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주유소 사장들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유류세 못 내린다 엄살 말고 불법탈세석유 근절법안 즉각 개정하라!"
자영업종중 대표적인 중산층 업종으로 분류돼 온 주유소 사장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3월말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3천여개(직영 2천개 포함). 그 중 지난해 유사석유취급으로 적발된 주유소는 604개로 일반적인 사회범죄율을 적용하여 적발되지 않은 주유소를 추계하자면 20%~30%의 주유소가 불법석유를 취급하여 탈세하고 있는 것으로 한국주유소협회(이하 협회)는 내다보고 있다.

이들 주유소를 통해 탈루되는 세금만도 1조7천억원으로 면세유와 해상면세유 등을 합산하면 불법탈세석유로 인한 탈루세액이 연간 4조원 이상이라고 기획재정부 담당국장이 밝힌 바 있다.
4조원은 2009년 정부세입 164조원의 약3%에 이르는 금액으로, 2011년 정부의 4 대강 예산이 4조원이 남짓 되는 것을 감안하면 그 어마 어마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불법탈세석유로 주유소가 병들어가고 있다.
협회 한진우회장은 “탈루되는 세액을 거둬들인다면 2조원이 들어가는 반값 등록금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 돈으로, 정부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에 불만을 나타낸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면 살 수 없는 현실에 주유소들이 내몰리고 있다고 협회가 주장하는 이유는, 불법탈세석유를 취급하는 주유소들이 세금탈루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여 인근의 주유소에 심각한 경영악화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가는 소비자의 발길을 잡으려면 선량한 주유소들도 불법 탈세석유 거래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주유소의 낮은 영업이익률로부터 기인한다.
91년 3천3백여개였던 주유서가 거리제한 해제 이후 2010년 1만3천개로 난립하면서 월평균 판매량도 13000KL 에서 199KL(2010년)로 급감하였는데, 석유공 사의 발표에 따르면 정유사로부터 공급받아 판매하는 주유소와 정유사 대리점의 통상이익은 5~6% 수준이다.

대리점 이익률이 주유소보다 높은 점과 1%의 허수를 감안해 주유소의 통상이익을 5%로 전제하여 전국평균 월 판매량 1천드럼(1드럼은 200L)으로 손익을 분석해 보면, 200000리터*1,800원(휘발유, 경유 합산 평균판매가) 은 3억6천만원, 이 중 이익 5%는 1천8백만원이다.

월 수익 1천8백만원 중 카드수수료 1.5%(정률제) 540만원을 제하면 1천3백여만원이 남는다 이 돈으로 2명2교대 종업원 인건비와 각종비용,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 은행이자를 지출하면 더 이상 주유소는 손익이 남는 곳이 아니라, 사장 인건비를 건지기도 힘든 적자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와 같은 열악한 수익구조에서 50%를 상회하는 교통, 에너지, 환경세 등 제세금이 없는 불법탈세석유의 유혹은 많은 주유소 사장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낮은 수익률과 함께 업체 난립으로 인한 과당경쟁은 전국 평균판매량 994드럼 (2011년 3월)에 미치지 못하는 주유소를 8천개~1만개(협회예상) 이상 양산하고 있는 상황으로, 구미에 서 궐기대회에 참여한 업체사장은 “20년 주유소 하면 서 최근같이 힘든 경우는 처음이다.
휴일 없이 1년 365일 일해 도 밥 먹기에 급급한 현실임에도 소비자들은 주유소에 따라 100원에서 200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며 우릴를 신뢰하지 않는데 미칠 노릇이다. 불법석유 때문인 줄 모르고 업체가 지나치게 이익 보는 것 아니냐며 의심한다. 더군다나 대형마트 주유소는 아주 우리를 빚더미에 앉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대형마트 주유소, 인근 업체 초토화 시켜
2009년 7월 울산시 남구청은 주유소 등록요건 등을 지자체로서는 전국최초로 고시로 제정하여, 롯데마트 울산점의 주유소 건립계획을 무산시킨 바 있었다. 이후 각 지자체마다 지역의 영세자영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규모 점포에 대한 이격거리를 규정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를 제정하여 대형마트 주유소의 진출을 막았다.

하지만 정부는 2010년 12월에 대형마트 주유소 확산을 통해 기름값 안정을 꾀하겠다며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광역시 이상 지역에서는 대형마트 주유소 관련 이격거리 규제를 해제했다. 상위법 개정으로 광역시 이상의 대형마트 주유소 진출여부는 정부가 결정하게 된 것이다.

