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행자부)가 지난 21일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옥외광고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 개정안 내에는 ‘상업지역내에 디지털 사이니지 간판을 전면 허용한다’라는 옥외광고업계에 매우 예민한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상업지역 내 업소들의 정면간판도 전광판과 같은 간판으로 바뀔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지역의 한 옥외광고단체장은 “생활형 전광판을 포함한 디지털광고물을 전면 허용할 경우 플렉스 및 LED채널 간판 제작 등 전통적 옥외광고 종사자들의 상당수가 문을 닫게 될 것”이라며 “옥외광고 단체를 포함한 종사자들은 이번 입법예고 무효화를 위해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역 단체장도 “행자부는 작년에 법 개정 과정에서도 일선 옥외광고업체들의 여론을 깡그리 무시하고 법을 개정하더니,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도 똑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라고 비난하며, “상업지역 내의 간판까지 전광판 간판을 전면 허용하면, 일반 간판업체들의 경우 기술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장을 뺏기게 될 것”이라며 당혹해 했다. 

서울에서 일하는 일선 광고업체 이 모씨도 “이 정부가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냐”라고 울분을 토로하면서, “가뜩이나 일감이 없어 힘든데, 이같은 법이 실제 시행되면 우리는 다 죽게 된다”라고 힘없이 말했다. 하지만 아직 기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 발표한 시행령은 입법 예고이기 때문에 정부는 5월 23일까지 의견수렴을 하여 시행령을 확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시행령 개정에 대해 강력한 입장을 제기해 온 한국옥외광고협회(회장 이용수)도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책을 숙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시행령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온 업계가 고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편 이같은 정부의 입장에 대해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15일 한국OOH광고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온 이종민 교수는 “도심 한 복판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전광판 간판에서 현란한 동영상들이 자유자재로 풀리게 되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장우 기자

         ==========================================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 전면 법제화 수순 밟나
“디지털광고물 전면허용하면 옥외광고인 다 죽는다”   
 행자부 “업계 발전위해 필요” vs 업계 “그래도, 전면허용은 안돼”

동영상 광고판, 전자게시대, 전광판 등 디지털 옥외광고물의 전면 허용을 골자로 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지난 4월 21일 마침내 입법예고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디지털광고물과 자유표시구역 도입 등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옥외광고물의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해대해 디지털사이니지 업계는 “관련법 부재와 지자체의 현실에 맞지 않는 법적용으로 상당수의 대형 광고판이 불법으로 매도되는 등 그동안 디지털사이니지 업계는 너무 힘든 길을 걷어온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번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로 영상 및 콘텐츠 개발을 포함한 디지털사이니지 관련 기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게 됐다”라고 말했다.   

행정자치부도 “ICT(정보통신기술)와 새로운 광고 매체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활성화되지 못했던 디지털광고물에 대해 정의하고 표시방법을 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또 이번 시행령 개정안 준비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한국옥외광고센터, 한국OOH광고학회 등의 단체들도 관련 공청회나 세미나를 통해 옥외광고 업계와 종사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거듭 밝히기도 했다. 

“입법예고 이후 업계 고사위기 고조”

그런데, 행자부의 이런 주장과 달리, 플렉스 및 LED채널 간판 등 전통적인 옥외광고 종사자들 사이에선 “디지털광고물이 본격적으로 양산될 경우 생존권마저 위태롭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함께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지역의 한 옥외광고단체장은 “플렉스 간판을 LED채널 간판으로 바꾸는 간판개선시범사업을 진행해오더니, 이젠 LED채널 간판을 생활형 전광판으로 바꾸려 한다”며 “시대적 흐름인 것만은 맞지만, 업계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는 전혀 받아들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 단체장은 또 “우리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인 만큼, 한국옥외광고협회중앙회를 비롯한 관련 단체들은 집회를 통해서라도 우리의 입장을 정부에 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단체장도 “디지털광고물은 분명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것만은 맞지만, 그렇다고 한꺼번에 전면 허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행자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면서 옥외광고 업계의 입장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했다고 하는데, 전면 허용이 아닌 단계적 허용 등을 포함해 상당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엔, 한국옥외광고미디어협회, 한국전광방송광고협회, 한국광고홍보학회 등도 뜻을 함께 하는 상황이어서,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둘러싼 업계와 정부의 이견이 상당기간 진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광고물 전면허용 반대에 함께 힘모아야”

