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업은 여타 소상공인 업종과는 달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업종이다.
사실 경찰은 안전의 사후 책임을 지는 성격이 강하지만,
열쇠인은 가정과 직장의 안전을
사전에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열쇠인들에게는 단순한 상업적인 자세를 뛰어넘는 높은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열쇠업계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열쇠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다 보니
열쇠인의 도덕성과 책임감에 대한 관심도 부족하고
따라서 열쇠인들에게 이러한 자질을 요구할 수 있는
생존의 기반을 마련해 줄 준비도 별로 되어있지 않다.
열쇠업계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한국열쇠협회가 가장 일선에서 뛰고 있으며,
그 선봉에는 김석준 협회장이 있다.

디지털키, 대기업진입 … 생존 위협
김석준 한국열쇠협회 회장은 전북 익산에서 18년째 열쇠업에 종사하고 있다.
김회장이 열쇠업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일반 소상공인들의 창업과정과 비슷하다. 원래 김회장은 여러 직장을 거치는 불안한 월급쟁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의 구조조정 심화 등으로 직장인 생활의 한계를 느끼면서, 정년 없이 평생 할 수 있는 기술창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로 열쇠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김회장이 열쇠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열쇠업계가 지금처럼 열악하지는 않았다. 디지털 키가 나오기 전이었고 대기업의 시장진입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김회장은 고향인 익산으로 내려가 당시 익산에서 열쇠업을 하고 있던 지인의 도움을 바탕으로 열쇠업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김회장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도 겪었지만, 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소비자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지금까지 이 업종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현재 김회장의 부인과 아들도 함께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에게서 보이는 전형적인 가업(家業) 형태다.
특히 김회장의 아들인 김인우씨는 최근 군 제대 후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을 결심을 굳히고 열심히 열쇠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김회장은 5만 열쇠인들의 생존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당장 가업을 이어 받을 아들을 위해서라도 열쇠관리법은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비열쇠인의 무분별 심각
열쇠인들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지만 생존의 현실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우선 디지털키 등장으로 전체 시장이 크게 축소됐다. 디지탈키는 한번 설치하면 고장이 적어 수리나 복제의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다 보험사들의 열쇠시장 진입도 열쇠업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동차 키를 분실하거나 차에 키를 놓고 내렸을 때 보통 열쇠전문가들을 불러 개문(開門)을 하였으나, 어느 순간부터 보험사가 보험 특약사항에 개문서비스를 추가하여 보험료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열쇠업자 수입원 중의 하나인 개문서비스 시장을 보험사가 장악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도 열쇠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자동차 키를 분실했을 때 열쇠인들에게 자동차키의 복제를 의뢰한 경우가 많았으나, 요즈음은 대부분 자동차 회사에서 유료로 복제해 주고 있다.
이와 관련 김경인 한국열쇠협회 수석부회장은 “최근에는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서비스센터나 대리점에 일감을 만들어 주기 위해 자동차 키를 복제할 수 있는 기계를 직접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가장 큰 열쇠 설치 시장 위협받아
열쇠인들에게는 열쇠 설치가 가장 큰 시장이다. 그러나 이 시장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건축물의 공사 과정에서도 전문 열쇠인들에게 설치를 맡기지 않고 인테리어업자, 샤시업자, 비디오폰 설치자 등 열쇠 비전문가들이 직접 열쇠를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기술이 부족한 상태에서 열쇠를 설치하다 보니 잦은 고장으로 보안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 AS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소비자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김 부회장은 주장했다.
열쇠인들 중에서 자기 직업이 사회적으로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열쇠인들은 별로 많지 않다. 대부분이 당장의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3만-5만으로 추정되는 열쇠인들 중에 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열쇠인은 1,500여명에 불과한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회원들이 자부심과 사회적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없기 때문이다.
김석준 회장은 취임후 회원들의 단결된 의지를 모으는 것에 중점을 두어 왔다. 이를 위해 김회장은 회원들과의 다양한 공식, 비공식 만남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또 열쇠업계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대외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단체연합회 설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소상공인 단체들 사이에서 열쇠업계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열쇠법’ 반드시 통과시킬 것
현재 김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열쇠인들의 오랜 숙원인 열쇠관리법의 국회 통과다. 열쇠관리법은 지난 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되었으나, 경찰청과의 협의과정에서의 난항으로 처리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상태다.
경찰청은 범죄 현장에서 증거확보를 위해 열쇠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까지 제공 받는 상황이지만, 열쇠법 제정에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열쇠 관련 사고발생 시 그 책임이 소비자 개인에게 머물렀으나, 열쇠관리법이 제정될 경우 열쇠 사고에 대한 책임이 주무부서인 경찰청으로 덜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회장은 지난 18대 국회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 19대에는 열쇠관리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를 위해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총리실 옴부즈만실 등 다양한 루트를 통해 법안제출 및 제정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작업을 진행시키고 있으며,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작업을 추진중이다.

장영환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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