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법적단체와 언젠가 만나게 될 것
전국상인연합회(이하 연합회) 진병호 회장을 다시 찾았다. 지난 해 9월, 취임 1주년 기념 인터뷰를 한지 약 7개월여 만이다. 여전히 연합회는 계속 잠행 중이었다. 외부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계속 내실을 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뜻이다.
진 회장은 관할 기관인 중기청은 물론, 사업상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시장경영진흥원마저도 거의 왕래를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유는 “독자적 생존의 토대를 갖추는게 급선무이며, 그랬을 때에 만이 정부와의 관계도 상호 대등한 관계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소상공인 법적 단체와 관련해서는 “시장상인회도 법적단체”라며, 현재는 가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연합회 내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그동안 방만하게 운영됐던 연합회를 작지만 강한 단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하여 뼈를 깎는 고통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전국 16개 지회 지회장 중 90% 이상이 교체됐다.
실제 조직을 위해 일하는 사람 위주로 사람들이 바뀌었고, 작은 사무실에서 최소한의 인원만을 갖고 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그렇지만 그 사이 오히려 회원 숫자는 늘었다.
취임 당시 400개였던 회원 상인회 숫자가, 현재는 700여 곳으로 늘었다. 올 연말이면 1천여 곳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1517곳 중 60% 이상의 조직률이 되는 것이다. 핵심적인 시장들부터 참여하는 격이 되니 조직률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현재 전국 시장에는 약 45만여 상인들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 조직 배가 운동은 어떻게 해 왔나
연합회는 조직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게 연합회가 갖고 있는 권한을 원칙대로 집행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즉 회비를 제대로 내지 않는 지회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에서도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지회도 마찬가지다. 지회 차원에서의 지원을 받으려면, 각 시장 상인회는 제대로 회비를 내고 회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회원으로 가입되지 않은 시장 상인회도 회원으로 가입하고 회원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지원을 받게 된다.
- 취임 후 연합회 운영 예산과 관련, 정부 지원이 없었다고 들었는데
한때 우리 연합회에 대해 정부 예산 지원이 많이 이뤄졌다. 그런데 돈이 넘쳐나면 나태해져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연합회의 과거 활동 과정에서 그런 것들을 많이 느꼈다. 따라서 회장 취임 이후에 우리 스스로도 자생력을 키울 수 있고, 또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소기업청에도 가본 적이 없고, 또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시장경영진흥원에조차 가지 않았다. 오히려 내실에 힘썼다. 이에 따라 밖에서 우리 단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대선 때를 두고서 하는 얘기인지
그렇다. 연합회와 각 지회, 그리고 상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정치권은 우리를 작지만 강한 단체로 인식하게 됐다. 아마 대선 당시, 시장을 방문했던 여야 후보들 대부분 예전과 확연히 다른 조직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시장상인들의 조직력도 커졌을 뿐만 아니라 위상도 커졌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인 소상공인진흥공단 출범에 대해선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을 합쳐 하나의 공단을 만들게 되면 소상공인들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런데 두 기관이 하나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각각의 업무까지 하나가 되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지붕에 있더라도 양 진흥원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고유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공단이 출범된다 해도 정부정책 속에서의 시장 상인 부분의 위상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장 상인들에 대한 지원이 더 배가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정부에서도 전통시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시장경영진흥원을 출범시켰듯, 하나의 공단이 되더라도 별개의 정책을 펴, 지금처럼 시장 상인들이 위축되지 않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관계는
소상공인연합회가 법적단체라면, 우리 연합회도 전통시장육성특별법에 따른 법적 단체다. 우리는 유통시장이 무차별적으로 개방된 이래, 시장의 업권을 보호하고 상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리고 현재는 법적 단체이면서도 정부의 예산지원 없이 상인들이 한푼 두푼 보내준 회비로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후에 탄생하게 될 법적 소상공인 단체도 내실을 기해나가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서로 만나게 되리라고 본다.
그렇다고 소상공인연합회와 교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앞으로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할 때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동등한 입장에서 우리의 역할과 위상을 키워나가고 싶다.
-정부의 전통시장 현대화 정책에 대해선
아케이드 씌우기, 주차장 확보, 공중화장실 건립 등의 사업은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30억원을 들여 실컷 주차장을 확보했는데, 기껏 20여 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게 된다면 매우 비능률적인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 예산 지원은 앞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져 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획일적으로 동일한 사업형태로 지원하기 보다 지역 특성에 맞게 시장을 가꾸는 쪽으로 지원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의식변화다.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시장을 바꿔도 거기에 있는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현대화 사업에 발맞춰 연합회 차원에서도 친절, 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상인들을 지속적으로 독려해나갈 계획이다. 시장 상인들은 이미 확충된 시설들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자체 경쟁력을 키울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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