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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하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 회장은 ‘76년 소공동 지하상가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이곳에서 도자기 판매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35년이 넘게 이어오고 있다. 2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전형적인 소상공인이다. 평생을 도자기 판매업에 종사하면서 도자기 업계의 활황과 침체를 온몸으로 겪어 왔으며, 또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상가 하나인 소공동 지하상가에서 건립 당시부터 지금까지 한 곳에서 영업을 해오고 있는 지하상가 역사의 산증인이기도 하다.
대이어 도자기 판매업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 회장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아버지가 해오던 가업을 이어 받아 도자기 판매업에 뛰어들었다. 정 회장이 도자기 판매업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도자기 업계의 업황은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다. 도자기 업계 수요의 절반가량을 일본인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정 회장이 도자기 판매업을 시작한 ‘76년 당시에는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던 시기로서 도자기 수요가 계속 늘어가고 있던 시기였다.
일본 장기불황에 시장 침체
그러나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황금기를 구가하던 도자기 산업은 ’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들었으며, 그 어려운 상황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또 명절 등의 선물용으로 도자기가 많이 판매 되었으나, 상품권 발행이 시작되면서 명절 도자기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도 도자기 업계가 침체에 접어들게 된 요인이 되었다. 정 회장은 도자기 매장이 밀집되어 있는 인사동의 경우 매장들이 문을 닫거나 규모를 크게 축소하고 있으며, 15개가 있었던 소공동 상가 내의 도자기 판매장도 현재는 3개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도자기 업계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도자기 공장들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했으며, 명장들이 운영하고 있는 일부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도자기 업계는 예술용 도자기가 아닌 생활형 도자기(토속적 도자기)로 전환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하상가와 함께한 역사
소공동 지하상가가 만들어질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지하상가는 거의 없었다. ‘76년 개점 당시 초기 입주해 지금까지 사업을 영위해 오고 있는 소공동 지하상가 상인들이야말로 우리나라 지하상가 역사의 산 증인이자, 현재의 소공동 지하상가를 일구어 온 진정한 주인들이다.
이들은 입주 2년 만인 ‘78년 ‘소공상가 신협’을 만들었다. 처음 신협을 만든 이유는 법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자치기구’를 만드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임의기구 형태를 띤 ‘연합회’로는 법적 지위를 보장받기 힘들기 때문에 신용협동조합을 만든 것이다. 즉 ‘소공상가 신협’은 ‘소공상가 연합회’의 법적인 외곽기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소공상가 신협’은 단순히 금융부조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공동 상인들의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고 공동의 발전을 도모하는 ‘생활협의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공신협’은 생활협의체 조직
정 회장은 ‘89년 신협의 부이사장을 맡은 이래 ‘92년∼‘95년, ‘98년∼‘02년, ‘03년∼‘06년 등 3번에 거쳐 이사장을 역임 했으며, ‘12년부터 다시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 회장의 아버지도 초장기 신협의 창립을 주도했던 멤버로 이사장을 2번 역임했었다. 정 회장은 ‘02년에 서울시 지하상가연합회장에 취임하면서 ‘소공상가신협’을 서울시내 지하상가 전체의 신협으로 확대시켰다. 즉 조합원 자격을 서울시 전체 지하도 상인으로 확대한 것이다. 또 신협의 명칭도 ‘소공신협’으로 개칭했다. 그 이후 조합원이 급증하여 현재는 3,0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자산도 400억원에 달한다. 정 회장은 지하상가 상인들의 피와 땀과 정성이 현재의 신협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지하상가 상인들 권익보호
정 회장은 ‘92년 주변 상인들의 권고로 ‘소공동지하상가 회장’을 맡게 되면서, 그동안 비공식적으로만 해 왔던 지하상가 상인들의 공동체 활성화 및 권익증진 활동을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회장 취임 이후 소공동 지하상가의 자치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는 한편, 지하상가 상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서울시를 비롯한 여러 기관 및 단체들과의 접촉활동도 대폭 늘려나갔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02년 서울시 지하상가연합회장을 맡게 되었으며, 현재는 전국지하상가연합회장을 겸하고 있다.
8년에 거친 임대료 전쟁
정 회장을 비롯한 소공동 지하상가 상인들과 이명박,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2대에 거친 8년 전쟁은 ‘02년 이명박 시장이 지하상가 운영에도 수익성 개념을 도입하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되었다. 원래 ‘76년 소공동 지하상가가 시작될 당시 조건은 건설회사가 20년간 소유하다가 서울시에 기부체납 하는 것이었다. 이 조건에 따라 ‘96년부터 지하상가의 소유권이 서울시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건설회사 소유 때에는 건설회사가 별도의 ’관리회사‘를 두어 임대료 및 관리비 수납을 비롯한 모든 관리를 해 왔으나, 서울시 소유로 바뀐 이후로는 서울시가 관리권을 자치회(번영회)에 상당부분 이관하였다. 따라서 이명박 시장 취임전 까지는 임대료 문제도 자치회와 서울시와의 협의 속에서 적정선에서 무리 없이 타결되어 왔다.
그러나 이명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시는 처음에는 일방적인 퇴거통지를 했다가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후퇴하더니, 다시 임대료를 300-900%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결국 5년 계약에 임대료 100-200% 인상에 합의한 것으로 이명박 시장과의 악연은 일단락되었으나, 이번에는 오세훈 시장이 5년 계약이 끝난 ‘08년 4월, 명도소송에 가처분 신청까지 제기하면서 상가 철시를 요구해 왔다. 또한 상인들의 집회를 주도해온 정인대 회장에 대해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까지 함께 제기했다.
결국 지난한 싸움 끝에 2011년 7월 “계약기간을 5년 단위로 최대 10년까지 연장 가능하도록 하고, 임대료 인상률도 법의 한도 내에서 최대 9%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에 합의했다. 한편 정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2년여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정 회장이 승소했다.
“시장이 바뀌면 또...” 걱정
정인대 회장은 “현재의 계약 조건을 따내기 위해 영하 12도의 혹한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총 38회에 걸친 집회를 개최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어려운 싸움을 어떻게 해 냈는지 잘 믿겨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 회장을 비롯한 소공동 지하상인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다. 5년간의 임대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서, 서울시장이 현재의 박원순 시장이 아닌 이명박, 오세훈 같은 성향의 다른 인물로 바뀌어 임대조건의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닥쳐, 또 다시 임대료 전쟁을 반복하는 것은 생각하기도 끔찍하다는 것이다. 지난 투쟁과정에서 겪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상처가 너무나 큰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것이다.
장영환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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