대형마트 주유소를 통한 가격경쟁 촉진으로 물가안정 효과를 거두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변하지 않는 한, 대형마트로 인한 지역주유소의 도태는 명약관화 하다. 시행령 개정 이후 롯데마트는 올해 안에 과 구미점 2곳 을 더하면 이마트가 운영하는 5곳과 같아지게 된다.
이들 대형마트의 주유소는 고객유치를 위한 노마진의 미끼상품으로 지역 평균가격 대비 ℓ당 70~80원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높은 구매력과 셀프 주유를 통한 인건비 절감 등으로 저가공급이 가능하다며 인근 주유소들을 초토화시켜가고 있는 중이다.

협회의 경북지회 관계자에 의하면, 구미시의 경우 이마트 구미점과 롯데마트 구미점 2개 주유소에 판매하는 판매량은 월 2만드럼으로 구미시 전체 10만드럼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인근의 상신, 터미널, 금호산주요소 등을 폐업하게 만든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으며, 구미시내에서 현재 영업 중인 133개 주유소의 경영악화 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협회의 ‘대형마트 주유소의 진출 철회’가 아닌 ‘염가판매 관련 가이드라인 책정’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인 채로 ‘소비자에게 저렴하고 좋은 기름을 공급하는 것’이 석유정책이라며 대형마트 주유소의 계속적인 설립을 용인하는 한 특별시와 광역시에 포함되어 있는 주유소 3천여 곳의 상당수는 언제 고사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주유소의 설립 후에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여 ‘영업시간 제한’ 을 얻어낸 이마트 구미점과 군산점, 롯데의 용인수지점의 사례가 그나마 다행이다.

농협주유소는 면세유 배당권 내놓아야
농협주유소의 저가공세는 대형마트와 함께 지역주유소 도태의 또 다른 축으로 주유소 사장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올해 말까지 400개로 늘어날 예정인 농협 주유소는 계통유류구매사업(지방단위조합에서 중앙회를 통해 공동구매)을 통해 확보한 가격경쟁력으로 인근 주유소보다 많게는 100원까지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사입해 온 가격으로 판매하는 농협주유소는 기존 단골고객들을 다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면세유를 공급하면서 과세유까지 공급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입니다”라고 대전의 모 업체 사장은 얘기한다.

대부분 지방의 국도변이나 면단위에 위치하고 있는 농협주유소가 면세유 때문에 주도권을 빼앗긴 시골주유소들의 과세유 고객까지도 빼앗아 가는 형국으로, 이는 주유소 판 SSM(슈퍼슈퍼마켓)이다.

농협주유소가 면세유 배정권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협회 한회장은 “농민들의 면세유카드를 담당자에게 맡겨놓고 쓰게 하고 있다. 쓰다 남는 것은 과세유로 돌려지는 상황으로, 농민들의 경제생활에 밀접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면세유도 쓰고 과세유도 농협 것을 사용하라고 하면 농민들은 거절할 이유가 없다. 농촌지역 자영주유소 는 정말로 심각하다”고 설명한다.

협회가 농협의 면세유 권리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기존주유소들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게임의 룰’이 편파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함께 면세유가 불법탈세 석유로 변질되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고 튀어나오는 면세유 관련 불법행위들은 기본적으로 농협이 농민들에게 면세유류를 지급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면서도 농가의 실제 소요량 파악도 없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인데, 지난 5월24일에도
제천·단양에서 약 5개월간 면세유를 부정사용한 농가 13곳이 적발되기도 했다.

