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인들의 사활인 걸린 열쇠관리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김석준 회장


그동안 한국열쇠협회는 열쇠인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열쇠협회의 그러한 노력들은 경찰청의 높은 벽에 번번이 막혔다. 오히려 경찰청은 열쇠관리사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에 응시생이 줄고 있다며 협회를 압박까지하는 상황이다. 사면초가의 위기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김석준 회장을 만나 그간의 얘기를 들어보았다.

● 열쇠관리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지난 2009년 12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열쇠관리와 방범성능향상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필두로 열쇠관리법 제정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조진형 전 국회안전행정위원장이 직접 주최한 토론회이었기에, 열쇠관리법 제정에 대한 열쇠인들의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 왜 그렇게 됐나요
바로 주무부처인 경찰청의 반대에 가로막혔던 것입니다. 경찰청의 반대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열쇠관리법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범죄 예방의 시작은 문을 잠그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평범한 진리마저도 무시한, 경찰청의 일방적인 주장에 가로막혀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되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경찰청은 그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 그럼 경찰청은 왜 열쇠관리사 민간자격증을 지난 2005년 1월 국가공인자격증으로 격상시켰나요
그 당시 빈집털이 등을 포함한 범죄율이 증가하면서 보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국가공인자격 획득과 함께 경찰청과 협회는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자격증 취득자의 인적사항을 경찰청이 직접 관리함으로써 왕왕 빚어졌던 열쇠인들의 범죄 가담을 대폭 줄일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범죄 발생 현장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등 전문직 종사자로서의 자신감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열쇠인들의 삶과 처우는 그렇게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바로 공인자격증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모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협회는 열쇠관리법 제정을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지만, 열쇠관리사자격증을 국가공인으로 지정해준 경찰청이 아이러니하게도 반대하고 나섰던 것입니다.

● 최근 경찰청이 응시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공인 취소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말이 공인자격증이지 아무런 혜택도 주어지지 않을뿐더러, 무자격자도 버젓이 영업을 하는 마당에 누가 이 자격증을 취득하려 시간과 돈을 투자하겠습니까. 경찰청도 이러한 문제를 알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보단 추후 상부기관이나 언론으로부터 지적받을 것을 두려워해 오히려 공인 취소로 협회를 압박하는 상황입니다. 이달 말 3년간 주어지는 재공인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최근 경찰청은 조건부 2년 유예를 제시해왔습니다. 참 우스운 것은 응시율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무언의 압박과 함께,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올해엔 반드시 열쇠관리법의 의원입법 발의를 해야한다고 말이죠.

● 열쇠관리법 제정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당시에는 반대하고, 이제는 또 의원입법 발의를 해야한다고 강조하니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열쇠관리법이 국회에서 논의가 될 때마다 응시자도 그에 따라 늘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현저히 떨어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도 경찰청은 또 다시 이 법이 국회에서 논의될 경우 떨어졌던 응시율이 회복되지 않을까라고 내심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 열쇠인들에게는 열쇠관리법 제정이 사활이 걸린 문제나 다름없습니다. 이처럼 열쇠관리법을 대하는 시각차가 뚜렷한 마당에 경찰청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 열쇠관리법 제정을 위한 협회의 향후 계획은
지난해 12월 12일 김경배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을 비롯한 소상공인 단체 관계자와 함께 안전행정위 간사인 민주당 이찬열 의원실을 방문해 열쇠관리법의 제정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법안을 재상정해줄 것을 요청한 이후 벌써 두 번째입니다. 첫 만남 이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이 의원은 법안을 또 다시 요청하는 등 예전과 달리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상임위 상정으로 이어지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 의원을 포함해 다른 여야 의원도 지속적으로 접촉해나갈 계획입니다.

● 민주당 김진표 의원도 접촉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이찬열 의원실을 방문한 다음날인 13일 서울 모처에서 협회 임직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기도 하였습니다. 김 의원은 소속 상임위는 다르지만, 열쇠관리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히기도 하였습니다. 이처럼 지난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꺼져버린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계획입니다. 또 조만간 법정단체 출범을 앞둔 소상공인연합회와의 공조를 통해서도 열쇠관리법이 조기에 제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나갈 예정입니다.

● 열쇠관리법이 제정될 경우 열쇠인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돌아가나요
우선 전문 기술자로서의 지위와 처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개문, 설치, 복제 등의 유지보수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에 그만큼 열쇠인들의 업권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됩니다. 건설, 인테리어, 부동산, 보험, 철물점, 문방구, 대형마트, 자동차정비, 무인경비 등 거의 모든 업종의 종사자들이 아날로그식 잠금장치나 디지털 도어록를 설치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지어 미끼상품으로 내건 디지털 도어록을 볼 때면 열쇠인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팠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판매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설치만은 국가가 공인한 열쇠기술자들이 해야 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입니다. 열쇠관리법만 제정된다면 타업종으로 빼앗긴 열쇠인들의 고유 설치권을 가져올 수 있어 가뜩이나 생계가 곤란한 열쇠인들의 경영난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 끝으로 경찰청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열쇠관리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만 합니다. 또 우리의 이익만을 챙기기 위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문 밖을 나설 때 열쇠로 현관을 잠그는 것이야말로 범죄 예방의 시작이라는 기초 상식을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또 그러한 작은 노력들이 범죄 예방에 큰 도움을 준다는 사실 또한 경찰청은 분명히 알고 있을 겁니다. 특히 경찰청은 유명무실해진 열쇠관리사 국가공인자격증의 문제점을 덮으려고만 하지 말고, 열쇠관리법 제정을 통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식의 전환을 가져야 할 시점입니다. 국가공인자격제도는 필요하다고 만들었다가, 또 필요없다고 맘대로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영욱 기자 sbnews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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