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카드업계의 대변혁이 예상되고 있다. 사진출처=pixabay.com

신용카드 가맹점 체계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2월 18일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지난 3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됐다.
이로써 앞으로는 은행들도 카드 매출 전표 매입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되면 기존 카드사들이 발행하고, 전표 매입도 하는 체제에 큰 변화가 오게 된다. 즉 전표 매입 시장에 경쟁 체제가 도입된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앞으로는 중소신용카드가맹점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밴사도 출현할 수 있게 돼, 밴 수수료도 더 낮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맹점들은 카드사들의 ‘봉’ 역할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그 동안 중소 신용카드 가맹점들이 일관되게 요구해왔던 카드 매입시장의 경쟁체제 도입 제도가 반영됐다는 면에서 매우 획기적이라는 평가다.
그 동안 카드 가맹점들은 잘못된 법 체계로 언제나 카드사들 앞에서 ‘을’의 위치에 놓여 있었다. 가맹점들은 우선 카드를 받지 않으면 안되도록 법에 규정돼 있었다. 그리고 신용카드 매출이 생기면 그 매출 전표는 당연히 카드사에게 되팔 수밖에 없었다.
즉 법은 여신전문금융업법 20조에서 ‘신용카드가맹점은 신용카드에 따른 거래로 생긴 채권을 신용카드업자 외의 자에게 양도하여서는 아니 되고, 신용카드업자 외의 자는 이를 양수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돼 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가맹점들로서는 매우 불리한 시스템이었다. 즉 가맹점들은 경쟁체제하에서 좀더 가맹점 수수료가 저렴한 쪽으로  매출전표를 다른 은행들한테 팔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당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이와 대비하여 카드사들의 카드 회원 모집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 회원 모집을 위해 서로 혈안이 되다 보니, 회원 모집을 위해 별의별 서비스를 다 내걸어 왔다.
심지어 연회비마저도 받지 않고 카드를 남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것은 모두 카드 발급과 회원 모집 시장을 경쟁체제로 한 결과 빚어진 과정이었다.

가맹점이 카드사 먹여살린다?
따라서 카드 전표 매입 시장이 독점화된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가맹점들은 카드사들 앞에 언제나 봉이었다. 카드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맹점들에게 전가해도 가맹점들은 아무런 반발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카드 발급과 회원관리 업무, 전표 매입을 한 회사가 담당하다보니 구조적으로 이같은 상황이 빚어져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신용카드사 전체 수입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는 절반(49.5%)에 달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신용카드사를 거의 가맹점들이 먹여 살려 살려왔다라는 비아냥섞인 비판이 제기돼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가맹점들은 업종별로 협상력을 키워 보다 낮은 가맹점 수수료를 내거는 업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일 신용카드업자 이외에도 「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은행,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설립된 중소기업은행, 「농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은행 등에도 이같은 카드 채권을 팔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다.
신용카드 매입시장은 거대 시장이다. 보통 가맹점을 통해 카드 매출이 이뤄지면 카드 회원들이 카드 비용을 결제하기까지 최대 50일 남짓되는 공백기간이 발생된다. 앞으로 은행이 카드 채권 매입에 나서게 되면 은행은 가맹점들에게 카드 매출이 발생되자마자 당일날 바로 매출된 비용을 가맹점들에게 입금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카드사로부터 카드 매출 비용의 결제가 이뤄질때까지의 자금 운용 비용을 가맹점들로부터 수수료로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수수료가 경쟁체제 도입으로 기존보다 내려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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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카드채권 매입 시스템과의 비교
철저히 시장논리로 가맹점 수수료 결정

우리나라 신용카드 제도와 가장 대비되는 게 미국의 신용카드 제도이다. 우리 나라는 카드사, 회원, 가맹점 간 3당사자 체제로만 돼 있는데 반해, 미국은 우리나라와 같은 3당사자 체제와 4당사자 체제를 같이 병행하고 있다.
3당사자 체제는 Amex사와 Discover사가 채택하고 있다. 3당사자 체제를 취하고 있는 Amex사의 경우에 시장 점유율은 28.5%로 크지 않고, 가맹비와 가입비가 높은 고급 사교클럽 카드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다. 나머지 71.5의 점유율을 갖고 있는 4당사자 체제는 비자와 마스터 카드사에 의해 채택되고 있다.
이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4당사자 체제는 회원에 대한 카드 발급을 주로 하는 발급사, 그리고 가맹점의 매출을 매입하는 매입사 등 4당사자에다가, 발급사와 매입사간 정산수수료율을 조율하는 네트워크사 체제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보면 미국은 5당사자 체제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4당사자 체제 하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 먼저 카드 발급사들에 있어서는 가맹점들로부터 지출된다고 볼 수 있는 정산수수료 수입 비중이 우리나라처럼 높지 않다. 우리나라는 50%대를 육박하지만, 미국은 카드 가입자로부터 받는 이자 수입이 71% 정도로 발급 카드사 수입의 대다수를 차지한다. 정산수수료 수입은 14% 정도에 머문다.
미국 카드 제도의 특징은 철저히 시장논리에 따른다는 것이다. 그 키는 발급사와 매입사의 중간에 있는 네트워크 사가 쥐고 있다. 네트워크 사 입장에서는 철저히 양자의 균형추 역할을 견지하는 게 전체 카드업을 위해 이롭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산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가맹점들이 떨어져 나가고, 정산 수수료가 너무 낮으면 회원들의 부담이 늘기 때문에 카드 산업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리를 고수한다. 따라서 시장 논리에 따라 정산 수수료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장우 기자  webmaster@n214.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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