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단체들 “피해 보완책 없인 어림없다”

지난 12일 미국 의회가 한미 FTA를 비준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는 정부 여당, 그리고 대다수 언론의 논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발효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그러자면 “10월 안에 끝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 한국 국회는 이미 지난 2009년 4월 한미 FTA를 날치기를 시도하면서까지 통과시킨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후 미국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지난 12일 의회 비준에 이르기까지 무려 2년 6개월이나 시간을 끌었다. 더욱이 재협상까지 요구해 챙길 것은 다 챙기고 이제야 빗장을 풀었다.

정부·여당, 미국 이익 대변?

언제부터인가 미국적인 관점과 이해관계가 한국적인 관점 및 이해관계로 동일시되는 시각이 국민들 사이에 스며들고 있다. 우리 정부와 여당이 인정과 의리, 동맹, 도의성의 논리로 외교를 순진하게 바라보는 사이에 미국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초대해 놓고, 내년에 우리나라에 무려 14조원의 무기를 팔기로 계약을 했다.

곡물 공룡 카길사가 충남에 거점을 잡고 한미 FTA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고, 미국적 유통회사 코스트코는 울산점 건축허가를 따내고 또한 FTA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한미 FTA는 중소 유통업을 보호하기 위한 유통법, 상생법 조문을 대번에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론스타 같은 국제 투기자본 또한 한미 FTA만 통과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우량 은행, 한전, 건강보험공단, 연금공단 등 우량 공기업을 통째로 집어삼킬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러한 자국 기업의 이익을 철저히 대변해 왔다. 그러느라고 2년 6개월의 세월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도 미국처럼 시간을 끌 수는 없을까. 미국적 기업과 국민을 대변하는 정부 여당이 아니라면 말이다. ‘미국이 비준했으니 우리도 비준해 주자’는 논리가 아닌, ‘미국이 2년 6개월을 버텼으니, 우리도 버티자’, ‘미국도 재협상을 요구했는데, 우리도 재협상을 요구하자’는 실리 외교의 관점이 절실하지 않은가.

한미 FTA, 국회 입법권 제약

한미 FTA는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제약하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6조 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다.

그런데 한미 FTA 협정은 “분쟁 당사자가 투자와 관련해 생긴 분쟁이 협의 및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 투자유치 국가를 상대로 투자자는 중재를 제기할 수 있다(제11.6조 1항 가,나)”는 투자자 국가중재 회부 제도(이하, ISD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법이 한미 FTA 협정과 상충될 경우, 법 적용의 일반 원칙인 '신법 우선의 법칙'과 '특별법 우선의 원칙'에 의해 한미 FTA 규정이 우선하게 되며, 국가가 ISD 제도에 의해 제소되면 국내법이 아닌 한미 FTA 중재절차에 따라 국가가 국제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된다.

이에 대해 FTA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외국 투자자에 의해 제약을 받는다면,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외교관계에 따른 치외법권은 해당 공관이나 해외 외교관에 한정되지만, ISD 제도에 의한 투자자 보호는 단순한 해당 투자자에 대한 치외법권이 아닌, 그 투자와 연관된 전체 산업분야에 대해 국가와 법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한 결과를 일으키게 된다.

“국회의원임을 포기?”

최근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정유 업계는 물론 식품업계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민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인데, 한미 FTA와 함께 이러한 정부의 정책도 더 이상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해당 업계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이 들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10월 안에는 우리도 통과시켜야 한다며, 강행 처리의 명분을 찾고 있다.

국회의 입법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한미 FTA를 국민적 합의와 국회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통과시킨다면, 스스로 국회의원임을 부인했다는 엄청난 비난을 자초하게 될 것이다.

2008년 12월, 그리고 2009년 4월, 이미 두 번씩이나 이같은 한미 FTA를 날치기 통과시키려 했던 정부 여당은 과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최소한의 국가 통치권과 국회 입법권을 지키고자 했나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국내 수출업체나 외국에 투자하는 업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수를 위주로 하는 자영업자들, 중소기업은 한미 FTA와 함께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그런데 그 동안 그러지 않아도 소외된 이 업계 사람들은 더 이상 하소연할 버팀막마저 없어지게 된다. 열심히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아놓아도, 국가 기관은 더 이상 이들을 도울 힘을 갖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망국적 한미 FTA 저지”

"중소 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동네가게를 보호하는 사업조정제도, 재래시장을 지키려는 전통상업보전지역, 나들가게 지원사업 등 중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뿐 아니라, 시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광우병 검역,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는 영리병원 및 영리약국 금지, 이 땅의 종자를 지키려는 유전자조작 농산물 표시제도 등의 노력이 한미 FTA 체제 하에서는 모두 금지된다.”

중소 상공인 단체, 노동 단체, 농민단체 및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은 10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비상시국 선언대회를 열어 이같이 강조하고 "망국적 한미 FTA 저지를 위해 총력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양극화만 심화시킬 것

각계 대표들은 "한미 FTA가 사람들을 몰고 가는 곳은 서민들이 대자본의 횡포에 쫓겨다닐 자유만 있는 곳“이라 못박고 ”재산이 없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자기를 보호하는 공공정책을 잃게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한미FTA는 비관세장벽 철폐라는 이름으로 공공부문의 민영화를 통해 물가를 앙등시키고, 영세자영업자들의 보호조치를 불가능하게 하며, 농업의 피폐화를 초래한다. 거대 외국회사나 재벌에 대한 규제완화가 시행되면서... 사회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고 강조했다.

이 날 참석한 한 소상공인 단체 대표는 또 “한미 FTA 비준으로 인한 수입증가로 피해를 입은 업체를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제도와 FTA 비준과 함께 경쟁력을 잃게 되는 업종에 대해 신사업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전환지원제도를 더욱 확대 보완하여 소상공인업계에 대한 지원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국내 소상공인들은 재벌들의 무차별한 중소상공인업종 시장 침탈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런데 ISD로 인해 소상공인들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을 상대로 소리도 한번 못 지르고 고스란히 피해를 뒤집어써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편집자  morning77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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