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은 활력 넘치는 도심의 상권회복과 함께 백제의 옛수도 등 특화된 역사도시 이미지를 제고하고자, ‘도심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을 시행키로 결정하고 지난해 11월 25일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이번 사업은 부여읍 중앙로 등 7개 구간(2km)에 걸쳐 361개 업소(778개 간판) 가 참여하는 다소 규모가 큰 사업이다. 군이 발표한 추정 용역비만도 부가세를 포함해 10억8천7백만 원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에서 규모 있는 업체들이 사전 답사를 하는 등 사업권 획득에 눈독을 들였다는 게 이 지역의 옥외광고업자들 얘기다. 

특히 이번 사업은 제안서 평가를 통한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사전 공고가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주)비에이치건설, (주)원진, (주)대륙, (주)아트스페이스, (주)은진, (주)제이케이, (주)피너클, (주)한솔애드컴, (주)케이씨엠이노테크 (주)킴스힐 등 전국적으로 모두 11개 업체가 제안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부여군도 7명의 평가위원과 제안서 제출사와의 만남을 엄격히 제한하는 등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는 게 해당부서 담당자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그 담당자는 2월 초 가진 통화에서 “제안서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주)은진이 이번 사업 주체로 선정됐다”라고 전했다. (주)은진은 경기 군포시에 소재지를 둔 업체로 확인됐다.  

지역 영세업자 “입찰참여 엄두도 못내”

결국 최종 사업자가 선정되는 사이, 이번 사업 공고가 나온 이후 지금까지 철저히 외면받은 업체가 있다. 바로 충남옥외광고협회 부여군지부 소속 회원들이다.

이와 관련, 김영선 지부장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회원이 전무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제안서를 만들 수 있겠느냐”며 “그렇다고, 부여군이 우리 지부의 이런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특별 혜택을 주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김 지부장은 또 “(주)은진과 우리지부 회원들 간 디자인 능력, 간판제작 기술력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며 “기존 간판 철거를 비롯해 제작·설치는 지역에 있는 업체들이 할 수 있도록 부여군이나 관련 단체들이 힘을 써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외지 업체가 간판사업을 진행할 경우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것은 옥외광고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행정자치부도 지난해 2015 간판개선시범사업 설명회에서 디자인과 간판 제작·설치를 분리발주할 것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진행해줄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물론, 명목상은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후 관리의 문제점을 행자부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간판개선사업 지역… 향후 2~3년간 일감 없어

더 큰 문제는 간판개선사업이 완료된 지역에서는 향후 2~3년간 일감 자체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데 있다. 

결국, 해당 지역의 영세업자들은 전업이나 폐업을 선택해야 되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업체의 참여 확대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에, 옥외광고인들도 간판 디자인과 설계는 외지 업체들이 맡더라도 간판의 철거부터 제작·설치는 지역의 업자들이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김영선 지부장의 요구가 무리하게 들리지 않는 이유도 모두 이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의 금천구나 강동구에선 디자인부터 간판의 제작·설치에 이르기까지 지자체 담당 공무원과 지역의 지부 회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사업을 추진한 사례도 있다. 

무엇보다, 이들 지역에서는 턴키방식의 최저가격입찰제나 협상에 의한 계약을 통해 사업을 추진한 지역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업이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도 더 높게 나온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희망의 불씨 ‘꺼지지 않아’

그래서일까, 부여군을 포함해 (주)은진 내부적으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영선 지부장도 2월 22일 통화에서는 예전과 다른 활기찬 목소리로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간판개선사업에 협력사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 같다”며 조심스런 전망을 내비쳤다. 

실제로, 부여군지부는 최근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부여군 담당자와 서로 협의를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김 지부장도  “(주)은진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일감부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회원들의 경영난 극복을 위해 기존 간판 철거부터 신규 간판의 제작·설치만이라도 우리 회원들이 할 수 있도록 적극 요청하겠다”며 “무엇보다, 사후 관리 측면에서도 지역업체 참여가 훨씬 더 유리하다는 점을 적극 피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여군의 이번 간판개선사업에서 (주)은진이 최종 낙찰사로 선정됐지만, 이후 지역업체와의 재협력 논의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한 광고자재상의 막후 노력이 큰 힘이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영욱 기자

김영욱  kyw681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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