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의원
소공인 사업장 노동자에서, 소공인의 대모(大母)로



‘소공인도 경제의 한 주체다’… 소공인지원특별법 제정 주도
지난 해 7월 1일부터 8월 27일까지 58일간, 그리고 또 11월 3일부터 12월 23일까지 50일간 총 108일 동안 더불어민주당 전순옥 의원이 전국 투어를 벌였다. 이 기간에 전 의원과 보좌진 그리고 자문위원들은 전국 25개 지역에서 39번의 간담회를 거쳤고, 연이어 해당 지역 106곳의 현장을 직접 일일이 둘러보고 다녔다. 그 기간에 이들이 만난 사람들 숫자는 총 835명이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소공인들로 분류되는 사람들이었다. 또 일부는 소상인들이었고, 또 그중에는 중소기업인들도 포함돼 있었다. 여기서 소공인이란 10인 미만의 근로자를 거느린 제조업체들을 지칭한다. 이들을 둘러본 전 의원의 소감은 한 마디로 요약됐다. “지난 45년간 소공인의 세상은 거의 변한 게 없었다” 정이훈 기자
소공인 사업장 노동자에서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



12년의 유학생활 후 다시 노동자생활… 그리고 국회로
전 의원은 17살이었던 지난 71년 서울 청계천 피복 노동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다. 그의 큰 오빠였던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며 산화해간지 1년 후였다. 그 후 그는 77년까지 노동자로 일하다 오빠처럼 노동운동에 나선다. 그러다가 늦깎이로 35세가 되던 88년 돌연 영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60, 70년대 고도 성장기의 노동자의 삶을 학문적으로 규명해 보겠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년 동안 영국과 독일을 오가며 지속된 유학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거의 무일푼으로 시작된 유학의 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더 학업에 전념했다. 그 결과 영국 국무성 장학금, 독일 장학재단(Miserior Episcopal Organisation) 등으로부터 장학금을 수여받아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특히 독일 장학재단 장학금은 매우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야만 수여되는 장학금이었다. 학업 수준뿐 아니라 인류를 위해 헌신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 사람에게만 수여되는 장학금이었기 때문이다.


박사학위 논문, 최우수논문에
이러한 각고의 노력 속에 탈고한 그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그들은 기계가 아니다(They are not machine)”라는 것이었다. 한강의 기적 이면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노동현장에서 기계처럼 일하며 희생한 결과였다는 내용을 고발한 논문이었다. 그 결과 이 논문은 그에게 학위를 수여한 영국 워릭대에서 최우수 논문으로 뽑혔고, 이 논문은 책으로도 발간됐다. 그리고 이어 2005년 미국사회학회가 100주년 기념으로 선정한 우수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결과 영국의 유수의 대학으로부터 교수로 임용하겠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2001년 귀국하여 이화동 봉제공장 노동자 생활을 시작했다. 30여년의 터울을 두고 과연 한국의 노동자들의 삶이 얼마나 변했나를 체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때에도 그가 느꼈던 현장에서의 느낌은 “여전히 소위 소공인 사업장 노동자들의 삶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라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서 그의 치열한 고민은 계속됐다. 과연 이들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사실 따지고 보면 외견상 그는 이제 딴 사람이 돼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다른 길도 어떠한 길이든 선택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 대학 등 곳곳에서 그를 향한 다양한 제안이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그는 그러한 제안들을 모두 뿌리쳤다. 그리고 나름의 대안을 찾아 독자적인 모색의 기간을 가졌다. 그러다 그는 이윽고 지난 2011년에서야 단안을 내렸다. “답은 제도와 법의 개선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 라고 판단한 그는 당시 민주당이 제안한 비례대표 1번으로 2012년 제19대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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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전순옥이 해온 일
“소공인은 보석 같은 사람들” 이제야 세상에…
‘물려주고 싶은 자리, 물려받고 싶은 직업’으로 만들 터



지난 2014년 4월 29일은 우리나라 소공인들에게 특기할만한 날이다. 이날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형 소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소공인 지원 특별법)’이 통과된 날이기 때문이다. 이 때에야 비로소 소상공인이라는 이름에 휩쓸려 거의 주목받지 못했던 ‘소공인’이라는 또 하나의 경제적 주체가, 세상에 별도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전의원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소공인들은 대부분 기술자들로 십년 이십여년 이상을 기본으로 한길을 걸어온 경제와 사회의 한 축을 지탱하는 보석같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 동안 이들은 아무도 돌아다보지 않는 상황에서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고, 사람들은 이들의 가치를 모르고 그냥 밟고 다녔다. 그런데 이 법의 제정으로 이들이 경제와 사회의 주체로서 당당히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됐다”
이날 통과된 법은 발의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88명이나 되는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법안 제정의 공감대가 이미 폭넓게 형성돼 있었다는 얘기다. 특히 전 의원의 다음과 같은 주장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합리적인 주장이었다.
“2013년 기준 소공인 사업체는 약 30만개, 종사자수는 91만명, 업체당 평균 종사자는 사업주 포함 3명이며 전체 사업체의 29%가 1인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대부분 최소 10년 이상 사업장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창업 후 5년내에 69% 가까이 폐업하는 소상인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들에 대해 일정한 지원을 해서 이들 사업장에서 연 1명씩만 채용을 늘리면 모두 3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 후 소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하나둘 구축되기 시작했다. 소공인을 지원할 지원부서인 소공인지원실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내에 2014년 설치됐다. 2014년에는 4명으로 시작했는데, 2015년에는 17명으로 불어났다. 관련 예산 또한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3년 패션소공인 부문 실태조사 예산으로 5억원이 편성되었고, 소공인특화지원센터 시범사업으로 21억이 책정됐다. 그리고 2015년에는 소공인 부문 예산은 347.5억원이 편성됐다. 금년에도 전년도 수준인 347.5억원의 예산지원과 추가로 신규 특화지원센터구축을 위해 60억원정도가 더 지원될 예정이다.


