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용재협회 유재근 회장은 소상공인 단체장 가운데 가장 열정적인 사람 중 한 사람이다. 2009년 발족된 이래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위해 노력해 온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핵심 멤버로 활동해 왔다. 소상공인이 더 잘 사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애쓰고 있는 단체장들을 한 사람씩 초대해온 소상공인신문이 이번에 유 회장을 찾아봤다. 본보는 유 회장을 가장 선순위로 인터뷰하고자 했으나, 그가 워낙 바빴던 관계로 이제야 인터뷰가 이뤄졌다.
틈새 시장 공략을 위해
한국산업용재협회 유재근 회장은 청계천 공구상가에서 장사로 잔뼈가 굵었다. 그의 첫 창업 아이템은 이탈리아로부터 수입한 에어타카였다. 못과는 달리 머리가 달리지 않은 핀을 에어의 힘으로 손 쉽게 박는 공구였는데, 당시 가구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시골의 아버지로부터 어렵게 받은 적은 돈으로 시작했던지라 처음에는 고생이 많았다.
창업 후 전국의 가구단지를 돌면서 아예 그 자리에서 며칠씩 묵어가면서 영업을 했다. 당시에는 첫 도입된 공구라서 사람들은 꽤 낯설어 했다. 직접 시연을 하면서 조금씩 거래처를 늘려가기 시작해, 창업 후 3년여가 지나자 서서히 사업이 풀려 갔다.
이후 유 회장은 히다치, 보쉬 등 쟁쟁한 해외 브랜드 제품군 보다는 미국의 포터케블이나, 대만제 브랜드를 직접 수입 판매했다. 이미 알려져 있는 브랜드들은 국내 총판업자들을 끼고 이들로부터 공구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마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유 회장은 직접 수입선이 돼 공구를 공급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시장은 작아도 틈새를 공략할 수 있었고, 그래서 여타 업체에 비해 영업을 차별화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무역업체에서 근무해본 젊은 시절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참으로 보람된 ‘등불회’ 활동
창업 후 10여 년을 넘기면서 유 회장의 눈길은 자연스레 업계 공동의 문제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원래 사람 만나길 좋아하고, 같이 더불어 사는 것을 선호하는 성격이었다. 94년부터 협회 서울중구지구 총무를 맡아 협회 일에 적극 나섰다.
이 후 중구 지구장, 서울지회 이사, 서울지회장, 협회 상임이사직을 순차적으로 수행하다, 2010년 3월 협회 회장에 취임하기에 이르렀다.
동일한 시기에 시작된 봉사활동도 아직껏 이어지고 있다. 등불회 활동과 겨자씨회 활동이 그 것이다. 등불회는 연 2회씩 양로원이나 맹아원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벌이는 모임인데, 28년이나 된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10년째 총무로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겨자씨회는 42년 된 서울시 공구인들의 모임이다. 처음에는 군 위문 활동을 주로 해 왔는데, 언제부턴가 군 부대가 아닌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찾아 위문활동을 벌이는 모임이 됐다. 유 회장은 이에 대해 “사회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참으로 보람된 활동”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원통한가
유 회장이 협회장에 취임하게 된 것은 업계가 맞닥뜨리고 있는 몇 가지 현안 문제 때문이었다. 카드 수수료 문제와 대기업 MRO 문제는 안팎으로 업계를 짓누르는 대표적인 문제들이었다. 마진율이 불과 5%도 안되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그 중 매출액 대비 3.5% 이상을 가맹점 수수료로 빼가는 실정이었다.
또 몇 십년간 애지중지 쌓아온 거래 관계가 어느 날 갑자기 끊겨버리기 시작했는데, 가보면 꼭 대기업 MRO사들이 버티고 서 있었다. 이들은 자기들 그룹사 뿐 아니라 협력사에까지 공구를 비롯한 갖가지 소모품들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1차 협력업체 뿐 아니라, 2,3,4 차 협력업체들까지 싹쓸이해 갔는데, 그것은 정당한 경쟁과정이 아닌 원청업체로서의 위력을 앞세운 관계였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업계는 심각하게 멍들어가고 있었다. 일은 죽으라고 하면서 돈벌이는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전국 최대의 공구단지인 청계천에 차츰 공실이 늘기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갈 것인가.
길거리 데모도 부지기수
하지만 문제가 심각할수록 푸는 과정도 쉽지 않은 법이다. 유 회장은 공구업계 단독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카드 가맹점 문제는 물론 대기업의 시장잠식 문제는 공구업계 뿐 아닌 소상공인 업계 공동의 문제였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 이것이 바로 유 회장이 대외 연대활동에 힘을 쏟은 이유다. 이에 따라 유 회장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 사이 소상공인 업계와 함께 가보지 않은 곳이 없다. 국회 소회의실 앞에서 몇 시간이고 서있기가 다반사였고, 머리띠를 질끈 매고 집회에도 여러 번 나섰다.
사실 데모라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업계가 다 죽어가는 마당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여기에 수많은 공구업계 회원사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해 줬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청은 물론 청와대에도 여러 번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서서히 성과도 생기기 시작했다. 지난 해 6월 주요 대기업 MRO사들은 “1차 협력업체 말고는 더 이상 시장을 확장하지 않겠다”는 협약을 맺어왔다.
그리고 가맹점 수수료는 올 12월이 가기 전에 공구업계 대부분 매출 대비 기존 3.5%에서 2%대 초반으로 내려가게 된다. 여기에 소상공인단체가 법제화됨에 따라 법적으로 소상공인 기금도 연 3천억 원대 이상 마련되게 된다.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라
하지만 아직 멀었다. 대기업 MRO사들이 아예 공구업계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 회장은 공구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도록 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더불어 가맹점 수수료 문제 또한 아예 가맹점 형편에 따라 카드결제 자체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 가격 파괴나 덤핑방지 등 업계 유통질서를 바로잡는 일, 국적위조와 같은 불공정무역행위를 바로잡는 일 등에도 힘쓰고 있다.
아울러 올해 처음 실시한 장학금 사업이 계속 이어지게 하는 일, 소상공인 기금을 확보해 공동구매 사업 및 유통센터를 건립하는 일 등 할 일이 태산같다. 아침 일찍부터 저녁늦게까지 여념이 없는 나날들이지만, 보람은 크다. 업계와 소상공인이 웃는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다가온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는가.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사진=지난 14일 일산 킨텍스 ‘2012 전국소상공인대회’ 수상자들과 함께. 사진 왼쪽부터 정래정 대표이사 -(주)광주연마석(지식경제부장관 표창), 이덕성 대표 -동원상사(중소기업청장 표창), 이인규 대표 -동원통상(중소기업청장 표창), 백원호 대표 -한국기공(지식경제부장관 표창), 이봉준 대표이사- (유)한일상사(지식경제부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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