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한국의류업종살리기공동본부는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지원으로 2015년 6월 서울 중구에 봉제특화지원센터를 개소했다.

2015년 교육 평가에서 A를 받아 정부지원 예산이 3억 5천만 원에서 4억 원으로 증가한 중구 봉제특화지원센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특화교육(기술, 경영, 현장) △마케팅, 컨설팅 △작품 수주회 및 기술세미나 △작업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5년 역사의 패스트 패션을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위기를 맞이한 중소영세 의류제조업 봉제공장의 소공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서울 중구 봉제특화지원센터의 김정호 센터장을 만나 보았다.

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요 사업은.

중구 지역의 봉제 업체들은 주변에 있는 동대문 패션상가나 온라인 쇼핑몰의 제품을 많이 만들어요. 옷을 잘 만들려면 기술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기술교육을 하고 있어요.

특화교육 중에서 현장 교육도 했습니다. 일하다가 막히는 부분에 대해서 다섯 명의 팀을 짜서 현장 교육을 진행했죠.

봉제공장의 작업환경이 열악하다 보니까 15개 품목 정도를 정해서 작업환경 개선사업을 저희가 진행을 했었구요.

또 디자인이나 패턴, 봉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서 기술력이 약한 직종별이나 업종별로 기술 컨설턴트 서비스를 하고 있고요. 그걸 바탕으로 패션개발 사업도 했구요.

그런 결과로 나온 작품들 전시회를 했죠. 작년 가을과 올해 초에 전시회를 해서 작품 수주를 했어요. 봉제 소공인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비철에 일감이 없다는 점이에요. 그래서 작품 수주회를 통해 바이어나 상인들에게 옷을 보여주고 오더를 받아서 소공인들에게 연결해주고 있어요.

작품 전시회를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기술을 지닌 분들을 모시고 기술세미나를 같이 열었어요. 이틀 동안 진행된 기술세미나가 중구 의류제조업 소공인집적지가 손기술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리는 역할을 했죠.

전시회 기간에 작년에는 주문서를 25개 받았고, 올해에는 30~35개의 수주가 이루어졌어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준 옷이 250개 정도예요. 지금도 간간이 상담이 들어오고 있어요. 그래도 일감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이 미미하죠.

패션개발 사업의 방향은 계절을 타지 않는 쪽으로 잡고 있어요. 그런 옷은 봄에도 가을에도 계속 유효하니까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에 작품 전시회를 열려고 합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수량이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해서 규모를 크게 할 예정입니다.

기술세미나도 국제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국내외 정세가 나아지면 중국과 일본, 북한의 패션 전문가를 초빙해서 같이 세미나를 진행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갈수록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고, 그 여파로 국내 경기도 안 좋아져서 일감이 부족해요. 옷을 사서 입을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일거리가 많이 없죠.

전에는 1년에 6, 7개월 정도 일을 한다 치면 지금은 5, 6개월 정도 일을 해요. 소공인들이 그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는 예산으로 해소할 수 없으니까 제가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있죠. 

게다가 패스트 패션문화가 잠식해 들어오면서 패션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어요. 지금의 패션문화는 대량생산 체제예요. 공장에서 한 디자인을 많이 만들지는 않지만 여러 디자인을 동시에 기획해서 노동력이 싼 나라에서 엄청나게 만들어온단 말이죠. 그게 대량이거든요. 그러면 그 영향을 고스란히 소공인들이나 근로자들이 받게 되죠.

다른 현안들이 있다면.

업체를 차릴 때 사업자 등록을 하고 4대보험에 가입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거나 사업자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봉제업은 소자본으로 창업할 수 있어서 사업자 등록하는 것을 꺼려하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미등록 업체가 많아요. 사업자 등록을 하고 근로자를 고용했는데 임금 신고를 안 하는 사업주도 있어요. 

공장 사장이 근로자를 고용해서 일을 시키다가 일감이 없을 때에는 내보내는 거예요. 그렇게 나가면 4대보험에 가입이 안 되어 있는 근로자는 실직 기간에 고용보험료를 받을 수가 없어요. 이런 현실을 보고 젊은 사람들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패션 디자인 학교에서 열심히 배웠는데 사회에 나와서 현실에서 부딪치는 벽이 너무 커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대보험의 사각지대가 저희 봉제업이죠. 사업주들의 인식이 변하거나 제도가 바뀌어야 젊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 이대로는 근로자들이 먹고살 수가 없습니다. 기술자라 하더라도 생계를 영위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개선과 변화의 가능성, 희망을 가지고 사업을 해야 되잖아요.

패션산업이 처한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멋이 있으면서도 튼실한 옷을 만드는 기술이 살아있는 문화가 다시 자리잡는다면 소공인들한테도 희망이 있는 게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해요.
패스트 패션이 불러온 위기를 비켜가면서 좀 더 희망을 갖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마케팅도 하고 패션개발도 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려고 합니다. 당장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한 단계 한 단계 진행해나가야 하는 문제로 바라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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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패션이란?

SPA 전문점(Speciality retailer), 자사 상표(Private label), 의류(Apparel)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합성어다. 옷을 직접 기획해 직영매장에서 판매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SPA 업체는 계절별로 신상품을 내놓는 일반 의류업체와 달리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신상품을 1~2주 단위로 출시한다. 다품종 소량생산과 빠른 회전율이 승부처다. ‘빠름’이 알파이자 오메가인 까닭에 이들이 내놓는 상품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으로 불린다.

고광석 기자  webmaster@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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