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서비스로 대기업 브랜드 추월
사람들은 무인경비업 하면 대기업 무인경비 업체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경기도 화성시 병점 지역에 가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곳은 동탄 신도시 포함 인구 50만의 신흥도시로 도약하고 있는 곳인데, 중요 건물마다 ‘블랙캅’이라는 토종 무인 경비 브랜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율방범 봉사활동과 장학회 활동
이유는 간단했다. 블랙캅은 고객들이 먼저 찾는 브랜드였다. 이 회사 서장만 대표는 20대
때부터 10여년 간을 두산기계(현 두산중공업)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회사가 경남 창원으로 옮겨갔지만, 당시에는 병점지역에서 제법 큰 회사였다. 그런데 서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언제나 봉사활동에 열심이었다.
그가 펼친 봉사활동 중 하나가 자율방범대 활동이었다. 퇴근 후 야밤 순찰활동을 하면서 지역 사회를 지키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어린 두명의 조카들이 있었다. 큰 형님이 일찍 작고하시는 바람에 형님의 아이들을 직접 기르게 됐다. 그 외에도 딱한 아이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장학회를 만들었다.
한 사람당 5천원씩 모으는 장학회였는데, 동료들이 삽시간에 60여명이나 동참했다. 그리하여 병점초교, 화산초교, 그리고 안용중학교와 자매결연을 맺고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장학회는 작은 장학회였지만, 연인원 50여 명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 그리고 공동체 정신을 전달하는 훌륭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하지만 회사는 창원지역으로 옮겨가고, 병점 지역을 뜰 수 없었던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었다. 서 대표도 퇴사 후 수원지역 소재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 그와 함께 장학회 활동도 막을 내렸다.
대기업의 아성에 도전
그로부터 3년 후 무인경비용품을 판매하러 다니던 서대표가 병점지역에서 직접 무인경비업체 ‘블랙캅’을 차리게 됐다. 하지만 이미 지역에는 기라성같은 무인경비업체들이 굳건하게 터를 다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로 인해 막 창업한 서 대표는 초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대기업의 아성을 깨기에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의외의 상황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두산기계에서 직장 생활할 때의 서 대표의 선행이 입소문으로 순식간에 퍼져간 것이다. 특히 퇴근 후 고단한 몸을 이끌고 야간 자율방범 활동을 펼쳤던 활동이 무인경비업체 본연의 업무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렇게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한테 지역의 안전을 맡기지 않으면 누구한테 맡겨야 하나”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에 따라 갑자기 블랙캅은 주문이 밀려와 주체를 할 수 없을 정도에까지 이르렀다. 심지어 한번은 이런 일까지 있었다.
어느 날 지역 내에서 제법 큰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던 어느 사장님이 회사를 방문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온 상태였다. 얘기를 들어보니, 사연은 대강 이러했다. 그 전 날 저녁 10여명의 20-30대 젊은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서는 고기를 시켰다. 그리고 막 음식을 먹기 시작하려다가, 갑자기 몽땅 일어서서 한꺼번에 나가버리더라는 것이다. 물론 시켜놓은 음식값은 지불하긴 했다. 이유를 물으니, 그 중 한 젊은 사람이 “블랙캅이 아닌 다른 무인경비브랜드를 쓰는 데에서는 밥을 먹을 수 없다”라고 하더란다.
그 음식점 사장님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막되게 영업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면서, 그 중 한 사람은 분명히 블랙캅 직원일 것이라는 거였다. 서 대표는 바로 자초지종을 파악해 봤다. 알고보니 서 대표의 예전 직장 후배가 “존경하는 선배”를 위해 했던 행동으로 파악됐다. 우연히 서 대표의 선행을 알게 된 그 음식점 사장님도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역 사랑 정신으로
하지만 만일 블랙캅이 서비스 면에서 대기업 브랜드를 앞서지 못했다면 지역 사회의 이러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서비스 면에서도 블랙캅은 단연 앞서 있었다. 블랙캅은 처음부터 밀착형 서비스를 내세웠다.
자영업을 하는 고객들이 일하다 보면 은행업무나 동사무소에서 각종 서류를 떼 오는 업무가 어려울 수 있다. 블랙캅은 이런 업무까지 대행해 줬다. 또 고객들이 간혹 늦은 밤에 차를 놓치거나 술에 취해 귀가하기 어려울 때에는 귀가 서비스까지 실시했다.
서 대표는 “적어도 무인경비 분야에 있어서는 대기업보다 지역 토착 기업이 훨씬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단언했다. 대기업의 경우 순환근무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외지인들이다. 자꾸 바뀌는 이들이 지역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지역민들에 대한 소속감, 관심도, 애정에 있어서 토착업체 직원들과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기업 브랜드 직원들은 근무 중 사고가 안나면 다행이고, 사고가 나면 매뉴얼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반면 블랙캅 직원들은 사고가 나나 안나나 한 달에 두세 번 정도는 고객들을 꼭 순회 방문하게끔 돼 있다. 일상적으로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지역에 대한 인지력도 크게 앞서있기 때문에 유사시 출동시간도 더 빠르게 마련이다.
서 대표는 “AS의 경우 직접 해당 고객의 건물에 시공을 한 시공팀이 언제나 사내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AS 요구가 있을 경우 당일 AS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실시할 수 있다”라고 말하고, “대기업의 경우는 AS 서비스를 대부분 외주를 주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고, 기동성 면에서도 당일 AS 서비스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업배상보험 및 시큐리티종합보험 2중 보험서비스를 통해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대기업 이상으로 완벽 보상이 가능하다.
중국 청도에까지 진출
현재 블랙캅은 전국의 토종 무인경비 브랜드들과 합쳐서 케이폴 시큐리티로 사명을 전환해 있는 상태다. 2011년 이 케이폴 시큐리티는 중소기업청에 의해 ‘올해의 중소기업 공동 브랜드’로 선정돼 공신력을 더 했다. 아울러 수원 지역의 에이스캅과 씨원을 인수해 사세를 넓히고 있다.
더불어 이 회사는 올 초 최첨단 영상 보안 경비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CCTV와 무인경비 시스템을 결합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 가입하면 고객들은 언제든휴대폰으로 자기 건물의 보안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그리고 유사시 경찰의 112 시스템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서 대표는 이 시스템을 갖고 직접 중국 청도에 진출했다. 무인경비에 관한 한 중국은 아직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 서 대표는 중국 제일의 무인경비업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 9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현지 업체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 고무적이다. 서대표는 독자들에게 “무인경비에 관한 한 대기업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가입하지 말고, 토착업체 서비스도 조목 조목 따져보고 회원으로 가입할 것”을 주문했다.
서 대표는 젊은 시절의 장학회 봉사활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하여 당시 못이룬 꿈을 국제로타리클럽 활동을 하면서 이뤄가고 있다. 국제로타리 3750지구(경기남부권) 사무부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장학회 활동 및 소아마비 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정이훈 기자 sbnews30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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