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특별자치시의 문화광고사 임권수 대표는 간판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은 두 차원 높게, 신용은 확실하게’를 모토 삼아 한때 충청남도 연기군 간판 물량의 60% 정도를 소화했다.

임권수 대표는 문화광고사를 개업하기 전에 초등학교에서 9년간 일했다. 임 대표는 1985년에 교통사고를 당해 왼쪽 다리에 장애가 있었다. 그때 아는 사람이 소개해줘 초등학교에 기능직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글씨 쓰고 환경 정리하는 일을 했다.

그러다가 시내에 나갔을 때 간판이 너무 획일화되어 있는 것을 보고 변화를 주고 싶어서 간판업계에 뛰어들었다.

“철물점도 고딕체 다방도 고딕체 조금 특이한 업체도 다 고딕체인 거예요. 그때는 아크릴 쓸 때니까 재단하기는 어려웠겠죠. 거의 그런 추세로 가더라구요. 내가 간판해도 저것보다 나을 텐데 왜 저렇게 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많았죠. 상호와 맞지 않게 고딕체 쓰는 게 태반이었어요.”

디자인 학원 다니며 개업 준비
임권수 대표는 직장 생활을 9년 동안 하다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에 디자인 학원에 다녔다.

“디자인 학원을 다닌 이유는 내가 아는 게 있어야 후배들한테 가르쳐줄 게 있어서죠. 내가 아무리 손재주가 좋아도 기본 자질이 부족하면 안 되잖아요.”

수료 기간이 6개월인데 시간이 없어서 이틀에 한 번씩 1년을 다녔다. 조치원에서 대전까지 직행버스를 타고 가서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실습했는데도 동기들보다 작업 속도가 빨랐다.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어렸을 때부터 형님을 도와준 경험이 있어서 디자인을 배우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았다.

“형님이 카드를 직접 그리는데 한 분야를 내가 맡아서 해주었어요. 글씨를 쓴다든가 하는 식으로 도와주다가 감각을 많이 익혔죠. 300개 정도 카드를 만들었어요. 아는 사람도 주고 문구점에도 갖다 줬어요.”

1년간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하고 1991년 10월에 개업했다. 돈이 없어서 장인어른한테 500만 원을 빌려서 전세금을 냈다. 당시에는 큰 장비가 없었으니까 목돈 들어갈 일이 없었다. 장비는 중고를 많이 구입했다.

비 와도 약속 날짜를 맞춰
막상 개업을 했지만 경험이 부족해서 엄청나게 노력했다. 밤에 남이 한 거를 직접 가서 살펴보고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작업을 했다. 눈썰미가 좋아서 그게 가능했다.

“경험이 없기 때문에 두 배 세 배 노력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디자인은 두 차원 높게, 신용은 확실하게’를 모토로 삼았죠. 15년 만에 딱 한 번 약속을 어겼어요.”

임권수 대표는 비가 와도 약속 날짜를 맞추어 주었다. 비가 내리면 감전될 수 있기 때문에 봉지 세 개를 감싸서 손에 쥐고 간판을 설치했다.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 덕분에 5년 만에 소비자들이 다 몰려왔다. 대전, 청주로 빠져나가던 업주들이 문화광고사로 찾아와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광고하는 게 무서웠다”
요즘은 세종시를 알리기 위해서 홍보를 하지만 오랫동안 광고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광고하는 게 무서웠다. 주문이 밀려들어 일을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명함도 잘 안 줬어요. 한동안 연기군의 간판 60%가량을 감당했어요. 업주들이 커피, 음료수, 돈을 준비해 놓고 대접해 주었죠.”

문화광고사에서 간판을 만들어 달아주면 업주들이 무척 흡족해했다. 임권수 대표가 디자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계속 책고 보고 잘 만든 간판 사진도 찍어 놓고 나중에 활용하는 등 남다르게 열정을 쏟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권수 대표는 단순히 간판을 시공하고 설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업주들이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었다.

“저가 상품이 있는 상가지역인데 고가간판을 만들어주면 비싸 보여서 손님들이 안 들어가요. 여기 색깔 저기 색깔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봐서 조금만 더 한 차원 높게 해주면 되는 거죠. 그러면 손님들이 지나가다 ”어, 여기 한번 들어가볼까” 이렇게 되는 거예요.”

그러려면 주변 색깔을 다 따라가면 안 된다. 약간만 변화를 주어야 한다. 반대로 고가지역이면 간판도 더 예술적으로 해줘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싸 보여서 안 들어간다.

“간판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안 돼요. 지형과 규모, 시장의 흐름을 알고 일을 해줘야 합니다. 명퇴 당하고 대출 받아서 장사하면 된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그게 아니거든요.”

임 대표는 사장을 포함한 직원이 한두 명인 업소의 경우 메뉴가 많으면 “이 메뉴를 어떻게 감당할 거냐, 단순화시켜라. 다시 생각해 봐라.”라고 조언해 주었다.

임권수 대표는 앞으로 특수간판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큰 빌딩을 지을 때 조형물이 들어가는데 간판으로 조형물을 만들고 싶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고 있다.

“단시간에 끝나는 거 말고 좀 손때가 묻은 간판을 만들고 싶죠. 손이 여러 번 가더라도 남들이 저렇게까지 미련한 짓을 했을까 하는 간판을 제작해 보고 싶어요.

고광석 기자

“일 잘한다” 충청남도에 소문 퍼져 
임권수 대표는 초등학교에서 근무할 때 환경정리를 했고, 학교 내의 게시판 등 글씨와 관계된 것을 다 담당했다. 일을 워낙 잘해서 연기군 내에서 내로라할 정도로 유명했고, 충청남도에 소문이 났다. 상사들도 새로 부임했을 때 임권수 대표한테 인사를 하러 왔다.

장학 시찰단이 왔을 때에는 임권수 대표가 다 정리해 놓은 걸 보고 다들 놀라워했다. 그래서 교육청으로 발령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임 대표를 놓치고 싶지 않은 상사가 말을 해주지 않아서 무산된 적이 있었다. 임 대표가 디자인 학원을 다니면서 창업을 준비할 때 비로소 상사가 실토했는데 ‘거지가 되더라도 내가 원하는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데다가 너무 박봉이어서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6개월 뒤에 그 상사가 전화를 했다. 자리를 마련해 놓았으니까 지금이라도 다시 들어오라고 했다. 그렇지만 다른 길이 있다고 거절하였다.

임권수 대표는 2001년부터 9년간 세종시지부장을 역임하면서 협회를 정착시켰다. 사무실도 얻고 보증금도 마련하고. 회원도 늘어났다. 현수막 게시대 사업도 시작하고, 도 체육대회에 나가서 우승도 하였다.

고광석  webmaster@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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