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 이사장 “빈병 선별작업의 어려움 직접 느껴봐야”

권영길 이사장은 빈용기취급수수료 자율협상과 관련된 첫 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거의 모든 제조사들이 한국주류산업협회에 책임을 떠넘긴 채 불참했는데, 이럴 거면 회의를 왜 하느냐”며 “도소매업자들이 빈병선별작업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제조사들이 직접 피부로 느껴야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지 말지 한데, 이게 뭣 하는 짓이냐”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권 이사장을 따로 만나, 이번 빈용기취급수수료 자율협상에 대한 입장을 들어보았다.

-자율협상 첫 회의에서 제조사를 향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는데.
실질적인 협상 주체가 없는데, 어떻게 협상을 하겠느냐. 오늘 협상에 임하는 제조사의 태도를 보더라도 이미 답은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의 뜻만 전달하고, 만약 결렬되면 애당초 주장했던 것처럼 빈병 선별작업을 하지 않으면 된다.

-제조사들이 스스로 빈병을 수거해야 된다는 뜻인지.
그렇다. 자기네(제조사)들이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직접 수거하고 또 선별작업을 해봐야, 이 일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알 것이다. 제조사들이 취급수수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체인조합 산하 모든 회원사들도 빈병을 수거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취급수수료는 얼마인가.
2009년 소주 16원, 맥주 19원으로 각각 오른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았다. 환경부가 실시한 용역에서도 인건비, 차량유지비, 유류비용 인상을 고려해 최소 30원 이상 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는데, 제조사들은 이마저 철저히 무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병당 제조 단가는.
평균 170원 내외로 알고 있다. 40원의 빈병보증금을 포함하더라도 소주의 경우 56원만 도소매업자에게 지급하면 된다. 제조사 입장에선, 빈병을 힘들이지 않고 거저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보더라도, 빈병 재활용이 제조사에게 얼마나 유리한지 알 것이다.

-최근 제조사들이 고물상을 포함한 공병상들로부터 비싼 가격에 빈병을 매입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도덕적으로 얼마나 부도덕한 일이냐. 수십 년간 자기네 물건을 팔아준 공덕은 나몰라라 하고. 제조사들이 공병상들에게 건네는 돈도 엄밀히 따지면, 부당이득나 다름없다. 이번 기회에 이 부분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주류 제조사의 수익이 매년 커지고 있다는데.
사실이다. 모 맥주회사는 매년 수천억원이 넘는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했다. 그러면서도 제조사들은 규제위원회의 힘을 빌어, 취급수수료 33원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환경부의 입법예고를 전면 백지화시켰다. 이젠 또 슬그머니 술값까지 올려버렸는데, 언제쯤 대기업다운 면모를 볼 수 있을지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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