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일 인천옥외광고협회 수석부회장

옥외광고업자가 옥외광고물 공사에 입찰조차 할 수 없는 사태가 종종 벌어져 문제가 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 입찰을 공고할 때 참가자격을 부당하게 제한하기 때문이다. 인천옥외광고협회 채성일 부회장(가현대기업 대표)은 불합리한 입찰참가 자격기준으로 옥외광고인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오랫동안 노력해오고 있다.

채성일 부회장은 2011년 10월 행정안전부에 ‘간판이 아름다운거리 조성사업(정비사업)’ 입찰참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다. 시·도 자치단체에서 주관하고 시행하는 간판정비사업 입찰공사에 간혹 옥외광고물업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전문건설업 중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업체들에게 입찰참가 자격을 부여하는 지자체가 일부 있다.

입찰 자격 제한 “불합리”
이를테면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면허(등록)와 옥외광고업면허(등록)를 동시에 보유한 업체로 참가자격을 제한하거나 업종이 다른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과 옥외광고업면허(등록) 업체가 공동도급하는 방식으로 입찰참가 자격을 제한하여 옥외광고업만 등록한 업체는 입찰참가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두 가지 면허(등록)을 보유한 일부 특정업체와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업체에 특혜를 주는 행정이라 할 수 있다.

민원신청은 이에 대해 질의한 것으로, 옥외광고시장의 주체인 옥외광고업체는 입찰참가 자격조차 박탈되고 영업권마저 침해당하는 현실이 정당한 행정인지 문제제기를 하면서 흐트러진 옥외광고물 입찰참가 자격 선정기준을 명확히 세워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행안부는 1차 질의에 대해 관할 시군구 사업부서 및 소관부서에서 판단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답변했다. 두 달 동안 모두 5차에 걸친 질의와 답변이 이루어졌고, 행안부는 마지막에 지방자치단체에서 간판개선 시범사업의 입찰자격 요건에 대해서는 현지 옥외광고업체를 반드시 입찰에 참여하도록 각종 회의(워크숍) 등을 통해 행정지도 하겠다고 답변했다.

채성일 부회장은 “간판개선사업의 입찰에 해당 지역 옥외광고업체의 참여를 제한하는 지자체는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지 말아야 하고, 이후에 간판개선 시범지역으로 선정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광고업자들 배제돼
하지만 간판개선 시범사업을 할 때 현지 옥외광고업체가 입찰에 아예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관급공사에도 불합리한 입찰참가 자격요건 때문에 옥외광고물 공사에 옥외광고업자들이 배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인천교통공사는 2016년 6월 ‘인천1호선 외부지주형안내판 개선공사’ 수의계약 견적제출 안내공고를 했다. 그런데 간판 개선공사임에도 불구하고 견적서 제출 참가자격을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한 전문건설업 중 금속구조물참호공사업 등록을 필하고 관련규정에 따른 입찰참가 제한대상이 아닌 자로서 조달청 전자입찰참가 등록업체(자)’로 규정하였다. 전문적으로 간판을 제작하고 설치하는 업체들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고, 간판 제작과 무관한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업체들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고한 것이다. 채성일 부회장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사업에 적합한 업종이어야 하는데 이를 어겼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항의하였다. 인천교통공사는 결국 견적서 제출 참가자격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제44조에 따른 옥외광고업 등록을 필하고…’로 수정하여 다시 공고하였다. 

디자인회사가 간판 제작·설치
강화군은 2016년 8월 ‘대룡시장 추억의 골목길 조성사업’의 시설공사 전자입찰 공고를 하였다. 입찰참가 자격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3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14조에 따른 입찰자격을 갖추고, 산업디자인진흥법 및 동법 시행규칙 제9조에 의한 산업디자인전문회사(환경디자인 분야)로 신고를 필한 업체’이다. 이에 대해 채성일 부회장은 다음과 항의했다.

“대룡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공디자인 사업은 각종 안내판, 포토존 및 쉼터 등 공공시설물을 설치하는 공사이다. 본 시설공사는 디자인 및 설계가 완성되어 제작·설치만 입찰로 나온 상태이므로 옥외광고물업에 등록한 업체가 해당 사업에 적합하다. 컴퓨터로 디자인만 하는 업체가 각종 안내 광고물 등의 시설물을 제작하고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디자인회사에 간판 공사를 맡기는 것은 상식을 벗어난 행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강화군은 8월 31일 현재 입찰을 그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에는 인천시로부터 자금을 일부 지원 받아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시 관계자 등과 참가자격에 대하여 상의하고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산업디자인 업체가 본 시설공사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담당 공무원이 말한 바 있다.

본지가 8월 26일(금) 강화군의 담당부서에 문의하자 대룡시장 활성화라는 취지와 분위기에 맞게 설치하기 위해서 전문적인 시공이 아닌 디자인이 중심이 되는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는 참가자격이 문제가 되니 대충 둘러서 말한 것으로 짐작된다.

채성일 부회장은 “제작설치를 하는 공사에 사업자 등록상 서비스로 되어 있는 산업디자인 전문회사를 뽑아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한지 따져보아야 한다”며 “서류를 작성해서 강화군청에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 공무원들 관련법규 오해도 있어
각 지자체에서 부당하게 제시하는 입찰자격 기준(조건) 때문에 옥외광고업체들이 옥외광고물 공사의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담당 공무원들이 관련 법규를 잘 모르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제2조에 따르면 “게시시설”이란 광고탑·광고판과 그 밖의 인공구조물로서 옥외광고물을 게시하거나 표시하기 위한 시설을 말한다.(‘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은 2016년 1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로 개정 공포되었다) 또한 “옥외광고업”이란 광고물이나 게시시설을 제작·표시·설치하거나 옥외광고를 대행하는 영업을 말한다. 그런데 현수막 게시대가 옥외광고업에서 취급하는 게시시설이라는 것을 모르고 금속구조물창호공사업 업체에 발주하는 경우도 있다.   

담당 공무원이 다음부터 입찰자격 조건을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허사가 되기도 한다. 부서 이동으로 새로운 담당자가 왔는데 업무의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전임자가 작성한 예전 매뉴얼대로 진행하기 때문이다.  

채성일 부회장은 최근에 소방전문업체가 광고물 입찰에 참여해서 공사 업체로 선정되는 등 다른 업종이 옥외광고업의 영역에 너무 쉽게 들어오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고 있다. 비전문가나 다른 업종이 곁다리로 옥외광고업에 등록해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옥외광고업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다른 자격증만으로는 옥외광고업 등록을 못하게 하거나 최소화 시켜야 한다. 채 부회장은 “우리도 옥외광고사 자격증으로 산업디자인 전문회사에 등록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현행 옥외광고업 등록여건은 일부 다른 업종 자격증으로도 등록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문제이며 시급히 개선할 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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