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현장을 가다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

2000년 중반을 기점으로 활황세를 누렸던 스크린골프 업계가 영업비용의 증가와 우후죽순 들어선 스크린골프장의 난립으로 최근 들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독점이나 다름없는 골프존의 횡포가 스크린골프 업계의 불황에 부채질을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현 상황을 갑을 관계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골프산업의 블루칩으로도 통했던 스크린골프 산업이 10년 만에 불황으로 돌아선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에 대해 점검해보았다.



스크린골프 빨간불
승승장구할 것만 같았던 스크린골프장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에서는 크게 두 가지로 그 원인을 압축했다. 스크린골프장의 난립과 골프존의 상생없는 업그레이드 정책이 그것이다. 골프존은 시뮬레이터 제조쪾판매, 골프장 운용, 용품판매, 프로그램개발, 교육, 창업 등을 전문으로 하는 골프 문화기업이다. 스크린골프장의 난립에 대해선 스크린골프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공감을 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스크린골프 관련 단체의 한 관계자는 “한 건물에 스크린골프장이 3~4개가 들어선 경우도 있었다”며 “이는 분명히 우리 업계 스스로가 자정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우리의 잘못도 인정하지만, 고객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오픈시켜준 골프존의 창업마케팅 전략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골프존 독주
실제로 2000년대 후반 골프존이 독주하면서 국내 스크린골프가 호황기를 누렸던 당시에는 골프존이라는 특정 업체가 스크린골프 업계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던 것이 사실이다.
골프존을 거치지 않고선 창업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예비 창업자들은 골프존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고, 한 건물에 3~4개의 스크린골프장이 들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던 것이다. 지방서 스크린골프를 운영하는 정 모씨는 “아마도 전국 7000개 스크린골프장 중에 90% 이상이 골프존을 통해 창업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제 그만 창업시키세요’
골프존을 향해 ‘이제 그만 좀 창업시키세요’란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의 스크린골프 업계는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골프존은 오직 영리목적으로 시뮬레이터(골프 프로그램 운영체제) 제조, 프로그램의 지속적인 개발과 업그레이드 외에도 신규 고객유치를 위한 다양한 창업마케팅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라면 신규 창업보다 기존 매장의 유지보수가 골프존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오히려 더 유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골프존 역시 신규판매가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업계 곳곳에서 흘러나고 있다. 이처럼 골프존은 신규고객 유치에 집중하면서도 기존 매장에게 고가의 업그레이드를 강요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는 것이다.

골프존의 독특한 수익구조
골프존은 시뮬레이터 판매로만 대당 6천1백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업그레이드가 필요할 경우에는 대당 3천만 원이라는 금액이 또 다시 책정된다. 문제는 스크린골프장들이 수익을 올리는 시점에 맞춰, 골프존 역시 업그레이드를 하다보니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2~3년간 열심히 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점이 오면, 또 다시 업그레이드 명목으로 3천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익을 올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프로그램 사용료와 일방적인 업그레이드 비용은 스크린골프장 업주 입장에선 눈에 가시나 다름없지만, 울며 격자 먹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 프로그램 사용료는 고객이 지불하는 금액이라고 골프존은 주장하지만 사실상 스크린골프장 업주가 전액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것도 부족해 최근에는 50% 인상까지 예고한 바 있다. 관련 단체에서도 공정거래위에 약관청구심사를 제기하였지만, 일부 약관의 개선명령만 있었을 뿐, 골프존의 독점 체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편 골프존의 이 같은 독점 운영체제가 정치권에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이상직 의원은 대정부 질의에서 골프존은 대기업도 아니고 프랜차이즈도 아니면서도 거기에 상응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관리감독 기관인 공정거래위를 간접적으로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니인터뷰
연대성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장
회원사 권익보호 최우선

“스크린골프장의 난립이 결국에는 포화상태로 이어져 관련 업계 종사자의 목을 옥죄는 부메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정 노력을 하지 못한 협회의 책임도 큽니다. 그에 못지않게 무분별하게 스크린골프장을 창업시켜준 골프존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지난 2010년 12월 정식 출범한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이하 협회) 연대성 회장의 성토다. 이처럼 협회는 골프존의 독점의 횡포와 전횡에 제동을 걸기 위한 대항마로서 출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협회 내부적으로도 결속력을 다지는 한편, 대외적인 역량 강화가 먼저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우선 협회는 스크린골프장이면서도 골프 경기를 금하는 골프연습장업으로 신고할 수밖에 없는 현행 법령을 바로 잡기로 했다. 현행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골프연습장에서는 가상골프 경기를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협회는 스크린골프 진흥·육성을 위해 골프연습장업과 분리해줄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시뮬레이션체육시설업 추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 6월 국회에 입법 발의됐다. 한편 연 회장은 “우리의 먹거리를 창출키 위해 협회를 만든 것이 아니다. 골프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특권층의 전유물)와 스크린골프는 별개라는 사실을 알려 국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건전여가문화로의 정착, 시뮬레이션골프 산업의 모든 주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 연구, 회원사의 권익보호란 목표를 갖고서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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