특히 이들 단체들은 지난 4월 15일 한국OOH광고학회 주최로 열린 ‘개정된 시행령의 이해’ 특별세미나에서 대기업의 디지털사이니지 시장의 빠른 잠식과 대기업 중심의 광고시장 재편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우선 이들은, “전국적으로 수만개가 넘는 대기업 편의점의 경우 자사광고를 포함해 타사광고까지 송출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다양한 업종의 체인점업계로 확산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그렇게 될 경우, 대기업은 광고수익을 또 다른 수익창출 모델로 삼게 될 것이며, 결국엔 중소 광고대행사의 설자리는 더욱 더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단체 및 학회에선 한국옥외광고협회와의 공동보조를 통해 생활형 전광판을 포함한 디지털광고물의 엄격한 관리와 함께 전면 허용이 아닌, 단계적인 허용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행자부는 부처협의를 거쳐 5월 규제심사, 6월 법제처심사와 국무회의, 차관회의 등이 끝나면, 7월 개정 시행령을 공포·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시행령 개정안 의견은 여기로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은 오는 5월 23일까지 ▲예고사항에 대한 의견(찬·반 의견과 그 이유) ▲성명(단체인 경우 단체명과 대표자명), 주소 및 전화번호 등을 기재한 의견서를 행정자치부장관에게 우편이나 팩스로 제출하면 된다. 주소 및 팩스는 아래 참조.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대로 209 정부서울청사 1316호 행정자치부 주민생활환경과
*전화 : 02-2100-4375, 팩스 : 02-2100-4239

김영욱 기자 

        ==========================================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 중앙회 입장은>

“행자부, 입법예고 기간에 업계입장 최대한 수용해야”
중앙회, 4월 28일 비상이사회서 향후 대책 논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이 수면위로 떠오른 이후, 옥외광고업계의 권익을 대변해온 한국옥외광고협회중앙회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중앙회는 “생활형 전광판을 포함한 디지털 광고물의 전면 허용방침이 플렉스간판, LED채널간판 등 전통적인 옥외광고업에 종사해온 회원들의 생존권마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라며 전면 허용이 아닌 단계적 허용을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중앙회는 또 디지털 광고물의 단계적인 법제화와 함께, 관련 업계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중앙회는 관련법 미비로 전국에 걸쳐 불법적으로 설치돼 온 생활형 전광판에 대한 대대적인 일제 정비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회는 불법 설치를 요구한 광고주나 불법으로 설치해준 옥외광고업체 모두 생계형 업소가 많기 때문에, 단속이 아닌 법테두리 내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중앙회는 전광판 설치에 필요한 조도, 크기, 종류, 표출방법 등과 관련해 인증제나 허가제를 도입할 경우 지자체의 세수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중앙회는 또 외부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전광판 밝기를 조절하는 기술이 이미 완료됐기에 조도센서 인증에도 별 문제가 없다는 뜻도 함께 전했다. 

이처럼, 중앙회는 시행령 개정안이 본격 논의될 당시부터 업계의 입장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 의견서’를 준비해왔을 뿐만 아니라, 입법예고 이후에도 옥외광고업계의 입장을 행정자치부에 적극 피력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편 중앙회는 4월 28일 행자부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비상이사회를 개최하고, 전국 시도협회장을 포함한 이사진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중앙회는 이날 회의에서 나온 결론을 토대로 향후 대책도 함께 세운다는 계획이다.        

김영욱 기자

          ============================================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중앙회 의견>

- 디지털 광고물 정의
현재 전국적으로 수 만 대가 넘는 전광판이 설치·사용되고 있지만, 관련 규정 미비로 무질서하게 난립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디지털 광고물을 전광류 광고물(전자게시대와 생활령 LED전광판)을 포함한 신규 광고물로 분류하는 내용이 담김에 따라, 생활형 전광판의 대대적인 정비가 가능하게 됐다. 아울러, 전광판의 규격, 크기, 설치방법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문화시켜 나가야 한다.  

- 전자게시대
전자게시대의 크기(규격)는 8m×2m 이내로 하며, 빛공해방지법에서 정한 밝기까지만 허용해야 한다. 문자와 동영상만 송출허용하고, 표출방법과 표출속도도 지정할 필요가 있다. 광고는 자사광고만 허용 한다. 

- 생활형 LED 전광판
한국옥외광고협회중앙회 산하의 전국 지부와 지자체가 협력해 생활형 전광판을 일제 정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종류, 크기, 밝기, 표출방법, 표출속도 등을 지정할 필요가 있다. 자사광고만 허용한다. 

- 전광판 종류
전면형, 양면돌출형(세로형), 입식전광판형, 창문이용형, 현수막대용형 등 5가지를 전광판 종류로 규정한다. 

- 설치방법
전면형은 간판 면적에 1/4만 허용하고, 양면돌출형은 현행 돌출간판 설치규정으로 허용하되 벽면에서 80cm 이내로 제한한다. 입식전광판형은 현행 입간판 설치규정으로 허용하되 건물부지 내로 제한한다. 창문이용형은 유리 안쪽에만 설치를 허용하고, 1층 창문에는 면적의 1/4, 2층 창문에는 면적의 1/3만 허용한다. 현수막대용형은 7m×1m 이내로 하며, 3층 이상에만 면적에 1/3 크기만 허용한다. 

소상공인신문  webmaster@sbnews.or.kr

<저작권자 © 소상공인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