이 시대 최후의 장인들을 위해
전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소공인과 관련된 캐치프레이즈는 ‘물려주고 싶은 자리, 물려받고 싶은 직업’이다. 이 시대의 마지막 남은 장인들이 몰려 있는 소공인 분야에 일정한 지원이 이루어지면, 대를 끊이지 않고 기술이 이어지는 선순환의 발전이 이뤄져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 의원은 청년과 소공인의 협업화,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의 IT와 전통 기술의 융합, 또한 소공인과 소상인의 역할 분담을 그 대안의 틀로 제시하고 있다.
전 의원은 IT와의 융합의 한 예로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했다. “수제화를 만드는 소공인과 IT 기술을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협력해서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칩을 내장한 신발을 만든다고 해 보자. 그러면 치매 걸린 환자 가족이나 어린이들을 기르는 부모들 사이에 크게 인기를 끌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아울러 그는 소공인들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내놓으면, 소상인들이 열심히 내다 팔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상호간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음껏 생산성을 높여라
이를 위해 전 의원은 우선 소공인 특화 지원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2013년 시범사업 차원에서 21억원의 예산지원을 시작으로 2014년에 28억원, 2015년도에는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났다. 그리하여 지난 해에는 소공인 집적지역 24곳이 혜택을 입었고, 올해에는 21곳이 더 늘어 총 45곳의 집적지역이 혜택을 입게 된다.
소공인 특화 지원사업이란 동일 지역의 동일한 업종에 종사하는 소공인들이 일정규모 이상 집적돼 있는 지역에, 해당 소공인들을 집중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소공인 및 사업장 종사자들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다양한 마케팅 지원 사업, 기술 지원 사업 등이 펼쳐진다. 또 고가의 장비를 들여다 놓고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도 한다. 전 의원과 당국은 내년에는 특화 지원 사업 대상 지역이 27곳 남짓 더 늘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현재 전국에 소공인 집적지역이 총 688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들이 물려받고 싶은 곳으로...
더불어 전 의원은 소공인 사업장 환경 개선 사업에도 서서히 눈길을 돌리고 있다. 우선 이 곳에서 종사하는 소공인 및 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해 이 사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작업장 환경이 좋아져야 더욱더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이를 위해 전 의원은 LG의 6시그마 시스템을 소공인 사업장에 적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본인이 소공인 사업장 노동자 출신이기 때문에 작업장의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많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일정하게 사업장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가 이 사업 영역을 더욱더 중시하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소공인 사업장을 젊은이들도 취업하고 싶어 하는 곳으로, 아울러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사업장을 이어받고 싶은 곳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이러한 사업은 더욱 절실한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모든 부문이 아우러져 소공인들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소공인 분야가 우리나라 경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공인들이 양질의 상품을 만들고 젊은이들이 인터넷에 상품을 올려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시장을 겨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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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 사이의 ‘전순옥 신드롬’ 이유?
‘전순옥’은 진정한 우리들의 친구
노동자 출신 의원의 깊은 울림… ‘전사모’ 결성 움직임



전 의원이 지난 해 7월~12월까지 전국을 돌면서 있었던 일이다. 전 의원은 현장 간담회가 있은 다음날이면, 아침에 꼭 전화기를 든다. 전날 만났던 분들 중 가장 절절하게 기억에 남는 분들을 대상으로 해서다. 단순히 의례적인 대화는 아니었다.
다시 한번 당사자들의 애로를 경청하고, 그에 대한 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이었다.
간담회 자리에서도 약속이 이뤄지지만, 또 전화상으로 추가로 이어지는 약속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해서 그는 정책을 더욱 세세하게 가다듬고, 맺은 약속을 꼭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연장선에서 전 의원은 올 3~4월이면 또 다시 제3차 투어를 나설 계획이다.
새로운 곳을 방문하기 위한 게 주 목적은 아니다. 이미 방문한 곳을 되짚어가며, 상호간 약속한 내용들이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 실제 정책 효과는 얼마나 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다.
전 의원에 있어서 이같은 노력은 비단 정치인으로서 약속을 지킨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그가 오랜 동안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후 첫 행보로, 노동자로서 다시 근무하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노동자적 삶이 그에 있어서 체화돼 있고, 그 연장선에서 소공인, 소상인들과 같은 소외된 사람들과의 강한 연대의식이 삶의 가치관으로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에 따라 자신의 삶의 가치를 소외된 사람들의 삶의 개선의 정도와 동일시하기 때문에, 그의 행보는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다.


‘전순옥’을 한번 더 국회로
현재 일부 소상공인들을 중심으로 ‘전순옥을 사모하는 사람들의 모임(전사모)’을 결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들은 최근 모바일 밴드를 개설하고 회원을 늘리고 있고, 또 ‘전순옥을 한번 더 국회로 보내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움직임은 순전히 소상공인들의 자발적 움직임이라는 데에 의미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전 의원이야말로 마음으로부터 우러난 진정한 소공인과 소상인의 친구라는 데에 동의하고 있다. 이들의 바람대로 전 의원이 또 다시 국회에 입성할지 모르지만, 소상공인들로부터의 자발적인 첫 정치적 움직임이어서, 안팎의 주목을 크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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