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권 이사장 리더쉽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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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3월 권영길 이사장의 취임 후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이하 체인조합)이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산산이 흩어져 있던 조합원사들이 조합을 중심으로 서서히 결집되고 있는 모양새다.
비상근 이사장의 매일 출근
권이사장은 지난 해 2월 22일 이사장에 당선된 후, 3월 1일자로 자신이 몸담았던 회사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리고 3월 13일 취임 후, 조합 활동에 일로 매진해 왔다. 이 부분은 권 이사장의 리더쉽의 핵심을 잘 보여준다.
첫째로 권 이사장의 사업방식은 철저함과 완벽함을 기본으로 한다. 어정쩡하게 할 일 같으면 아예 시작하지를 않는다. 둘째로 자기 희생을 기본으로 한다. 전체에게 하나될 것을 요구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부터 조직을 위해 헌신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권 이사장은 매일 출근하지 않는 날이 없다. 급여가 나오지 않는 비상근 이사장으로서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조합의 현안을 가장 선두에서 챙긴다. 정부 부처를 현안 방문하거나,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를 만나거나, 제조사들을 만날 때 권 이사장이 직접 나서곤 한다.
그리고 지방 출장은 이제 생활이 돼 버렸다. 조합원사들을 직접 만나 먼저 경청하기 위해 노력한다. 대부분 말 못할 사업상 어려움부터 조합에 대한 불만, 바람들이 크게 쌓여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그 중 공통분모를 추려 조합의 주요 사업방향으로 반영하거나, 조합을 통해 어떻게든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권 이사장에게서 느껴지는 또 하나의 리더쉽의 본질은 사람에 대한 섬김의 자세다. 권 이사장은 이사들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다한다. 이사회가 있는 날이면, 조합 본부는 이사진들에게 성심을 다 한다. 지방에서 기차편을 이용해 올라오는 이사들을 위해서는 기차표 예매와 동시에 역전에서 조합 사무실까지 차편을 꼭 대절하고, 회의 후에는 똑 같이 역전까지 배웅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조합원을 하늘처럼...
조합을 위해 봉사하는 이사진들에 대한 예우는 극진하면 극진할수록 당연지사라고 보는 것이다. 아울러 생일 때에는 꼭 자그마한 선물 하나라도 잊지 않는다. 이 같은 자세는 꼭 이사진들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다. 직전 이사장 뿐 아니라 조합 원로들에 대해서도 꼭 생일 때에는 자그마하나마 정성을 거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조합 전체적으로 조합원을 하늘처럼 모시는 기풍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권 이사장은 말한다.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다. 단 이사장은 조합원을 떠받들어 대신 조합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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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 이사장은 체인업계에서도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인물로 꼽힌다. 체인업체에 가장 밑바닥 사원으로부터 출발해 중견 체인업체의 오너가 됐다. 그 과정에서 물려받은 재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맨 주먹으로 오늘을 일궈온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26세인 79년, 처음으로 체인업체에 평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됐다. 그러다 그가 몸담은 회사가 부도직전으로 몰리게 되고, 그 속에서 그의 합리적이고 신뢰를 중시하는 인간관계론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당시 채권자였던 주류 제조사들은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경영자보다 구매과장에 불과했던 권 이사장을 더욱 신뢰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부도 직전 회사의 복잡한 채권 채무관계를 말끔히 해소해 주고, 새로운 제3의 주류 체인회사의 상무 직급으로 회사를 옮기게 된다.
그런데 그가 옮겨간 새로운 회사 또한 방만경영으로 부도 위험에 몰리게 되고, 그는 옮겨온 지 2년도 안돼 부도직전 회사를 살릴 적임자로 꼽혀 대표이사로 취임하게 된다. 채권자들의 추대에 따른 것이었다. 그 후 권 이사장은 20여 년간 정도 경영에 힘써 이 회사를 연 2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회사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6년여 전에는 중국 산동지구에 주류및 잡화를 공급하는 중국 법인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다행이 이 법인 또한 진출 후 2년여를 지나면서 서서히 경영이 안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경영방식은 퇴임 후 후임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CEO를 외부에서 영입하지 않는 게 직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하고 생각해 왔다. 그리하여 회사 내부에서 평사원으로 들어와 26년간이나 묵묵히 회사를 위해 힘써온 직원을 대표이사로 낙점했다.
권 이사장이 하고자 하는 일
조합원사들은 현재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객관적으로 대형 유통업체에 짓눌려 주요 거래처이면서 회원사이기도 한 수퍼들이 크게 침체해 있다. 더불어 가격협상 또는 판촉 지원과 관련한 협상력에 있어서 제조사들에 의해 자꾸 휘둘리고 있다. 이로 인해 조합원사들의 매출 및 마진율이 크게 내려가 있는 상태다.
권 이사장의 리더쉽이 가장 큰 시험대에 놓여져 있는 대목이다. 조합의 구심력이 떨어져 있다보니, 제조사들은 각 조합원사들을 상대로 가격협상 및 판촉 지원 협상을 벌인다. 조합원사들 입장에서는 본인들의 재량은 커지지만, 결과적으로 막강한 제조사들에 의해 결정적인 것은 얻어내지 못하고, 이끌려 다니는 위치에 놓이게 된다.
권 이사장은 현재 1년여째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온 몸을 던져놓고 있다. 조합원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이견을 좁혀오고 있다. 그는 조합원사들에게 제조사들과의 협상 창구를 조합으로 단일화하자며 끊임없이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 자신들의 재량권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서히 조합원사들이 마음을 열고 있다. 각 개개인이 소아(小兒)를 버리고 조합을 살리면, 그 게 결국 자신을 살리게 되는 길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권 이사장은 이같은 조합의 단결된 힘을 기반으로 공동물류센터, 공동구매사업의 추진은 물론,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한 대정부 목소리도 대폭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은
전국의 5만여 수퍼들을 회원으로 하는 100여 곳의 가맹점형 사업자들의 조합. 이들 가맹점형 사업자들이 직접적인 조합원으로 돼 있고, 이들 사업자들은 주류를 중심으로 각종 잡화를 산하의 수퍼 회원사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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