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록 시공사는 1963년에 해남에서 태어나 해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서울로 올라와 간판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에는 사촌 형을 따라 실크인쇄부터 시작했고 나중에 간판을 다루었다. 실크인쇄에서 전자인쇄로 다시 넘어갔으나 그것도 짧은 시간에 기계화되면서 인력이 줄어들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러다 군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간판에 뛰어들어 시공부터 기술을 섭렵해서 제작과 시공이 가능했다.

그때가 27세였다. “전 닥치는 대로 그때마다 작업을 배워서 스승이 없는 것이 흠입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눈여겨 보아둔 것을 그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정석의 스승이 없는 것을 시인했다. 그러다가 ‘성화 애드’로 들어가 현장관리를 하면서 직접 시공을 하는 책임자로 있게 되었는데 말이 책임자지 현장에 모든 일을 거의 다 하다시피 했다.

“안전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다”

그는 지금까지 간판 외길을 걸어오면서 뒤를 돌아다볼 때마다 몇 가지 잊히지 않는 일들을 종종 떠올린다. 간판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라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한 실수 때문에 생긴 피해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던 현장이다. 당진 쪽 골프장에서 LED를 설치하는데, SMPS를 구성하지 않고 작업자가 설치 시공을 하고 바로 직접 AC전원을 넣어 LED가 순식간에 타버렸다. LED 재료만 500만 원 상당과 작업 인건비 모두 날린 경우다. LED작업을 생활화하고 있는 시대에 얼마나 황당한 일인지... 여전히 짧은 순간의 아찔한 실수에 대한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고 한다.

30년 동안 크고 작은 사고도 있었다. ‘간판 척척’ 직원으로 현장 작업에서 5단 A사다리를 다 펴서 끝에 올라 용접을 하고 있는데 테크가 잘 되지 않자 용접봉으로 계속해서 긁다가 중심을 잃고 추락하였다. 밑에 사람이 지나가는데 시간차로 행인과 부딪히지 않고 바닥으로 추락하여 갈비 3대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고 3개월 동안 고생했다. 거기다 곤돌라에서 손가락까지 부서질 만큼의 끼임도 있었을 정도로 현장에서 온몸으로 던져 목숨을 걸고 작업하는 사람 중의 하나이다. 지금은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연륜이 생겼다.

“그만큼 안전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네요. 그래도 급하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듭니다.”

시공은 혼자 하면 위험해

“시공하는 작업자들은 대부분 돈 욕심 때문에 안 해본 일이 없을 겁니다.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이상록 씨는 또 “사고의 본질적 원인은 욕심에서 있습니다.”라고 강조한다.

한번은 빌보드 화면을 15미터에 8미터짜리를 혼자서 철거를 하고 다시 혼자서 화면텐션을 하려다 결국 힘들어서 사람을 불러 작업을 완료했다. 시공은 절대 혼자서 해서는 위험하고 힘든데도 그렇게 했었던 것은 욕심이 앞섰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현장에서 작업자와 기술적 의견이 달라 충돌한다고 한다. 작업을 지금까지 해오면서 현장에서는 가장 나쁜 일이 기술자의 자존심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술자들은 자신이 작업하는 방식이나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의견이 달랐을 때 상대방이 끝까지 적절한 기술이나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에 답답해진다. “세상에는 우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조차 쉽게 해결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도 엄청 많잖아요. 그런 능력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해결하고자 할 때 다른 작업자의 의견에 부딪혀 일을 힘들게 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도 서로 간의 방법과 방식, 고집과 성격으로 인해 부딪치는 경우가 많아서 젊은 사람들이 배우기 힘든 직업 중에 하나일 겁니다.”

목표 이루려고 취미생활을 접어

이상록 시공사는 젊었을 때 무지막지하게 목숨 걸고 열심히 벌어서 현수막과 간판공장을 운영하다가 9억짜리 부도로 완전히 주저앉았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열심히 벌었을 때 잘 모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고, 그때의 경험을 통해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왜 삶을 포기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일이 있으면 멈추지 않고 계속 작업을 진행하는 습관이 있어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한 전날에도 야간작업을 하였다. 다음 날 해야 할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었다. 시공을 전문으로 하려면 우선으로 체력이 가능하여야 하여야 하는데 그의 체력은 그 이상이다.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시간이 되면 취미생활로 마음 편하게 여행 다니는 것이 그의 크나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그는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분간 취미생활을 다 접었다. “허허허. 우스운 이야기일는지 모르지만 저는 집 2채 갖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성공할 때까지 열심히 일만 할랍니다.” 그래서 힘들겠지만 술을 끊을 셈이다. 그가 호탕하게 웃으며 돌아가는 뒷모습과 걸음걸이에는 희망과 기운이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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