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결제가맹점의 97%, 수수료 인하 효과
지난 달 26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공청회’에서 그 동안 카드사들이 추진해온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안(이하 개편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번에 발표된 개편안은 진즉부터 안팎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신용카드 가맹점 정책은 1997년 기본적인 골격이 정해진 이래 한번도 바꿔지지 않았다. 그 해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제정해 가맹점의 카드수납 의무화 제도를 채택했다. 그리고 업종별 수수료 체계와 수수료율은 그보다 이른 1980년대에 결정됐다. 그 때 정부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소득표준율, 위험부담, 공익성, 서민생활 밀접업종 여부와 같은 모호한 기준에 근거하여 수수료율을 매겼다.
수십년 만에 발표된 개편안
이에 따라 유흥 사치업종에는 가장 비싼 5%의 수수료를, 국민편의 업종에는 3%, 그리고 중간의 여타 업종에는 4%의 수수료로 차등 적용했다. 그러다가 2000년에 이르러서야 정부의 과세표준 양성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애초의 수수료율에서 한차례 일률적으로 10%씩 인하됐다. 이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율이 이 후 2.7%, 3.6%, 4.5%의 체계를 가진 채 오늘에 이르게 됐다.
그런데 이렇게 특별한 근거없이 땅 따먹기 놀이처럼 급조된 수수료 체계는 이후 중소 가맹점들에 대해 심각한 멍에를 지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1월 매출 상위 1천 개 가맹점이 올린 총 신용카드 매출은 17.3조 원이었다. 이들은 평균 1.62%의 수수료율이 적용돼 2,800억 원의 수수료를 부담했다. 한 기업 당 173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형 가맹점들이었다(표1 참조).
그 이하 연 매출 2억 원 미만 가맹점을 뺀 중소 가맹점 56만개의 가맹점이 올린 신용카드 매출은 12.1조 원이었고, 평균 수수료율 2.4%가 적용돼 이들이 낸 가맹점 수수료는 2,900억원이었다. 매출은 대형 가맹점보다 31%(5.2조) 적지만, 수수료 부담은 되려 33%나 더 많이 부담하고 있다. 이들 중소 가맹점들은 지난 1월에 한 가맹점 당 2,160만 원의 신용카드 매출을 올려 518,000원의 수수료를 부담한 결과가 됐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이들 중소 가맹점들의 불만은 매우 높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에 매출 대비 정률로 빠져나가는 가맹점 수수료는 얼마 되지 않는 순이익률을 현격하게 깎아내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소가맹점들은 신용카드 시스템으로 돈을 많이 버는 대형 가맹점들이 더 수수료를 내지 않고, 중소가맹점들이 더 돈을 내는 시스템은 심각하게 잘못됐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회장 김경배, 이하 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신용카드 수수료 개편안 이대로는 안된다”고 밝혔다.
골목상권 업종, 수수료 오른다
연합회가 개편안에 대해 반발한 이유는 “개편안이 이전과 똑 같이 중소형 가맹점에게 불리하게 나왔기 때문”이었다. 개편안의 시뮬레이션 결과(표2 참조)를 보면 편의점업 가맹점의 94.6%가 오히려 수수료가 오르게 돼 거의 대다수의 편의점업 업체들의 수수료가 올라가게 됐다. 그리고 수퍼마켓업 가맹점의 76.6%, 미용실업 가맹점의 49.3%도 수수료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나 태반의 가맹점들에게 불리하게 나타났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표에서 보듯이 일반 음식점업 가맹점이나, 제과점 가맹점들이 유리해진 것은 아니다. 또 다른 표(표3 참조)를 보면 이번 개편안 결과 평균 결제금액이 1만원 미만 사업장은 수수료 인상 가맹점 비율이 무려 91.4%나 된다. 대부분 서민업종이 몰려 있는 평균 결제 금액 1만- 5만원 구간의 가맹점 47.1%도 수수료가 오른다. 5만원~10만원 구간 가맹점은 16.4%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만-30만원의 평균 결제금액을 보이는 가맹점은 95.8%, 30만~50만 가맹점 98.5%, 50만~100만 가맹점 98.5%의 가맹점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누리게 됐다. 10만-100만 원의 평균 객단가를 보이는 3666개의 가맹점 중 120개 만이 수수료가 오르게 돼 99.7%의 가맹점들이 수수료 인하 효과를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 결과대로라면, 객단가가 높은 대형 및 호화업종들의 가맹점 수수료는 내려가는데 반해, 대부분 객단가가 낮은 서민업종 가맹점들은 되려 수수료율이 높아지거나, 수수료율 인하 혜택이 적어지는 결과로 된다.
사회 양극화 더 심화
이에 따라 같은 미용실 중에서도 골목안의 서민 미용실, 음식점 중에서도 객단가가 낮은 골목의 음식점들은 대다수가 수수료가 올라간다. 반면 객단가가 높게 마련인 고급 미용실, 고급 음식점들은 수수료 인하 혜택을 크게 받게 된다. 또 같은 의원들 중에서도 성형외과나 피부과 같은 의원들은 객단가가 높으므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크게 받지만, 객단가가 낮을 수밖에 없는 내과, 이비인후과같은 의원은 수수료가 높아지거나 혜택을 적게 받는 결과가 나온다.
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이 결과를 두고 “정부와 카드사들이 개편안을 통해 사회 양극화를 크게 해소하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 치더니, 되려 또 다시 서민들을 때려잡는 안을 내놓았다”라며 개탄해 했다.
전인철 기자 sbnews3008@naver.com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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