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점구 대표

서울시 동대문구에 있는 동서광고기획의 강점구 대표는 1988년부터 옥외광고업을 시작했다.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상경하여 동대문구에 굳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강점구 대표의 모습을 상징하듯 동서광고는 개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는 군대에 가기 전에 3년간 다른 일을 하는 회사에 다녔는데 제대하자마자 가방 하나 들고 서울에 올라오면서 지금 선택하는 직업이 평생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돈이 없어서 경동시장에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청과물을 팔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디자인을 배우러 다니던 학원에서 옥외광고 쪽을 하는 게 좋겠다고 권해서 마음이 가던 차에 간판가게에서 사람을 모집하는 걸 보고 그곳에 들어갔다.

거기서 한 달 동안 일을 배우다가 급히 가게를 차리게 되었다.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 개업을 준비하느라 이것저것 공부하고 연구했다.

“모르니까 공부를 했어요. 네온이 분당 몇 번 깜박거리는지도 따져봤어요. 여러 가지를 고민도 하고 공부도 해서 한 달 만에 가게를 열었어요.”

개업한 지 한 달가량 지나서 가든호텔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의 간판을 만들게 되었다. 가게에 설치한 간판을 보고 업주가 “와, 잘됐네.” 하며 칭찬했다. 

지역사회 봉사하느라 분주
어느덧 동대문구에서 동서광고 주변 골목의 터줏대감이 된 강점구 대표는 지역사회를 위해 분주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역에 살면서 방역 봉사활동도 하고 방범 봉사활동도 하고, 청소년들 캠페인 활동도 하고 녹색환경 캠페인도 해요. 이것저것 하다 보니까 맨날 바쁘고 맨날 모임이 있어요.”

봉사활동을 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많이 쏟아야 한다. 캠페인 하고 회의를 하고 식사하느라 정작 내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한 날들이 많다. 그래도 공원에서 자는 사람을 보살피는 등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보람을 많이 느낀다.

“간판업이 재미있어요”  
강점구 대표는 지금까지 동서광고를 운영하면서 작은 안전사고는 몇 번 있었지만 신체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큰 고비를 겪지는 않았다. 큰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서 매사를 조심조심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삶이 순탄하게 흘러왔다는 강점구 대표는 일은 재미있게 하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며 살아왔다.

“간판업이 재미있어요.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자체가. 건물에 간판을 만들어서 달아 놓으면 화려해서 좋고, 또 업주들이 만족할 때 뿌듯했죠.”

간판을 잘 만들고 싶어서 가게 규모는 크지 않아도 커팅기, 실사기 같은 장비를 남들보다 빨리 마련했다. 커팅기가 나왔을 때 바로 구입해서 회원들이 동서광고에 와서 많이 작업했다. 실사 출력기를 비롯한 다른 장비들도 나오면 곧바로 장만했다.

“현장성 살린 입법 절실”
강점구 대표는 간판을 만들고 나서 업주가 흡족해할 때가 가장 좋다고 한다. 처음에는 업주가 특정한 색깔과 디자인을 고집했다가 철회하고 강점구 대표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서 설치한 걸 보고 칭찬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간판을 잘 만들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규정 때문이다. 간판을 여기에 이렇게 해달라 요구해서 불법이라고 설명하면 불쾌하게 여기고, 며칠 뒤에 보면 불법으로 간판을 달아 놓는 일이 드물지 않다.   

강점구 대표는 옥외광고물법과 규정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할 뿐만 아니라 조항 하나하나를 명확히 표현해서 각 지자체마다 달리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옥외광고업자들에게 와 닿는 법은 별로 없어요. 업종 하나를 규제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데요. 소재상, 소재 배달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 막대기 끼우는 사람, 다는 사람 등등. 신축건물인지 아닌지 등 규정이 명확하지 않거나 옥외광고업자들이 원하는 걸 반영하지 않아서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드는데 옥외광고산업의 진흥을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2013 서울시옥외광고협회 한마음체육대회에서 동대문구지부가 종합우승을 하였다.

“협력하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옥외광고인들이 처한 환경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강점구 대표는 무엇보다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회원 상호간에 경쟁을 하면 안 된다고 봐요. 서로 협력하고 동업해서 살길을 궁리해야 하는데, 회원들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있어요. 회원들끼리 뭉쳐야죠. 뭉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어요.”

강점구 대표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동대문구지부장을 역임했다. 지부장 하면서 힘든 점은 개성과 고집이 있는 각 업체 대표들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었다.

“디자인 하나 갖고도 생각이 다 달라요. 그래서 뭉치는 게 가장 힘들죠. 그래도 재미있게 이끌어왔던 거죠. 회의 끝나면 밥 먹고 당구도 한 게임 치고 그랬어요. 게임을 통해서 많이 친해졌어요.”

그 덕분인지 지부장을 맡은 첫해에 서울시옥외광고협회 한마음체육대회에서 동대문구지부가 종합우승을 하였다.

강점구 대표가 지부장을 하기 전부터 동대문구지부는 구에서 발주한 사업을 회원들이 낙찰받아서 진행해왔다. 10년 전쯤에 구에서 한약상가 사업을 입찰에 부쳐서 외부 업체가 사업 주체로 선정되었지만 스스로 공사를 하지 않고 관내 업체들에게 하청을 준 적이 있었다. 당시에 회원사 30개 업체가 법인을 만들어서 입찰에 참여했지만 3등을 했다. 그 뒤로 관내 공사는 관내의 업체가 맡아서 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또 구청에서 협회에 관내의 공사를 맡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그래서 동대문구지부는 동대문구에서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재해방지 활동을 하는 것이다. 

“동대문구지부에서 옥외광고물 재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있어요. 위험한 간판이 있다고 할 때 구청에서 민원을 접수하면 처리할 방법이 없어요. 119에 신고해도 할 수 없는 게 있어요.” 올해도 5월에 광풍이 불었는데 돌출간판이 덜렁거리면서 걸려 있었다. 지나가던 주민이 새벽에 그걸 보고 119에 신고했는데 회원들이 크레인을 가져가서 정리를 해주었다. 그런데 구청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것 못지않게 잘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들을 지역신문 등에 많이 홍보해요. 불법현수막, 불법광고물, 주인 없이 방치된 간판들을 수거하거나 철거하는 등 지역을 위해서 이런 일들을 한다고 알리죠.”

작년에는 한 달 전부터 기획해서 6월 4일에 간판이 바람 불어서 떨어진다고 가정하고 밧줄로 매달아서 만들어 놓았다. 지나가는 시민이 119에 신고하고 119에서 구청으로 다시 신고하면 회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여 위험한 간판을 처리하는 예비 훈련을 했다. 강점구 대표는 이런 재해방지 활동에 제일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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