만 입찰로 나온 상태이므로 옥외광고물업에 등록한 업체가 해당 사업에 적합하다. 컴퓨터로 디자인만 하는 업체가 각종 안내 광고물 등의 시설물을 제작하고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디자인회사에 간판 공사를 맡기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강화군은 입찰참가 자격조건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입찰을 진행했습니다.

아무쪼록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공공분야 입찰을 할 때 입찰참가 자격조건을 합리적으로 결정하여 간판업자가 간판공사에 입찰을 못하게 만드는 행정을 바로잡아 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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