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장은 한베협의 올해 최대 역점사업을
대기업 MRO사와의 재협상 내지
대기업의 MRO사업 철수에 두고 있다"

형제들까지 베어링에 종사
김규동 한국베어링파매업협회(이하 한베협) 회장의 가족은 아버지, 아들뿐만 아니라 김회장의 나머지 두 형제까지 모두 베어링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자식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겠다는 소상공인이 10%도 안되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현실에서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소상공인 단체장들 가운데는 2대 또는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단체장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김규동 회장처럼 형제들까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 등에서나 볼 수 있는 오랜 전통을 가진 가족기업의 모습을 우리나라에서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친, 1973년 오퍼로 시작
김회장 일가가 베어링 사업과 인연을 맺게된 것은 부친인 김수민씨가 ‘73년 처음으로 ‘베어링 오퍼상’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부친은 3년 뒤인 ‘76년 ‘세양교역’을 직접 창업하면서 본격적인 베어링 판매사업을 시작했다. ‘80년부터는 일본 ‘에조’사 제품을 전문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에조’사 제품인 ‘미니추어’라는 릴낚시용 베어링이 호황을 이루면서 40년간 이어져 온 가업의 기반을 구축하게 된다.
김회장은 군 복무를 마치고 27세 되던 ‘83년부터 부친의 회사인 세양교역에서 무역 업무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90년 일본 ‘에조’ 본사에서 세양에게 직원의 파견을 요구하였으며, 이에 김회장이 세양의 대표로 일본으로 건너가게 된다.
김회장은 ‘에조’에서 4년간 근무하다 ‘94년 귀국한 후 아버지 회사로부터 독립하여 별도로 베어링 유통 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세양에는 김회장의 형과 동생이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IMF 계기 성장 전환점 맞아
김회장이 현재 회사인 ‘한국EZO(주)’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은 IMF 이후다. 그동안 베어링 업계는 고정거래 관계가 다른 업종보다 더 심한 편이었는데, IMF를 거치면서 수요자들이 기존의 고정거래처에 의존하기보다는 경쟁력 중심으로 제품구입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에 ‘에조’ 베어링이 경쟁력을 인정받게 되면서 ‘에조’제품 수입을 전문으로 취급하던 김회장에게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물론 ‘한국EZO(주)’의 성장 배경에는 김회장이 영업 과정에서 보여준 특유의 성실성과 책임감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준 것도 크게 작용했다.
아들도 회사경영 참여
현재 한국 EZO(주)는 일본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IBM 말레이시아 지사에서 근무하였던 김회장의 아들인 김병희씨가 참여하여 아버지의 업무를 상당부분 이어받고 있다. 김회장은 회사 경영의 상당부분을 아들에게 넘겨주면서, ‘한베협’ 일에 치중하고 있다.
한편 김회장의 부친이 세웠던 ‘세양교역(주)’는 김회장의 형과 동생이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계속 운영해 오고 있다. 구로구 공구상가에 소재하고 있는 세양교역(주)는 40년 가까운 업력을 바탕으로 베어링 업계에서는 탄탄한 사업기반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는 다른 공구사업 분야까지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내실있는 협회 운영
김회장은 그동안 한베협의 전무 4년, 수석부회장 3년 지내면서 책임감과 능력을 인정받아 왔으며 이를 바탕으로 작년 2월 한베협 회장에 추대됐다. 김회장은 “전임 박일근 회장이 워낙 많은 일을 해왔기 때문에 신임 회장으로서 많은 중압감을 느낀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김회장이 처음 회장직을 제의 받았을 때 “술을 마시지 못해 업무를 수행할 자신이 없다”고 거절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그러나 회장 취임 이후, 술을 못하는 대신 특유의 성실성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협회 활성화 및 대외적 위상강화에 많은 성과를 보였다.
작년 체육대회에는 협회 1,000여명 회원 중 900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루었으며, 소상공인연합회가 설립과정에도 깊이 관여하면서 한베협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한베협은 제2의 새로운 40년을 준비하고 있다. 김회장은 취임후 협회 운영의 주안점을 회원들 간의 화합과 회원사들의 실질적인 이익도모에 두어 왔다.
이와 관련 김회장은 “올해부터는 협회 행사의 규모를 줄여 회원사들의 찬조금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며, “그 대신 기술지원, 업무교육, 현장방문 등 회원사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내실 위주의 행사를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MRO 업무조정 재협상
김회장은 한베협의 올해 최대 역점사업을 대기업 MRO사와의 재협상 내지 대기업의 MRO사업 철수에 두고 있다.
2011년 4개 대기업계열 MRO사와 한국베어링판매협회 및 한국산업용재협회 간에 체결한 업무영역 제한 합의로 최악의 상황은 피하게 되었으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합의에는 대기업 MRO사의 영업 범위를 대기업의 1차 협력사까지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데, 베어링 업계 특성상 대기업 1차 협력사가 수요처의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김회장은 “올해는 대기업 MRO사의 업무영역을 다시 조정하는 협상을 추진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대기업이 MRO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을 활동의 목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회장은 소상공인연합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과 연대활동에 주력하는 한편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인터파크와의 업무조정 협의를 마무리 짓는 것도 김회장이 올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삼성계열 MRO사였던 IMK를 인수한 인터파크 측이 2011년 체결한 업무영역 제한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나온 것이다.
과거 IMK가 삼성의 계열사일 때 체결한 협약은 대기업이 아닌 인터파크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다.(본지 7호 26-27면 참조) 이와 관련 인터파크 측과 사업용재협회 및 한베협 측이 작년 7월부터 12월까지 3차에 거쳐 협상을 진행했으나 아직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장영환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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