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집이 가난해 중학교를 마치고 빵 만드는 일을 배웠다고 한다. 30년 동안 제과업에 종사했고 그가 잘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빵을 맛있게 굽는 일인데 ‘지금 가게를 그만두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빵을 잘 만드는 대구사람 손노익. 그는 미래에 대한민국이 주목해야할 협동조합인이다.

-밀려오는 폐업에 대한 공포

대구광역시 서구 6개 제과점이 공동브랜드로 2년 전부터 만들어 팔기 시작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서구맛빵’의 개발자 풍미당 베이커리 손노익 사장은 자신도 문 닫을 위기를 몇 번 넘겼다면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대기업의 공포를 풀어 놓는다.

근처에 파리바게트나 뚜레쥬르, 대형마트 안의 빵집이 들어오면 7~8개의 동네빵집 매출을 가져간다고 한다. 10년 전만 해도 대구시 서구에는 120여개의 제과점이 있었는데 지금은 40개 밖에 안 남았다. 손 사장은 “처음 500m 거리에 파리바게트가 생기면서 매출이 60% 급감했어요”라고 한다. 그 후로도 뚜레쥬르, 롯데 할인점 마그넷 등 위기는 수시로 찾아왔다. 손 사장은 용케도 버텨냈다.

손노익 사장은 “지난날 형님 아우하고 지내던 동료들은 지금은 택시나 막노동으로 겨우 살아가고 있죠”라면서 “망하면 나 또한 가야할 길”라며 베시시 웃는다.

-협동조합은 빨리 가는 게 아니라 함께, 올바로 가는 게 중요

대구시 서구에 있는 빵집 6개 모여 공동브랜드로 ‘서구맛빵’을 만든 것은 살아 남기위한 몸부림에서 시작되었다.

3년전 사라져가는 동네빵집을 살리기 위해 대구광역시 서구청에서는 심사를 거쳐 맛집처럼 ‘맛있는 빵집’으로 6곳을 선정해서 가게 앞에 명패를 달아 주었다. ‘맛있는 빵집’으로 선정된 6곳의 사장들이 모여 공동브랜드를 개발하기로 하고 각 제과점을 대표하는 빵 6개씩을 출품해 1년 반의 노력 끝에 풍미당에서 출품한 빵을 최종 맛빵으로 선정해 공동 판매에 들어갔다.

손 사장은 “혼자하면 빠르게 진행되는데 여러 사람이 작품을 출품하고 심사위원의 심사와 수차에 걸친 품평회를 통해 선정하다보니 시간이 무려 1년 반이나 걸리더군요”라면서 “그래도 동료들과의 경쟁과 충고, 다양한 평가를 통해서 보완하고 시정해서 남부끄럽지 않을 빵을 만들었어요”라고 자랑스러워한다. 그는 공동브랜드를 개발하는 과정을 통해 협동조합 정신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협동조합은 빨리 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함께 가는 것, 올바로 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서구맛빵’은 팥소와 강낭콩소를 넣은 2가지가 있는데 빵맛과 떡맛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독특한 빵이다. 천연색소를 사용해 맛깔스러우면서도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에 첫 느낌은 딱딱하고 고소한 게 잘 구워진 빵맛이지만 속살은 쫀득한 찹쌀떡 맛이다. 거기에 달콤한 앙금엔 호두와 해바라기씨 등 견과류를 넣어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다. 한 지역을 대표할 만한 훌륭한 맛이다.

-전국 행사에 단골 인기

‘서구맛빵’은 천연재료를 사용한 웰빙빵이다. 천연색소는 물론 앙금와 우유에서 추출한 생크림, 밀가루 대신 타피오카라는 아프리카 식물을 전분을 사용해 빵처럼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쫀득한 찹살떡의 맛을 내는 것이다. 밀가루는 0.5% 정도 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솜씨 좋은 장인이 좋은 재료를 사용해 만들었기에 ‘서구맛빵’을 한번 먹어본 손님들은 그맛을 잊지 못하고 다시 찾다. 손 사장은 “행사에 초대되면 하루 매상이 2~300만원이 넘고, 우리 매장의 일일 매출 20%를 ‘서구맛빵’이 책임지고 있죠”라고 한다. 단일 품목으로는 대단한 것이다.

-대기업이 두렵지 않은 공동브랜드의 힘

손노익 사장은 ‘서구맛빵’을 천안 호두과자나 경주 황남빵처럼 대구를 대표하는 유명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구맛빵’이 정부에서 선정하는 예비협업화사업으로 선정이 되었다. 만약 최종 협업화사업으로 선정돼 정부지원금이 나오면 공동작업장을 만들 예정이다. 6개 사업장에서 각자 만들다보니 나타나는 미묘한 맛의 차이를 잡고 맛의 표준화를 통해 시장을 키워 나갈 예정이다. 또한 지금은 단일 품목이지만 앞으로 5개 정도의 ‘서구맛빵’을 더 만들어 다양한 소비자의 기호를 충족시킬 예정이다.

그도 한때는 시시각각으로 조여 오는 대기업의 압박에 조만간 자신도 문을 닫아야하는 건 아닌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렸기에 협업화 사업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그는 “협업화 지원금 1억 원은 위축될 대로 위축된 자영업자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돈입니다”라면서 “정부의 지원은 우리의 상상에 날개를 달아 주었죠”라고 한다.

-협동조합이 날개를 달아주었다

손 사장은 “천안 호두과자나 경주 황남빵은 유명 하지만 단일 품목이다 보니 더 이상 확장하기 힘든 한계가 있어요”라면서 “우리는 일반인이 쉽게 먹을 수 있는 빵에서 최고급 선물용 과자까지 다양한 ‘서구맛빵’을 개발해 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만들어 갈 것입니다”라고 한다.

그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두 번째 ‘서구맛빵’은 고구마빵이다. 고구마 모양의 얇은 빵 위에 고구마를 쨈처럼 갈아 깔고 블루베리, 딸기, 견과류 등을 얹어 다양한 맛을 낼 예정이다. 먼 길을 온 손님에게 내놓는 특별한 시식이라며 먹어보라는 데 촉촉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고구마가 80% 이상 사용되기 때문에 달콤하지만 다이어트에도 걱정이 없는 좋은 음식이란다.

빵 맛이 소문나자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이름난 행사에는 단골로 초대 받고 있다. 또한 서울이나 경기도 지방에서도 택배로 주문하는 고정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천연재료만 사용하기 때문에 6개 소포장은 5천원 12개 큰 포장은 만원에 팔리고 있다.

문의. 053)353-6266

박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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