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대형마트 직영 주유소, 농협 주유소, 알뜰주유소 등 유가 인하 등 소비자 위주의 유류정책으로 주유소의 고통은 더 커지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정세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난 7월 1일 서울 관악구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원 현장체험을 하며 민심을 직접 듣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주유소협회(회장 김문식)는 이 자리에서 정 고문을 비롯한 정치권에 주유소의 경영난과 이를 타개할 대책 몇 가지를 건의 했다. 협회는 이미 지난 6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단체행동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천명했으며, 7월 24일 이를 관철하기 위해 대규모 궐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기관 주차장 알뜰주유소 중단
협회는 지난 6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주차장 알뜰주유소 신규 설치 및 휘발유 용기(캔)판매 정책’에 대해 강력 규탄하고 계획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협회는 “정부의 과도한 경쟁촉진 정책으로 주유소 시장은 이미 과포화상태”라며 “이런 시장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개입해 공공기관 주차장에 알뜰주유소를 새로 설치하는 것은 업계 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주유소 매출이익이 212년 1분기 기준 4%에 불과한 상황에서 정부지원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춘 알뜰주유소가 시장에 가세하면, 주변 다수의 영세 주유소는 퇴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협회는 정부는 알뜰주유소 같은 외형적 전시행정에만 급급하기 보다는 유류세 인하 등 주유소와 국민 모두가 공히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협회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휘발유를 용기(캔)에 담아 판매하도록 한다는 계획도 말이 안된다고 비판했다.
협회는 우선 “수십 억원을 투자해 안전시설을 갖추고 영업을 하는 주유소도 소방안전과 관련된 수십 가지 규제를 받고 있다“며 ”대형마트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인데, 주차장에서 휘발유를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행위는 자칫 화재나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마트 고객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짓”이라고 지탄했다.
협회는 대형마트에서 휘발유 캔을 판매하는 것은 안전문제 뿐 아니라, 결국 정부 규정대로 환경 및 안정시설을 갖춘 기존 주유소들에게 사업을 접으라는 말과 같다고 주장했다.
한계주유소 전업 보조금제 도입
협회는 이어, 도로망 신설 등으로 여건이 바뀌어 영업 한계에 이른 구도로 인근 한계주유소에 대해서는 전업(轉業)보조금을 지급해 전업이 용이하게끔 해달라고 건의했다.
협회는 “주유소 매출의 절반은 유류세로, 그동안 주유업계는 매년 약 20조 원의 세금을 내온 셈인데, 이 세금으로 도로를 신설하면 구도로 인근 주유소는 영업 부진으로 폐업 지경에 이르러, 결국 제 발등 찍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꼴”이라며 “이같은 한계주유소에 대해 폐업 및 전업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현재 주유소가 페업을 하려면 주유소 철거비용 약 7,000만원과 토양오염 복원비용 약 8,000만원 등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러다 보니 폐업보다는 임대형태로 영업을 계속하게 되고, 일부에서는 수지를 맞추기 위해 가짜석유를 유통시키는 등 불법행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지난 4월 전국 주유소 수는 1만2천907곳으로 사상 처음으로 전월대비 감소했다. 현재 협회는 전체 주유소 가운데 10%∼13%인 1천291곳∼1천668곳의 주유소를 한계주유소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지경부는 다른 서비스 산업과의 형평성 등으로 주유소 전업지원금 제도는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면세유 배정 권한 지자체 이양
아울러 협회는 농협의 면세유 배정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해 줄 것을 요청했다.
농협은 현재 면세유 배정 권한과 농민금융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악용하여 농민들에게 농협주유소 이용을 강요하고 있다. 농협주유소는 지역 면세유를 독점하다시피 하니, 주변 일반 주유소보다 판매량도 월등하다.
또 유류 소비 자체가 적은 농촌지역에 농협주유소가 대거 진출하면서 주변 자영 주유소는 이미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농협의 NH-Oil 주유소는 최근 전국 300곳을 돌파했다.
전라남도의 경우 주유소의 월 판매량은 665드럼으로 전국 최하위에다 판매가격도 가장 낮지만, 농촌지역이 많아 수익증대가 용이하다 보니 농협주유소는 90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농협 하나로마트 주유소나 NH-Oil 주유소가 하나 들어서면 주변 주유소 매출은 50% 이상 급감한다. 사실상 영업을 더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특히 면세유 구입카드가 도입되어, 면세유에 대한 농협의 독점적 지위가 더 강화되고있다. 지역 면세유의 80% 이상이 농협주유소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협회가 면세유 배정 권한 이양과 함께 현행 면세유 구입카드 제도를 폐지하고 농민들에게 직접 유류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면세유 구입 직불금제’를 요구하고 있는 배경이다.
카드수수료 특별세액 공제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경유 등에 부과되는 교통, 에너지, 환경세 등 제 세금 비중은 대략 판매가의 50%에 이른다. 2012년 6월 셋째 주를 기준으로 볼 때 휘발유의 전국 평균 소비자가는 리터당 1,963.1원이며, 이 가운데 제세금은 924.4원으로 소비자가의 47%를 차지한다.
그런데 주유소는 기름을 팔고 신용카드로 결제할 경우 정부가 부과하는 교육세, 에너지세, 환경세, 교육세, 주행세 등 제 세금에 대해서도 국가를 대신해 가맹점 수수료를 납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협회는 “갈수록 신용카드 결제가 많아져서 가맹점 수수료 부담도 만만찮다”며 “주유소가 국가를 대신해 부담하고 있는 세금 부분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를 주유소의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감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협회는 제세금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는 전액 해당 과세 연도의 법인세 등에서 세액공제 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김동흥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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