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은 시장경제체제를 국가의 기본 경제 질서로 규정하면서도 국민경제의 상생과 발전을 위해 국가의 개입근거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개입은 시장실패를 보완하여 국민경제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5년 동안 국민경제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져서 사회양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 소득재분배와 독과점 방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보호·육성, 에너지· 자원의 확보와 공급 등 주요한 현안을 다루는 곳입니다. 막중한 국가정책을 다루는 지식경제위원회의 간사로 새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2012년에는 특히 골목상권 보호 및 전통시장 활성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들이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되고서도,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질문=어렸을 적 꿈과 성장과정, 학창시절 및 정치입문 동기를 소개해 주신다면.
1985년에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습니다. 정의를 실현하는 법조인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입학 후, 정치권력의 억압과 그로 인한 고통, 사회 부조리에 눈뜨게 되었고, 1980년 광주민주항쟁의 치열했던 역사도 접하면서 고민이 깊어갔습니다. 여러 날을 고민했고 결국 법조인의 꿈을 버리기로 결심하고, ‘민주주의’와 ‘보다 나은 민중의 삶’을 외치며 열정적으로 달렸습니다.
저는 제 16대 대선 선대위 청년위원장을 거쳐 ‘참여정부 제1호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참여정부 초대 내각에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두 명이 입각함에 따라 비례대표 의원직을 승계한 것입니다. 굳이 ‘참여정부 제1호 국회의원’이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낡은 관행과 틀, 특히 기존의 정치질서를 개혁하고 새로운 정치문화를 창출하라는 것이 참여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이자 시대적 요청이라 여겼기 때문이고, 그것은 고스란히 국회의원으로서 저의 과제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질문=평소 정치인으로서의 포부와 비전은.
‘처음처럼’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하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또는 일을 하면서 잘못하거나 실수할 수도 있지만, 늘 변함없는 일관된 모습, 일관된 마음가짐이 특히 정치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합니다. 새해 2013년, 저는 국민의 참여 속에 구태정치의 낡은 틀을 넘어 국민이 이기는 시대의 새로운 정치를 위하여, 대결과 전쟁의 위협을 넘어 한반도평화의 시대를 열어 가기 위하여, 소모적인 정쟁과 부정비리의 악순환을 끊고 투명하고 깨끗한 정치문화의 창출을 위하여 열심히 뛰겠습니다.
질문=평소 소상공인 업계 발전에 대한 견해는.
사회양극화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산업생태계의 붕괴입니다. 경제활동의 성과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한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대기업과 재벌, 그리고 특권층에만 돌아가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이 벌어져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수준의 권고 외에는 국가가 개입할 수 없는, 제도적 미비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제상황이 좋아야 내수가 살아나고 내수가 살아나야 대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생태계 조성이 가능합니다. 대기업이 모든 영역을 독식해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의 경제활동이 불가능할 정도라면 국가경제는 물론 대기업 스스로도 자멸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장실패를 보완하고 중소기업과 중소상공인들을 보호·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질문=대형마트 규제를 주안점으로 한 유통법 개정안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는데, 이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입장과 향후 전망은.
유통산업발전법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법사위에 묶여 있습니다. 경제민주화를 통해 국민 대다수를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정당이 대놓고 유통법의 통과를 막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갖은 핑계를 대며, 유통법이 원안 그대로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형유통업체들과 똑같은 논리입니다. 더욱이 대형마트들은 한 발 더 나아가 영업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고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까지 하고 있습니다.
유통법 개정안의 통과는 상생을 위한 최소한의 규제입니다. 유통법에 대한 민주통합당의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영업시간규제 및 의무휴업일 확대는 중소상인, 자영업자의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이고, 경제민주화에 대한 시대적 요구입니다. 경제민주화는 대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경제민주화의 진정한 목적은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좋은 일자리를 늘리며 골목상권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유통법 개정은 이러한 경제민주화의 첫 단추입니다.
질문=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은 문구, 자전거, 공구, 화훼 등 전통적인 소상공인 판매업종에도 예외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우리나라는 1979년부터 사전적 보호장치로 고유업종제도를 운영했지만,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중소기업 경쟁력 약화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2006년에 폐지되고 말았습니다.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되자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이 본격화되었고, 중소기업·중소상인들은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고 말았습니다.
한편, 사후 보호장치로 남아있던 사업조정제도는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쳤고, 동반성장이 강조하는 ‘자율’이라는 허울이 덧씌어져, 오히려 대기업의 방패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법의 규제를 통해 공정성을 회복하고 중소기업과 중소상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줄 때가 왔습니다.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도입은 가장 시급한 입법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소상공인들의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경쟁력 향상을 위해 복합 물류센터를 건립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복합물류센터 건립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다 적극 나서야 합니다. 정부에서도 중소유통 도매물류센터 건립지원을 위해 2011년 140억원, 2012년 125억원 등 지난 10년간 물류센터 36개소, 46건에 국비 560억원이 지원되었고, 2013년에는 160억원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사업은 국비 60%, 지방비 30%, 민간 10%의 매칭사업으로 추진되는데다가, 사업추진 주체가 지방자치단체이다보니 지자체 예산확보나 사업우선순위에서 밀릴 경우에는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향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질문=2013년 신년 구상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상생과 상식의 정치를 하고자 합니다. 대선이 얼마 전에 끝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정치 무관심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우리의 삶과 가장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록 우리 정치의 수준이 국민 여러분이 바라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잘하는 점은 칭찬해주시고 잘못하는 점은 질타해 주셔서 우리 정치가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질문=소상공인들에게 덕담 한 말씀 하신다면.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 위축, 대기업의 탐욕과 횡포로 인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전통시장의 생존권 위협, 1천조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등 서민생활이 많이 어렵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가 공동으로 실시한 ‘소상공인 경영상황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흑자를 냈다는 응답은 불과 7.6%에 불과했습니다. 국회를 비롯하여 범정부차원에서 적극 노력하여 소상공인들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꽁꽁 언 손과 발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희망찬 새해, 여러분 모두의 가정에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덕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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