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KCC 창고형매장 ‘홈CC’, 인테리어업체들과 갈등 심화

지난 해 7월 (주)KCC의 건축자재 창고형 매장인 ‘홈CC’ 인천점과 동구 송림동의 산업유통단지내 4천7백여 업체가 가입해 있는 ’인천산업유통사업협동조합‘은 자율조정을 거쳐 상생협력에 합의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당시 중소기업중앙회가 ‘산업용재 유통부분에서 처음으로 자율조정을 통해 합의가 도출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발표한 것처럼, 산업용재 유통시장은 대기업과 중소상공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업종으로, 이와 관련해서 자율조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다.
1년여가 지난 지금, 이렇게 출발 한 ‘홈CC’는 지역 내 중소상공인들과 상생하고 있을까? 여타 업종의 관계자들 불만이 없을까? 2007년 말 개점한 ’홈CC‘ 1호점인 목포의 경우, 지역 내 골목어귀의 ’지물포‘까지 문
을 닫는 곳이 생길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는 소식을 알고 있는 기자는 인테리어업계는 어떨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고 이곳을 방문해 보았다.

소비자 주권보호 취지(?)
대규모 개발지역인 청라지구를 배후로 둔 태양공단에 위치한 홈CC 인천점의 금요일 오후는 한가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옥현 지점장은 “산업용재조합과의 자율 조정은 잘 지켜지고 있다. 3만개 품목을 비치하고서 자재부터 시공까지 소비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인테리어 관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선진화된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이용은 아직 저조하다”고 설명한다.

현재 손익분기점인 일 1억원 매출의 50% 수준인 인천점의 매출증대를 위해 지역 내 중소기업들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판로지원에 힘쓰고 있다는 김 지점장은 “소비자는 자재비용에 대한 정보를 알고서 시공을 의뢰할 수 있기에 인테리어에 대한 불신을 줄일 수 있다. 소비자의 주권을 최우선 가치로 매장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3단계로 된 유통과정을 줄임으로써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인테리어 시공업자들을 가맹점으로 모집하여 시공 과정에서의 거품을 줄여가겠다는 것이 ‘홈CC’의 전략. 그러나 한국인테리어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최병율)의 인천중앙지부(지부장 김연욱) 관계자들은 현재 KCC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의 횡포일 뿐
김연욱 지부장은 “소비자주권 운운하는 것은 자기들 합리화로 하기 좋은 소리일 뿐이다. 요즘은 소비자들이 인테리어 자재와 시공비에 대해 더 잘 안다. 지역에서 오랫 동안 서비스와 신뢰로 장사해 오고 있는
우리를 모독하는 소리일 뿐”이라며 단호한 어조로 말을 막아선다.
관내 600여명의 서명을 받아서 사업조정등 적극적인 실력행사를 준비 중이라는 인천중앙지부가 반발하는 것은 “그들의 종업원이 되어서 끌려 다니게 될 것이다. 그동안 쌓아 온 기술과 노하우를 빼앗아 갈 것”
이라며 홈CC를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업은 판매와 시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LG등 다른 대기업들도 뛰어 들었다가 실패한 이유가 ‘반제품’이라는 시공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 특성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시공에 대한 대안으로 우리를 가맹점으로 만들어서, 보장 없는 종업원으로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 거부한다.
현재 20여개 업체가 가맹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가맹점 가입을 막아서겠”는 선병일 사무국장의 설명이다.

가맹점이 되면 안정적인 일거리를 보장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 업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최근에 서구에 있는 도배업체 한 곳이 가맹점을 탈퇴했다고 들었다. 홈CC에서 자재를 판매하니까 자재판매 수익은 없어지고 시공노임만 챙겨야 한다. A/S에 대한 책임은 가맹점인 시공업체가 부담해야 하는데, 탈퇴한 업체도 하자가 생겨서 벽지 직접 사다가 무료로 일해주니 남기는커녕 노임도 못 건지고, 손해만 보는 짓 왜 하느냐며 탈퇴했다고 들었다” 며 가맹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다.

A/S 발생 등에 대비하여 자재판매를 통해서 일정한 수익을 봐야 하는데, 가맹점이 되면 A/S에 대해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모든 책임을 가맹점이 부담 해야 하는 지금의 제도는 용인되기 어렵 다는 것이다.

벽지 바닥재 판매 철수 요구
인천시 200만 인구규모로 보면 인테리어 업체는 1000~1300개가 적정 수준이지만 현재는 약 3천개가 넘는 규모로 포화상태 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특정 자재만을 취급하거나 시공만을 전문으로 하는 영세업자들까지 따지면 1만여개가 넘는 규모로 소비자의 불만이 있는 것은 과당경쟁이 불러오는 불가피한 지점이다.
이중, 무허가 사업자가 50%에 육박하리만큼 과당인 것은 인테리어관련업이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업종으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협회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부분. 소비자의 인식개선에 대한 자정노력과는 별도로 영세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지금의 홈 ‘CC’와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협회는 “가서 보면 자재값이 싸기는 싸다. 대리점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업자들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지금과 같이 시공까지 직접 하겠다고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우리를 보장도 없는 종업원으로 만들
어서 쉽게 돈 벌겠다는 것은 KCC의 부도덕한 행위이다. 생산과 판매만 해도 충분하지 않느냐. 지역의 KCC자재대리점들도 반발하고 있지만, 그냥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20개 이상 세우겠다는데 이
러다간 정말 인테리어 업자들은 다 망하고 말 것”이라고 지부 구매이사는 지적한다.



현재 협회는 인테리어 자재 중 가장 매출이 큰 벽지와 바닥재 판매를 철수하면 불매운동은 하지 않겠다고 한다. 건축자재업계 1위인 KCC의 제품을 불매하는 것도 이들에게 ‘득’이 될 것이 없기에 기존과 같은 자재 판매와 시공분리를 원하고 있다.

선 사무국장은 “KCC는 벽지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있다. 바닥재만 직접 생산하는 것으로 아는데, 상생하겠다면 그나마 우리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가장 저가의 시장은 남겨놓기를 바란다. 그래야 소비자의 선택권도 보장되는 것이 아니냐. 소비자 주권에는 선택권도 있어야 한다”며 타협안을 제시한다.

먹고살기 바빠서 산업용재조합과 같이 설립 시점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관계자들은 ‘업계종사들의 뜻을 모아 인천시청.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청등 관련기관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사업조정테이블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LG, 한샘, 귀뚜라미보일러, KCC 같은 대기업들의 직영업체 운영으로 타격이 심각하다. 영세소상공인 몫인 시공까지 하겠다며 나서는 대기업들의 부도덕한 처사를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해도 너무한다. 너무
치사한 짓들을 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시공까지는 직접 못하는 것이 그나마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빼앗겠다고 하는 것이다 며” 시공까지 하겠다는 대기업들의 횡포에 맞서서 소상공인들의 힘을 모아 대응하겠다는 것이 전국 소상공인단체엽합회 부회장인 최병율 이사장의 각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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