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높게 날아 멀리 보는 새가 아닌, 낮게 날아 자세히 보는 새가 되려 했습니다”

이 말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자신을 설명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그는 외환위기(1998년) 당시 청와대 행정관(4급)으로 근무했었고, 금융위기(2008년)의 후유증이 남아 있던 2010년에는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지냈다.

이 부분만 딱 잘라 놓고 보면 그처럼 극적인 인물도 드물다고 볼 수 있다. 10여 년의 터울을 두고 청와대의 가장 낮은 직급에서 실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묘하게도 대한민국호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을 때마다 권부의 핵심에 있거나, 지근거리에 있었던 셈이니 이 점도 매우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극적인 인물이 됐을까. 과연 그가 자주 하는 말처럼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그런데 그의 이력 가운데는 소상공인업계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대목도 있다. 지난 4월 30일 인가가 난 소상공인연합회 관련법이 그가 대통령실장으로 임기를 마치던 2011년 12월 30일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것이다.

이에 법정단체 출범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었던 임 전 실장을 만나게 됐다. 현재 그는 오는 7월 30일에 있을 평택(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 준비 중에 있음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소상공인신문 인터뷰에 흔쾌히 수락해주며, 다시금 소상공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대통령실장을 그만 둔 후 벌써 2년여가 흘렀네요. 어떻게 지내셨어요.

지난 2년 동안이 제겐 참으로 소중한 기간이었습니다. 유난히 소상공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네요. 동고동락이라고 할까요. 아침 6시에 가락동 시장에 가서 물건을 떼다가 동네슈퍼에 진열도 해보고, 계산대에서 물건도 팔아보고, 도매상들로부터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체험도 해 보고... 6개월여 동안은 그런 일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소외된 소상공인들에게 등대의 역할을 담당하고자, 2013년부터 소상공인을 위한 전문가들의 자발적 모임인 ‘소울림포럼’을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소울(疏鬱)’은 한자어로 ‘답답한 마음을 풀어헤치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고, ‘림(林)’은 숲을 뜻합니다. 다시 말해 소울림포럼은 ‘소상공인의 답답한 마음을 달래주는 숲’으로서, 소상공인과 영혼(soul)까지 함께 할 수 있는 포럼이 되자는 의지도 함께 담았지요. 소울림포럼은 매월 소상공인 사업장에 직접 방문하여 격이 없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桶소Talk 힐링캠프』를 개최하여 소상공인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와 함께 전국을 투어하면서 소상공인업계 종사자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습니다. 현재 소상공인 업계가 처해있는 현실은 어떤지, 소상공인 문제들에 대한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기간이었습니다.

- 듣고 보면 꼭 소상공인업계의 수호천사인 것처럼 들리는데...

평소 제 삶의 방식이 그렇습니다. 제가 정치에 처음 몸담게 된 과정도 비슷한 맥락이고요.

제가 43세 때 19년 동안 몸담았던 공무원 생활을 그만뒀습니다. 그 무렵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에 저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었죠. 그런데 제 업무가 공교롭게도 금융기관 임직원의 3분의 1을 잘라야 하는 일이었던 겁니다. 참으로 못할 짓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불현듯 사표를 던졌어요.

‘나도 그 고통을 함께 해 보자.’

‘그리고 이들을 위해 할 일을 찾아보자.’

그렇게 해서 정치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불과 서기관 직급에 불과한 공무원이 정치한다고 나서니 다들 웃었던 게 기억납니다.

- 그런데 그 일이 어떻게 소상공인들하고 연관이 되죠.

졸지에 명퇴를 당하거나 구조조정을 당하면 할 일은 자영업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당시 기업을 그만 둔 사람들이 자영업으로 쏠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했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높았죠. 이들은 이중으로 실패를 겪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공직자이자 공인으로서 고민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 소상공인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쳐왔는지요.

제가 청와대 대통령실장 시절, 소상공인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제도들이 많이 만들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대형 유통업체의 골목상권을 일정정도 제약하는 유통법과 상생법의 개정안이 통과됐고, 동반성장위원회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2011년 말에는 소상공인연합회 신설을 규정한 관련법 개정 및 소상공인 기금 설치, 대형유통업체들의 의무휴업을 규정하는 관련법 개정안들이 모두 통과됐습니다. 소상공인 단체들과 정치권에서도 많이 노력했지만, 대기업들의 로비 및 역풍을 차단하는데 힘을 보탰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대기업의 소모성 자재 납품업(MRO) 규제도 성사시켰던 기억이 납니다.

- 그런데 여전히 대기업들이 골목상권 시장잠식이 심각합니다.

참으로 개탄할 일입니다. 대기업들은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 경제문화는 크게 왜곡돼 있습니다. 부의 상속이나 재벌들과 연관된 사람들이 끼리끼리 과실을 나눠먹는 것입니다.

골목상권을 잠식해 들어오는 업종들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재벌의 가족들, 대기업에 몸담았던 임원들이 하나씩 꿰차고 들어오는 것입니다.

- 대기업들을 제어할 수 있는 대안이 있으신지요

해결의 키는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데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부당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공정거래위원회와 같은 관계기관들이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기관들에 힘을 싣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고요.

그렇다고 해서 대기업의 발목을 잡자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들 또한 공정한 룰 안에서 기업 활동을 하도록 도우는 한편, 어쩔 수없이 정치적․경제적 배려를 해야 하는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국가적으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합니다.

- 소상공인연합회가 발족은 됐지만 재정 문제 때문에 발목이 잡혀 있는데..

정부기관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이미 작년부터 법정단체 발족이 예상됐던 만큼 정부가 대비를 했어야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중앙회에 쏠려 있는 소상공인 관련 예산들이 이제는 당연히 소상공인연합회 로 돌아와야 합니다.

작금의 안전행정부의 안전업무가 타 기관으로 이전되면 관련 예산도 옮겨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어느 한쪽은 특혜를 받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관련 기관에게 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 끝으로 소상공인들이 힘과 용기를 가질 수 있는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희망의 소상공인을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대기업의 그늘에 가려진 어두운 소상공인이 아닌 당당한 대한민국의 심장, 우렁찬 소상공인을 늘 그려봅니다.

소상공인은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는 튼튼한 기반입니다. 서민 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믿음직한 보루이며, 글로벌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원대한 깃발입니다.

경향각지에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화합의 일터이자 따뜻한 보금자리가 바로 우리 소상공인입니다. 이제 소상공인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심이자 선봉이 되어야 합니다. 물론 그 주인공은 우리 700만 소상공인이십니다.

그 원대한 꿈이 이루어지는 날까지 저는 언제나 소상공인 곁에서 막중한 책임을 실현할 충실한 일꾼이 되겠습니다.

소상공인신문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