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유통인들은 지역 단위로 매우 영세한 환경에서 어렵게 일하고 있다. 대부분 트럭 한 대 갖고, 양계장에서 계란을 떼다 식당이나 수퍼 등에 납품한다. 여기에 전국 3천여 업체가 매달려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이러한 시장마저 빼앗아가려고 혈안이다. 앞선 브랜드와 자본력으로 밀어붙이면 우리 영세 계란 유통인들은 도저히 설 땅이 없다. 대기업과의 상호 공정한 거래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 주요한 업무이다.
대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잠식을 하고 있나
이들은 코에 손도 안대고 코 푸는 영업을 하고 있다. 주문자 상표로 양계 농장에 계란 생산을 주문하고, 배달을 받아 전국 대형 마트 등에 비치하여 판매를 하고 있다. 똑 같은 제품도 우리가 공급하는 계란에 비해 대기업 브랜드 제품은 무조건 1천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자기들은 자기네 상품이 훨씬 낫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다 안다. 같은 농장에서 똑 같이 생산이 되는데도 대기업 상표를 붙이느냐, 그렇지 않느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이다.
대기업 브랜드 계란의 질은 어떠한가
먼저 20주- 40주 연령의 어미닭이 낳은 계란의 경우를 보자. 이 계란에 대기업들은 등급란이라는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고 있다. 산지에서 일반 계란에 비해 7원 정도 더 주고 사서 소비자들에게는 200원을 더 받고 판매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계란의 질이다. 등급란이라는 게 사실상 과학적으로 더 영양가가 높다는 근거가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전체 계란의 3%에 불과한 소위 등급란을 싹쓸이하여 시장을 교란시키고, 소비자들을 봉으로 만들고 있다.
또 신선도 면에서도 대기업 브랜드 계란이 결코 우수하지 못하다. 우리 유통인들은 매일매일 산지에서 계란을 공급한다. 반면 대기업 브랜드 계란은 대형 매장 등에 장기간 보관판매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진다.
대형마트에 납품은 가능한가
계란 유통인들은 양쪽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식자재 유통 대기업 뿐 아니라, 대형마트와 같은 대형 판매점들로부터 갖은 횡포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마트에 입점하려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입점비를 내야 한다. 수금할 때에 3-5%의 장려금을 또 떼이며, 매달 이뤄지는 세일행사 때에는 아예 양계장으로부터 매입하는 단가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납품을 해야 한다. 이래야 거래가 이뤄지는데, 고생만 하고 남는 것은 거의 없는 구조다.
또 이들은 우리와 같은 납품업체로부터 계란을 헐값에 사들여 재미를 톡톡히 본다. 다른 상품들에 비해 계란은 주부들에게 최고의 인기 상품이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들은 이를 사은품으로 활용하거나, 끼워팔기 식으로 활용한다. 대형마트가 값이 저렴하다고 한다면 순전히 이같은 납품업자의 고혈을 짜낸 결과이며, 대신 자기들이 선심을 쓰는 격이다.
더불어 유통 대기업들은 세일 행사 때 자체 직원들을 내세워 영업을 하기 때문에 우리 상품은 구석으로 밀리기 때문에 판매가 여의치 않다.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은
정부는 물가 잡는다만 하지 말고, 대기업들의 유통 거품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똑 같은 제품이 대기업 상표만 붙으면 엄청 가격이 뛴다. 그 결과 대기업만 살지, 영세 유통인이나 소비자들도 다 피해다. 대표적인 서민 업종인 계란 유통업을 하루빨리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서민 유통업체들을 보호해야 한다.
그리고 수퍼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나들가게 사업처럼, 우리 계란 유통인들도 공동브랜드화하여 더욱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정이훈 기자 sbnews777@naver.com
관리자 ihjung@sbnew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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