면세유가 화훼단지 및 양계장 등 대량사용처에 배정된 유종과 다른 연료로 전용되어 부정유통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협회의 농협주유소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경유로 배정받아 놓고 가격이 저렴한 보일러등유나
불법석유로 사용하고 있다. 사용농가에 대한 정확한 사용량 측정이 불가능한 점과 경유에 붙는 세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부정유통으로 얻는 이익도 커진 상태”라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재 면세유를 통한 탈루추정세액은 3,190억원 규모로, 면세유 배당업무 기관이양문제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 장관도 검토의사를 밝힌 바 있느니 만큼 새로운 제도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금 걷는데 들어간 카드수수료 부담은 어처구니 없는 일
주유소 매출의 91%가량은 카드로 결제되고 있다. 결제액의 1.5%를 가맹점 수수료로 지불하고 있는데, 문제는 50% 수준의 유류세 부분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까지 정부를 대신하여 주유소에서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고자 한나라당 서병수의원의 대표발의로 세금에 해당하는 금액의 신용카드수수료를 법인세 또는 소득세에서 특별세액 공제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2008년 12월 발의되었으나 지금까지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발의안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0년 3년간 8,519억원의 공제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1만3천개 주유소가 한 곳당 6천5백만원 정도를 공제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와 같은 주유소들의 과도한 납세협력비용 부담에 대해 당시 법안을 검토했던 기획재정위 김광묵 전문위원은 ‘카드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부담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상태에서 국가의 징세비용이 사업자의납세협력비용으로 전가된 것으로, 판매가격의 통상 50~60% 수준인 유류세를 감안하자면 과도한 징세협력비용을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다.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밝힌 바있다.

2009년 당시 기재위 검토에 대해 서병수 의원실의 보좌관은 “의원들 사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으나 기획재정부는 여타의 납세협력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다른 업종들도 문제를 제기하면 조세수입에 지장이 초래된다는 논리로 도입을 거부했었다”고 기억한다.

“정부가 정유사의 손목을 비틀면서까지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면서도, 납세협력에서 발생한카드수수료를 손대지 않는 것은 불합리한게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조세소위(8명)에 참여하고 있는 여야의원들의 분위기는 협회의 요구에 우호적이지 않다. 한 번 정부측의 반대로 부결된 상태인데다가 세수가 걸린 문제라 쉽게 합의점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들이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확인되었다.

협회는 이 문제와 관련해 법무법인을 통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으로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정부적인 대책 마련되어야 현재 석대법 개정과 관련하여 상정된 법안은 이종혁의원이 지난해 3월 발의한 ‘유사석유 유통사범 및 사용자 처벌강화’, 이명규의원이 발의한 ‘고의적 유사석유 판매시 사업정지처분을 과징금으로 갈음 금지’,조정식의원이 올 3월에 발의한 ‘유사석유판매사실 공개확대’ 등으로 처벌 강화를 내용으로 한 개정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처벌강화를 여야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주장하는 것은 현재 영업정지나 과징금 부과로 규정된 처벌수준이 부당이득에비해 지나치게 경미하다는 것이다.
지자체는 영업정지보다는 과징금을 통한 세수확보를 목적으로 단속사범에 대해 대부분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통상 4천만원 수준으로 탱크로리 3대분 60,000L의 부당이득 4천8백만원(1대당 1천6백만원 가격차 820원*20,000L) 에도 미치지못하고 있다. 이는 1천드럼을 판매하는 주유소의 경우, 탱크로리 3대분 300드럼은10일치 물량 정도로 지나치게 처벌수위가 낮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처벌수위 강화와 함께 불법탈세석유 유통의 근절을 위해서는 주유소를 현금영수증 의무화 업종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금액에 상관없이 매출에 대하여 현금영수증 발행을 의무화 하면, 매출이 전액 신고됨에 따라서 주유소의 불법탈세석유 부정유통을 근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석유일반대리점의 관리도 강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회장은 “일반대리점이 전국적으로 570개 있는데, 정유사와주유소간 직거래가 확대되면서 가격경쟁력이 별로 없는 대리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면세유 부정매입이나 세금계산서 허위발행 등으로 유통질서를 혼란시키고 있다”며 대리점 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처벌강화와 함께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되어야 불법유통을 근절시킬 수 있다. 현재 한국석유관리원은 자체인력의 부족과 사법권의 부재로 인해 경찰 등과의 업무협조를 통해서 단속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구조이다. 그렇기에 상시적인 감시업무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국세청과 경찰, 업계 등이 참여하는 합동단속기구라도 만들어서 대처해야 한다고 주유소협회는 요구하고 있다.

수억원의 초기자금을 투입해야 시작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중산층 자영업종에서 이제는 문을 닫고 싶어도 철거비용 1억4천만원이 부담되어 폐업도 하지 못하는 일부주유소들.
이들은 월정액을 받고서 장소를 임대하지만 임차인들이 불법석유생산의 장소로 악용하여 범법자로 전락되기도 한다.

선량한 사업자로서 사업을 영위하기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주유소의 몰락은 중산층의 붕괴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경제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중산층의 붕괴를 더 이상 두고 보는 한 우리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이제라도 이들 주유소의 몰락을 막기 위해 관계당국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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