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사람 냄새가 있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웃음이 끊이질 않고, 생기와 활력이 넘친다. 그곳에 가면 귀와 눈, 입이 즐겁다. 여기에다 촌로들의 훈훈한 인심과 덤은 기본. 민속5일장에서만 보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또 얻을 수 있는 것들이다. 비록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들이 깨끗함과 편리함으로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있지만, 민속5일장의 그것들에 비한다면 조족지혈이다. 바로 역사와 전통이 없기 때문이다. 아련한 추억, 소박한 풍경, 시골의 훈훈한 인심과 맛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곳 민속5일장의 내일을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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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5월 창립총회를 가진 전국민속5일장연합회(이하 연합회)는 횟수로 11년이 넘었지만,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있다. 우선 민속5일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이 최우선 과제다. 난전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시장의 특성상 구조물이래야 햇빛을 막는 차양막이나 바람막이가 전부다. 장마당 시설개선사업이 그 무엇보다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행 전통시장특별법으로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연합회 이호영 회장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이 회장은 “재래시장으로 불리는 전통시장은 전통시장특별법을 통해 구조개선사업비 등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고 있지만, 민속5일장은 상설시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민속5일장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속5일장도 구조개선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전통시장특별법의 관련 조항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민속5일장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라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뿌리부터 다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정기시장(민속5일장)과 상설시장(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등)으로 불리던 것이 이명박 정부 들어 전통시장으로 하나가 돼버렸다. 민속5일장도 당연히 전통시장 범주에 포함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안일하게 대처한 탓에 그 범주에서 빠져버렸다.”
전국 700여 민속5일장에 종사하는 상인숫자만도 백만 명에 육박했지만, 단지 매일 열리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이라며 이 회장은 안타까움을 표했다. 특히 그는 “전통시장특별법이 제정될 당시만 하더라도 연합회가 주도적으로 움직였으며, 전통시장 관련 단체들은 막 태동하는 시기였다”라고 이 회장은 지적했다. 상을 차리고도 정작 밥을 먹지 못한 셈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 회장은 “전통시장은 민속5일장과는 역사와 전통적인 측면에서도 엄연히 구분된다”며 “또 보부상에서 시작된 민속5일장은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라고 정부 지원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안정된 장소 확보가 관건
민속5일장의 또 다른 고민거리는 바로 정기적으로 장을 열 수 있는 안정된 장소의 확보다. 장소만 확보된다면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도 민속장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한강고수부지의 주차장은 항상 텅텅 비워있다”며 “민속5일장의 계승발전을 위해 시 차원에서 적극 협조해준다면,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즐길 수 있는 민속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회장은 “최근 5일장을 열기 시작한 인천 월미도의 경우에도 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로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비록 월미도 상인들의 요청에 따라 시작했지만, 지자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실패할 확률이 더 많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 상인들은 “2개월째에 접어든 월미도5일장은 죽었던 상권을 다시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5일장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로 예전의 모습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도 연합회는 안정된 장소 확보는 장이 설 때 마다 기승을 부리는 소방도로나 도로, 점포앞 등지에서의 불법 상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허가된 구역 안에서의 건전한 상행위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식 민속5일장 상인임을 인증하는 신토불이증을 발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속장 무형문화재 추진
한편 이 회장은 민속5일장의 전통성과 역사성을 강조하고 정부지원의 법적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민속장 무형문화재 지정을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회는 지난 2008년 3월 열린 ‘전국민속 5일장 상인 총전진대회’에서 5일장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이 회장을 비롯한 상인들은 “대형마트 등에 밀려 갈수록 쇠퇴하는 5일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선 정부와 각 지자체의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며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아 예산지원이 이뤄지면 낙후된 장마당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전통문화 관공코스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니인터뷰
전국민속5일장연합회 대부 이호영 회장 “조직 재정비에 전력투구”
전국민속5일장연합회 출범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이호영 회장은 약 20여 년 전 현업에 뛰어들었으며, 2002년 연합회 출범 이후 지금까지 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업을 하기 전에는 유도체육관을 운영하던 체육이었다. 현재 그가 취급하는 품목은 생활잡화이며, 모란장과 용인장을 포함해 수도권 민속장 을 돌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민속5일장이 점차 사라져가고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지난 2001년 1월, 수도권 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연합친목상우회를 결성하였으며, 이것이 계기가 돼 이듬해 5월에 연합회를 결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11년이 지난 지금, 이뤄놓은 것이 별로 없기에,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조직 재정비에 만전을 기하겠다.” 이 회장의 말처럼 그 시발점이 될 ‘창립 11주년기념-민속5일장 발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올 하반기에 국회에서 대대적으로 열릴 전망이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민속5일장 특별조치법 제정을 목표로 민속장 공공용지 확보, 상인회원 등록제 시행, 민속장 무형문화재 추진 등의 주요 현안들이 집중 거론될 전망이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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