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과 사전협의 반드시…사업조정신청도 현행보다 용이하게
지난 달 24일 국회 도서관 소회의실에서는 중소상인 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워크숍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중소상인 생존을 위한 주요 입법과제들이 집중 제기됐다. 그 중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의 ‘중소상인 보호제도의 현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양창영 변호사의 ‘유명무실 중소상인 보호제도’, 그리고 (사)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정인대 이사장의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 보호 못하는 상가임대차보호법’이라는 주제의 발표가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지난 5월 말 임기를 시작한 19대 국회 출범에 즈음해, 소상공인신문은 워크숍에서 발표된 연구발표 내용을 중심으로 소상공인 분야 입법 과제를 집중 점검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SSM 막아야
현재 실시되고 있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은 2010년 정기 국회에서 크게 개정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노출된 법의 미비점을 악용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확장 전략을 지속해 왔고, 그로 인해 일찍부터 관련법 개정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가장 심각한 편법 개점 사례는 대기업 소유지분 51% 미만의 프랜차이즈형 개점 형태이다. 인천의 효성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원래 직영점으로 오픈했다. 그런데 인근 소상공인 단체에 의해 사업조정이 들어오자, 51% 미만 가맹점으로 전환해서 오픈을 강행했다. 이마트는 2010년 5월말 가맹 수퍼에 제품만 공급하고 매장 인테리어나 운영 방식에는 간섭하지 않는 `에브리데이 365`를 등록하고 가맹점을 받고 있다.
현재 상생법 부대의견에는 “지식경제부는 지식경제부령으로 체인점포의 범위를 정할때, 체인점포 개점 시 소요되는 임대차비용, 내외장공사비, 설비 및 비품설치비 등 총 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이 부담하는 것으로 한정하도록 한다.”로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지분 51% 미만 가맹점 오픈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으로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51% 미만 가맹점들은 허울만 가맹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100%면 100% 가맹점이지 어떻게 51%만 지분을 갖는 가맹점이 가능한가. 이 것은 전형적으로 대기업의 편법 개점을 부추기는 잘못된 법 해석이다. 이들 가맹점들은 실제 대기업들이 모두 운영하면서 회사 관계인들을 동원해 형식만 가맹점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허울만 가맹점인 경우를 막기 위해 상생법 부대의견의 가맹점주 지분 기준을 100% 이상으로 대폭 높여야 한다.
일단 개점하면 사업조정 유명무실
대기업들은 SSM 개점을 위해 별의별 편법을 다 동원한다. 2009년 GS수퍼 거제시 옥포점은 8월 14일 사업조정 신청이 들어간다는 소문을 듣고 8월 11일 갑자기 영업을 시작한다. 황급히 시작하느라 기존 수퍼마켓(홀마트) 간판을 달아둔 채 영업을 시작했는데, 신용카드 결제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오픈을 준비해 온 킴스클럽마트 김해 삼계동점도 마찬가지였다. 8월 19일 사업조정 접수가 이뤄진다는 말을 들은 킴스클럽마트 측은 14일 부랴부랴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8개의 간판 중 1개만 킴스클럽마트 간판으로 바꾼 채 황급히 영업을 시작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진행 중이었으며, 통상적인 오픈 광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같이 대형 유통업체들이 기습 개점을 일삼는 것은, 일단 개점을 하고 나면 이후 사업 조정 신청이 들어와도 영업은 계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점 이후에는 영업을 막을 장치가 현 상생법 내에는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이러기 때문에 도처에서 대형 유통업체들의 기습 개점이 이뤄지고 있다. 천막을 치고 아무도 모르게 야간에만 작업을 해 오다가 주말을 기해 갑자기 영업을 하거나, 옷가게가 내부 리모델링을 한다고 밖에다 써 붙여놓고, 오픈행사를 한다고 해서 가보면 대기업 SSM인 경우도 많다.
현재의 법은 중소상인이 SSM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할 경우, 그 SSM이 영업활동을 개시하기 전이라면 시ㆍ도지사는 필요에 따라 사업개시의 일시정지, 사업개시의 연기를 권고할 수 있고, 이에 불응하는 경우 권고내용을 공표할 수 있으며, 공표 후에도 불이행하는 경우에는 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점 후 조정신청이 시작되면 이마저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상인들과 대기업 유통업체들은 오늘도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다. 상인들은 혹시라도 천막을 쳐 놓고 내부 공사를 하는 곳이 있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나 보고 다니게 된다. 대기업들은 이를 눈치칠세라 별의별 연막 전술을 다 동원한다.
입점 전 상인조직 동의 거치도록
따라서 대규모점포 등의 개설을 위해서는 개설로 인해 이익을 얻는 대형마트가 필수적으로 중소상인에 대한 설명회와 의견청취 및 사전합의 절차를 거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는 이미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진즉부터 실시해 왔다.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실시하는 자치구가 있다. 서울시 송파구는 전통상업보존구역 안에 대규모점포 등을 개설등록 신청을 하려는 자가 개설로 인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인조직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신규철 집행위원장은 “사업조정신청을 보다 용이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사업조정신청 시에 중소기업자단체가 주로 사업조정을 신청한다. 그런데 중소기업 단체가 없을 경우가 문제다. 중소기업단체가 없는 경우, 동일업종 중소기업 중 일정비율이상(3분의 1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로 인해 단체가 없는 경우 동의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어 대기업의 기습개점에 대응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현행 3분의1의 기준을 대폭 낮출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 변호사는 “대기업 유통업체가 진입하면, 품목이 겹치는 과일점, 의류점, 생선점, 정육점 등이 모두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이들은 또 사업조정 신청을 시도지사가 아닌 중소기업청에 하도록 돼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업조정권을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으로 한정해서 시도지사에게 위임할 것이 아니라, 소매업 전부에 관한 사업조정권을 지자체에게 이양하는 것으로 법을 개선함으로써 소매업과 관련한 사업조정을 통일적으로 함과 동시에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사업조정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영환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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