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조의 국내 현황은.
아직 매우 어렵고 취약한 상태입니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정책이 많이 있었지만 그 정책이 개발정책으로만 끝나고 말아 실질직으로 우리 산업 현장에 보급되지 못하였습니다. 기술이나 생산장비 개발 등 산업을 위한 개발이 있었다면 보급 및 운영을 통해 생산현장에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기회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정부정책 과제가 보급이나 운영에 관한 지원정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자동차 제작사나 1차 납품업체에서 생산되는 인너부품(재제조부품 조립 시 사용되는 부분 부품)을 우리와 같은 재제조업체에 공급을 하지 않아 품질향상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재제조부품의 품질은 어떤 인너부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품질이 크게 달라집니다. 원제작사나 1차 납품업체을 통한 OEM(주문자생산) 방식의 인너부품이나 A/S 정비공장에서 정비 후 발생되는 코어(폐부품)가 재제조협회를 통해 공급될 수 있도록 의무화해 주어야 합니다.
-선진외국의 재제조 현황은
자동차 재제조산업이 발달한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재제조산업 현장을 보고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신차 출고 후 A/S 발생에 따른 필요 부품을 재제조업체들이 공급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교체부품에 대한 보증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수십 년 된 외국 차량들이 도로 위를 달리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입니다. 출고부터 폐차까지 평균 13.6년인 국내 상황을 고려해 우리도 이와 같은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부품 단종에 따른 소비자의 불만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원제작사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품개발에 전념하고, 우리가 A/S 부품 공급을 담당한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외국의 재제조부품이 활성화 된 배경이 있다면
소비가 있으면 제품을 생산할 수밖에 없고, 생산과 소비가 필요하다면 시장은 발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다 환경보호와 자원재활용의 중요성을 일찍이 강조한 선진국들의 주요 정책들이 재제조산업의 부흥을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재제조부품은 신품에 비해 생산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CO2 배출량도 90% 이상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또 정부에서도 세제감면 혜택 등을 포함해 철 스크랩(고철) 가격 인상 시 코어(폐부품) 구입비용의 일정부분을 지원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 재제조부품 사업이 늦은 이유는
‘환경친화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5년 이전에는 자동차 관리법을 통한 엄격한 규제로 인해 자동차부품 재제조 관련 사업을 할 수조차도 없었습니다. 몰래 사업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형사적 처벌은 물론 모든 생산도구와 코어를 포함한 완제품까지 압수당하는 등 재제조산업 자체가 말살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산업은 신품 시장이 아닌 재생과 부품개조, 그리고 중고부품 시장을 기반으로 발전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다가 현대자동차부품서비스라는 회사가 설립된 이후부터 자동차부품 시장질서 확립차원에서 재제조산업이 규제되고 단속받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이러한 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재제조산업은 발전할 수 없었고, 뒤늦게나마 재제조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정책이 나오는 현 시점에서도 일부 회원들은 예전의 압박과 고통 때문에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재제조산업은 신품 시장보다 먼저 태동했고 또 그들의 기술력 또한 훨씬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회원 간 기술교류를 하지 않는 것이 협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었는데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산업을 지켜온 우리산업의 역군들은 이제 당당히 주장해야 합니다. 이 산업(재제조)의 주인은 우리라고. 비록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말로만 상생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관련 업종의 모든 종사자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동반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협회원들의 하나된 힘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현대글로비스, 만도 등 대기업의 재제조부품 사업 진출에 대해
대기업들이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국내 재제조산업의 향배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품질 좋은 인너부품 공급, 지정 A/S 정비공장에서 발생되는 코어의 공유, 기술지도 등을 통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대기업과 우리가 동등한 입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정부가 원하는 동반성장도 가능하라리 봅니다. 여기에다 재제조부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된다면 자동차산업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할 수 있는 정도경영을 펼친다면 재제조산업 역시 국가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기업의 진출로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데
자동차부품 재제조산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됨에 따라 현대글로비스의 재재조 시장 진출이 적합업종 선정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유통만 하는데 무슨 말이냐고 항변하겠지만, 여기에 재제조부품을 생산·납품하는 서한산업(등속조인트)은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서한그룹으로 통하고 있는 대기업이며, 스타터모터와 알터네이터를 납품하는 발레오전장 역시 세계적인 대기업입니다. 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들의 동반성장 의지에 따라 때로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겠지만, 해결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한다면 얼마든지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자동차부품 재제조산업은 국가산업 정책 중 자원재활용 산업이며, 교토의정서에 협약된 온실가스 배출규제 산업니다. 현재 재제조산업을 통해 연간 1만7131톤의 자원절감 효과와 3만5300톤의 CO2 발생 저감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재제조산업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조세특례법이 적용되지 않아 세금감면 혜택을 보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또한 자동차부품 재제조산업의 가장 중요한 원자재인 코어 역시 폐기물과 함께 수거되어 용광로로 직행하는 등 소중한 자원이 지금도 낭비되고 있습니다. 협회를 중심으로 한 코어 유통시스템 구축과 함께 소중한 원자재의 확보를 위한 코어물류센터 건립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합니다.
김영욱 기자
코어란?
우리말로 핵심이란 뜻의 코어는 자동차 재제조 분야에서 자원순환과 환경보호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핵심부품으로 통칭되기도 한다. 이처럼 코어는 수명이 끝난 자동차 부품을 수거해 완전분해, 세척, 재조립, 부품교체 등 일련의 공정 과정을 거쳐 신품과 동일한 품질을 갖도록 만드는 재제조부품의 핵심재료를 일컫는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 자동차 국가에서는 코어를 활용한 부품 재활용 사업이 자동차 산업의 한 분야로 자리잡을 정도로 일반화됐으며, 신품대비 3분의1 가격이라는 경제적 이익과 자원낭비 감소 측면에서 향후 국내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블루칩으로도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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