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갈까? 대형마트 갈까?
보통 백화점이나 마트에 가는 것은 원하는 물건을 한 번에 살 수 있고, 깨끗한 환경과 좋은 서비스를 받는 것이 좋아서다. 그렇지만 다양한 물건들과 값을 깎기도 하고, 덤을 받기도 하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은 역시 시장이라는 것도 누구나 안다. 그러나 주차공간이나 쇼핑공간이 불편해 잘 찾지 않게 되었던 전통시장. 그러나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은 다르다. 우림시장 무엇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아끄는 것일까?
상점과 노점상 공존, 볼거리 풍부
우림시장을 찾아가보면 깨끗하게 정리된 간판뿐만이 아니라 눈에 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구역을 정해 놓은 것. 구역에 맞게 자신이 원하거나 즐겨 찾는 가게가 있어 몇 번만 시장을 가보면 금방 찾아갈 수 있도록 손님들을 배려한 것이다.
또 시장안도 통로가 넓어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기에도 충분하다. 그리고 가장 큰 특징은 상점과 노점이 공존하고 있어 함께 살아가는 경제의 표본을 보이면서 상점이 양옆으로 서 있고, 그 가운데에 노점상들의 수레가 줄을 맞춘 듯 줄지어 있어 그야말로 볼거리가 풍부하다.
바람막이,CCTV, 화장실 등 현대화
전통재래시장들이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쇼핑의 편안함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림시장은 항상 그 선두에 있었다. 그 중 가장 으뜸은 비가림막 설치다. 갑자기 소나기가 퍼부어도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한꺼풀씩 벗겨낼 뜨거운 태양에도 시장안으로만 들어가면 신경 쓸 일이 없다. CCTV가 있어 안전을 도와주고 있고, 화장실도 깨끗하게 단장을 해 놓아 편리하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인지 전통시장하면 보통 연세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곳에서는 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시장도 더 활기차 보이고,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다양한 품목들도 만나볼 수 있다. 또, 다양한 이벤트가 항상 있어 시장과 이웃이 어우러지는 즐거운 쇼핑을 제공하는 것도 우림시장의 자랑이다.
우림시장 상인회의 박철우 회장은 “시장안에 마트가 들어와 있습니다. 보통 다른 곳은 시장상인회와 사이가 안좋을 수밖에 없는데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저희는 같이 먹고 살자라고 생각해요. 마트의 저렴한 공산품으로 인해 시장을 찾는 손님이 많아지면 다른 물건들은 시장안에서 사고 가거든요”라며 이웃과 함께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철학을 보여줬다.
서비스는 기본, 불우이웃돕기도
이런 의미에서 우림시장의 남다른 행보가 눈에 띈다. 백화점 버스가 다닐 때에는 전통시장 최초로 시장버스도 운영했다고 할만큼 앞서가는 서비스를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은 시장버스가 아니라 배달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물건을 사고 신청하면 일반 마트에서 하는 서비스처럼 집으로 물건을 배달해주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시장내의 CF팀이 직접 제작을 해서 보여주어 CF를 만드는 시장이라는 별칭도 있다. 한편, 우림시장의 밴드인 ‘우밴드’는 지역행사에 무료로 참여해서 지역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하고 있다. 우림시장내에 작은 센터 건물을 지어 어린이집 발표회등 지역행사에 무료로 장소를 빌려주기도 하고, 조합사무실에서 인터넷과 팩스를 언제든 이용할 수도 있다. 주택을 끼고 있고 오랫동안 장사를 했던 상인과 오랫동안 시장을 찾았던 손님들이 있어 가족 같은 시장, 이웃 같은 시장을 지향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폭염으로 힘들었던 올 여름에는 시장상인들을 위해 시원한 ‘콩국수’를 만들어 즐거운 시간을 나누기도 하고, 족구팀을 만들어 지역대회에 나가기도 하면서 상인들을 위한 이벤트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이왕 시장을 찾은 김에 장보기에 나서봤다. 반찬가게에서 원하는 물건이 없자, 이번 여름에 너무 바빠 만들지 못했다고 다른 가게를 안내해주어서 편하게 장을 봤고, 야채가게에서도 이런 저런 물건을 충분히 보고 고를 수 있도록 여유로운 장보기가 가능했다.
윤은자 기자 sbnews777@hanmail.net
박철우 상인회장 인터뷰
우리시장 상인들 단결 “짱!”
박철우 회장은 처음부터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회원들에게 감사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림시장 조합은 회비를 6만원이나 내는 조합원이 183명이나 된다. 상근직원도 8명이나 되는 등 보통 단일 시장의 조합으로서는 굉장히 큰 규모이다.
박 회장은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믿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던 간에 조합원이 단결이 제일 중요한데 우리 시장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그것이에요”라고 한다.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나눈다.
우림시장의 또 다른 자랑은 아직도 순수한 상인들이다. 옛날 전통시장의 맛이 아직도 남아 있어 어르신을 만나면 막걸리 한잔 건네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30년 이상 된 상점도 많고 2대가 대를 이어 장사를 하는 곳도 많다. 또 젊은이들이 들어와서 장사를 하는 곳도 많다. 경력이 오래된 상인들은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옆 가게에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가격까지 다 알아 대신 물건을 팔아주기도 한다.
게다가 4번째 상인회의 회장을 맡은 박 회장은 상인과 손님들을 위한 더 나은 시장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고 고민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500명의 상인을 먹여살려주는 사장은 바로 고객이다”라는 생각으로 서비스에 대해서도 꼼꼼히 신경 쓰는 것은 물론이고, 물건을 반품하는 일부터 손님을 응대하는 방법까지 상인들과 의견을 나눈다.
그러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5~6개나 되는 대형마트로 인한 피해는 어쩔 수 없다. 가격을 완전히 흐려놓는 것이다. 원산지 가격으로도 판매할 수 없는 가격으로 손님을 끌어 모으는 대형마트 때문에 한번씩 마음고생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회장은 “우리는 우리끼리 먹고 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산품은 대기업에서 만들기 때문에 그것을 싸게 파는 것은 좋다. 그러나 1차 식품만큼은 전통시장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형마트에서 싼 가격으로 할인판매를 하는 것도 전통시장이라는 경쟁상대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만약 전통시장이 죽어버리면 그 후부터는 부르는 게 값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올 것은 뻔하다. 그러니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상인들이 죽으면 지역의 경제가 망가진다는 큰 그림을 보고 시장을 아끼고 사랑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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